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전도사와 사찰 주지 스님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1.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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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룡사 주지·신도들, 정덕희 교수를 주민등록법 위반 등으로 고소…정교수는 2년 전에 스님을 사기로 고소

▲ 경기도 광주 해룡사의 텅 빈 법당과 ‘행복전도사’ 정덕희 교수. ⓒ시사저널 유장훈 / 서울문화사 자료실


‘행복전도사’로 유명한 정덕희 관동대 평생교육원 객원교수(53)가 사찰 소유권을 놓고 소송에 휘말렸다.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해룡사의 주지 스님과 신도들은 최근 ‘주민등록법 위반’과 ‘재물손괴 및 절도죄’ 그리고 ‘공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 정교수를 검찰에 고소했다. 또, 해룡사 주지 경산 스님(51)은 정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정덕희 교수는 왜 사찰 주지와 신도들에게 고소당한 것일까. 또, 승려인 경산 스님이 유부녀인 정교수와 ‘사실혼 관계’라고 주장하는 내막은 무엇일까.

경기도 광주시 도척면 노곡리에 위치한 해룡사는 지어진 지 60여 년 된 태고종 사찰이다. 사찰 규모는 약 8천여 평에 불과하지만, 신도 수가 5백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이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곳이다. 그런데 해룡사의 법당에는 불상이 하나도 없다. 지난 8월31일 법원 집달관과 용역 직원 60여 명이 찾아와 법당 안에 있는 불상과 범종, 각종 집기 등을 밖으로 꺼낸 후 컨테이너 차량에 실어 물류창고로 가져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대웅전 불상과 탱화가 파손되는 일이 있었다. 법당에 단 연등까지 가져가자 신도들이 집단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현재 해룡사의 사찰 부지와 건물 명의자는 정덕희 교수로 되어 있다. 정교수측은 “경산 스님이 2008년 2월29일까지 사찰 건물과 부대시설을 명도하기로 약속했으나 이를 지키지 않아 채권자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라는 입장이다. 정교수측은 또 지난 11월6일 경산 스님 앞으로 ‘보관 중인 물건을 인수해가라’라며 내용증명을 보냈다. 그런데 이 일을 계기로 해룡사 주지인 경산 스님과 정교수, 해룡사 신도들과 정교수의 갈등이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양측의 갈등은 급기야 고소·고발과 은밀한 사생활 폭로로 이어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경산 스님은 지난 9월 말 ‘주민등록법 위반’ 혐의로 정교수를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정교수가 자신의 소유로 되어 있는 해룡사의 토지 거래 허가를 받기 위해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학동리 ○○○-○번지에 위장 전입했기 때문에 처벌해달라고 하는 것이 골자이다. 경산 스님은 또 고소장에 정교수와의 관계, 사찰이 정교수의 명의로 넘어가는 과정 등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경산 스님에 따르면 그와 정덕희 교수의 인연은 지난 2001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산 스님은 출가하기 전이었고, 찜질팩 의료기 사업을 했다. 제주도 체험장을 개장하면서 행사 홍보요원으로 정교수를 소개받은 것이 두 사람이 만난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후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본격적으로 사귀는 단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리고 (설법당) 건축에 많은 돈이 들어가게 되자 정교수가 해룡사 명예 신도회장을 맡아 수억 원의 시주금을 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경기도 안성에 있는 정교수의 별장에서 한 달에 20여 일을 함께 거주하면서 2007년 말까지 약 6년여 동안 사실상 부부로 살아왔다는 것이 경산 스님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그는(경산 스님) 처음에는 자기의 이름은 ‘유윤석’이고, ‘한의사’라고 우리를 속였다. 그와는 2001년 12월, 내가 다니던 마사지업소 원장의 어머니가 간곡하게 부탁해 제주도에서 강의를 하게 되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 1. 용역 인부들이 해룡사 설법당 내부 집기를 들어내고 있다. 2. 해룡사 주지 경산 스님.

