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범죄·성범죄 저지르고도 교단 지키는 교사들 너무 많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1.03 14:0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교조의 ‘3년간 교원 징계 현황 분석’ 자료 입수 / ‘교원 소청 심사’ 통해 징계 수위 낮춘 뒤 복직하는 경우 많아

▲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교원소청심사위원회. ⓒ시사저널 임영무


ⓒ시사저널 임영무

요즘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말이 사라지고 있다.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라고 했지만 지금은 이런 말이 무색해졌다. 교권은 땅에 떨어지고, 교사들은 각종 비리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런데도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담장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 ‘학교의 명성에 흠집이 난다’라며 사건을 축소하거나 은폐하기 일쑤였다. 비리를 저지른 교사들은 사회적인 물의를 야기해도 흐지부지 넘어가거나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것에 그쳤다. 도대체 학교에 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시사저널>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이 최근 ‘3년간(2007~09년 9월) 교원의 징계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입수했다. 여기에는 학교 안팎에서 일어났던 교원들의 비리가 낱낱이 드러나 있었다. 이 시기에 비리 혐의로 징계를 받은 교원은 무려 1천6백37명이다. 직급별로는 평교사가 1천3백94명(85.2%)이었으며, 교감(원감포함)이 68명(4.2%), 교장이 1백75명(10.7%)이었다.

이에 반해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당한 교원은 전체 비리 교원의 17%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경고(31.6%), 견책(40.3%), 감봉(11.1%)등의 경징계 처분(83%)을 받는 데 그쳤다. 엄격한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직 사회이지만, ‘제 식구 감싸기’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말로만 떠돌던 교육계의 ‘끼리끼리 봐주기’가 사실로 드러난 것이기도 하다.

교원 범죄 징계자 중에는 음주운전 등 교통 관련 징계(3백83명)가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쌀 직불금 불법 수령(2백31명), 금품이나 뇌물 수수 등 금품 관련 범죄(93명)가 뒤를 이었다. 성추행이나 성범죄도 33명이나 되었다. 성범죄 교원 징계자 수는 평교사(26명), 교감(3명), 교장(4명) 순이었다. 전체 교원 가운데 교장의 비율이 2.3%인점을 고려할 때 교장이 평교사보다 징계를 훨씬 많이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교장의 학교 운영을 감시할 수 있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중범죄나 성범죄를 저지른 교원들이 교원소청 심사를 통해 징계 수위가 낮아진 후 다시 교단에 서고 있다는 점이다. 광주 한 초등학교의 박 아무개 교장은 지난 2007년 교직원 등으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받았다가 정직 3개월에 처해졌지만, 교원소청을 통해 감봉 1개월로 처벌이 완화되었다. 같은 해 서울 한 고등학교의 이 아무개 교사는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았다가 견책을 당하자 교원 소청 심사를 냈지만 기각당해 견책이 확정되었다.

지난해 울산에 있는 한 고등학교의 나 아무개 교장은 원래 정직1개월의 중징계를 당했으나 교원 소청 심사를 통해 감봉 1개월로 바뀌었다. 성범죄 교원 33명 중 파면당해 학교를 떠난 사람은 두 명밖에 되지 않았다. 나머지는 그대로 학교에 남거나 교육 행정직 등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지난 2007년 6월, 충북 충주의 한 중학교에 재직했던 이 아무개 교장(현 도교육청 직속 연구기관 연구원)은 여교사의 어깨와 손 등을 만진 혐의로 도교육청에서 정직 1개월, 청주지법에서 7백만원의 배상 판결을 받았다. 그런데 이 전 교장은 지난해 8월 대통령 특사로 복권된 후 괴산의 ㅈ중학교로 복귀했다.

하지만 학부모들이 ‘성추행 전력’의 교장에게 아이들을 맡길 수없다며 이 전 교장의 교체를 요구했다. 학생들이 수업과 등교를 거부하면서 극단으로 치달았고, 결국 이 전 교장은 충북도교육청 직속 연구기관의 연구관으로 재발령받았다.

전북 지역 고등학교의 한 도덕교사는 지난 2007년 3월부터 5월까지 여학생 3명을 체벌한다는 이유로 무려 63회에 걸쳐 성추행했다. 그런데도 전북도교육청 징계위원회는 고작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내렸고, 해당 교사는 도덕교사로 복직했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서는‘도둑에게 곳간을 맡겨놓은 꼴’이라며 솜방망이 징계를 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추행 교사 대부분, 다시 교단에 서는 것이 현실

이밖에도 여학생을 성희롱한 서울 한 고등학교의 김 아무개 교사는 지난 2007년 교원 소청 심사를 통해 감봉 3개월을 받았으며, 대구에 있는 중학교의 조 아무개 교사는 여자 교생을 성희롱했으나 역시 교원 소청 심사를 통해 정직 3개월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가 적용되었던 강원도의 고교 교사 박 아무개씨와 경기도의 중학교 교사 김 아무개씨는 교원 소청 심사를 통해 징계가 취소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복도에서 학생을 강제 추행했지만 ‘혐의 없음’으로 내부 종결되었다. 또 다른 초등학교 교사는 동료 교사를 강간하려다 미수에 그쳤으나, 쌍방 간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만 내려졌다. 두 교사는 현재 재직 중이다.

서울의 한 교사는 술을 마시고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던 독서실에 들어가 여학생의 가슴을 만지는 등 노골적으로 성추행했지만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고, 나중에 교육청에서 ‘해임’ 처분을 받았지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을 제기해 ‘정직 3개월’로 감경되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직 기간을 방학으로 보낸 것이어서 징계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7백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교사에 대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육감이나 국무총리 표창 등을 받았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어 ‘해임 처분’에서 ‘정직 3개월’로 징계를 완화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행수 전교조 사립위원회 정책국장은 “평교사에 비해 학교장 등 관리직 교원들의 비리가 심각하고,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교원 징계 사건을 보면 일반 교사보다 더 많이 구제해주고 있다. 성추행 등 비리 교사들에 대해서는 엄격한 잣대를 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