용산 참사 유족 위해 ‘인간 존중’을 새긴다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09.06.16 17: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목판화가 이윤엽씨

ⓒ시사저널 이종현

이윤엽씨(43)는 목판화가이다. 그는 지난 4월 용산 참사 유족들의 장례 비용 마련을 위해 자신의 작품을 팔아 성금 4백만원을 전달했다. ‘여기 사람이 있다’라는 판화는 3백명이 사갔고, 지금도 구입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이씨는 이전에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진통을 겪었던 평택 대추리의 ‘대추리 희망 그리기’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이 정도면 그를 민중미술 계열의 목판화가라고 할 만하다.

정작 그의 입에서는 다른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예전에는 민중미술이 싫었다. 강조된 주름살, 크게 그린 손 같은 민중미술의 전형이 싫었다. 하지만 내 그림을 본 사람들은 모두 민중미술이라고 했다. 그 소리도 싫었다. 확인을 하고 싶었다. 내가 아는 민중과 민중미술가가 그린 민중이 같은 것인지. 그래서 대추리에도 들어갔고…. 대추리를 나오면서 ‘민중’이라는 것을 거대 담론으로 생각하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고민은 그대로이다.” 

이씨는 보고 느낀 것만 그리고 찍어낸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극장에서 간판쟁이를 하다가 군대에 다녀온 뒤 건설판에서 막노동꾼으로 밥벌이를 하다가 결국, 마음이 시키는 대로 미대에 진학해 목판화가가 되었다. 이런 이력은 젊은 날의 방황이 아니라 생업을 찾아다닌 흔적이다. 이씨의 홈페이지(yunyop.com)에서 볼 수 있는 ‘어머니’라는 글을 보면 그의 지난날은 또렷해진다. 그가 기억하는 어머니는 보따리 떡장사, 붕어빵 장수, 상가 청소부의 모습이었다.  

 그는 “내가 경험한 현실에서 이미지를 집어올리지만 계급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용산 참사 기금 모금용 판화로 주먹을 불끈 쥔 사람의 이미지를 사용한 것에 대해 이렇게 풀이했다. “부드럽고 예쁜 그림을 그릴 수도 있었다. 그때 돈을 얼마나 모으느냐에 중점을 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을 보고 사람들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쁜 그림을 그리면 돈을 더 빨리 모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면 재개발 사업자와 다를 것이 없다. 이런 참사에 대해 사람들이 제대로 알고 사람을 귀히 여기고, 이런 일에 아파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