경산 스님 “정교수와 사실혼 관계였다” 주장

‘사실혼 관계’에 대해 정교수는 ‘사실 무근’이라며 펄쩍 뛰었다. “나는 강의를 하는 사람이다. ‘가정을 지키는 것이 여자로서 가장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라고 매일 전국을 돌며 이야기한다. 지금까지 31년째 남편과 떨어져 살아본 적이 없고, 두 남매를 잘 길러낸 어머니이기도 하다. 안성 별장은 내 팬들을 위한 공간이다.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경산 스님에게) 열쇠를 두 번 빌려준 적은 있지만 ‘동거’나 ‘사실혼 관계’는 소설이며 날조된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정교수의 해명에 대해 경산 스님은 “사실혼 관계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라며  동거한 사실을 강조했고, 정교수는 “나는 전혀 알지 못하고, 그런 것이 있다면 조작된 것이다”라며 자료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정교수의 가족들도 “엄마와 떨어져 있어본 적이 없다. 지금까지 계속 가족들과 함께 지냈는데 한 달에 20여 일을 동거했다니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라며 기막혀 했다.

그렇다면 해룡사의 건물과 토지는 어떻게 정교수의 소유가 되었을까. 경산 스님에 따르면 지난 2007년 8월, 정교수의 학력 위조 사건이 터진 후 두 사람의 사이가 갈라졌고, 곧이어 정교수가 광주경찰서에 ‘사기죄’로 경산 스님을 고소하기에 이른다. 당시 경찰 신문 조서를 보면 정교수는 경산 스님에게 사찰 부지 매입비 5억4천여 만원과 운영비 2억6천여 만원 등을 빌려준 것으로 되어 있다. 이 돈을 갚지 않자 고소를 했다는 것이다.

경산 스님은 “정덕희씨가 나와 사귀면서 사찰 건축을 위해 거액의 시주금을 낸 것 외에도 용돈과 생활비 명목으로 많은 돈을 준 것은 사실이다. 내가 좋아서 준 것이어서 꼭 갚아야 할 돈은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나중에 양측이 ‘화해 조서’를 쓰고 합의하면서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었다.

경산 스님이 정교수 소유의 사찰 토지에 15억원의 근저당을 설정해주고, 해당 토지의 소유권 및 지상 건물을 모두 넘겨주는 것으로 화해 약정서와 화해 조서까지 만든 후 고소가 취하되었다.

그런데 지난 9월 경산 스님은, 정교수를 ‘주민등록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당시 정교수와 맺었던 화해 조서 등이 모두 허위라고 주장했다. 자신과 통정하면서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화해 약정을 체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정덕희 교수는, 자신은 모든 것을 법에 의해 정당하게 처리했다고 말한다. 사찰 토지와 건물 소유권 또한 법적 요건에 위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경산 스님을 사기로 고소한 건에 대해서도 ‘빌려준 돈을 갚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정교수는 “우리 패밀리(가족, 매니저, 친구)들은 서울 안암동에 있는 (경산 스님 소유의)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신분이 확실한 사람이라고 판단해 차용증을 쓰고 돈 거래를 했다. 어느 날 (경산 스님이) 머리를 박박 밀고 나타나서 ‘돈 갚을 형편이 안 되어 중이 되었다, 좋은 땅을 싸게 살 수 있다’라고 해서 해룡사 터로 나와 친구를 데리고 갔다. 나는 빌려준 돈을 이렇게라도 받게 되었다고 생각하며 다행스럽게 생각했다. 이후 땅 구입 자금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그렇게 8천평에 대한 땅값을 건넸다. (경산 스님이) 땅의 등기를 해준다고 하다가 차일피일 늦추기에 의심을 하던 중 2007년 9월 ‘최○○’라는 사람이 1억5천만원을 가압류시킨 등기를 보고 고소하게 된 것이다”라며 당시 사기죄로 고소한 배경을 설명했다.

정교수는 왜 자신의 주소지를 아무런 연고가 없는 광주시 초월읍 학동리로 이전한 것일까. 경산 스님측은 ‘토지 거래 허가를 받기 위한 불법 위장 전입’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정교수의 말은 다르다. “지난해 2월 주민등록 주소지를 해룡사로 옮겼다. 그동안 수차례 (경산 스님에게) 내용증명을 보내 건물을 비워달라고 했고, 지난 2월 말까지 나가기로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었다. 그래서 사찰로 들어갈 수 없어서, 임시 거처로 학동리로 옮기게 된 것이다. 경찰 조사에서도 무혐의가 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정교수의 ‘주민등록법 위반’ 고소 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서초경찰서 형사4팀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로 검찰에 송치했고, 검사 사인도 받았다”라고 말했다.

▲ 경기도 광주시 학동리의 한 주택에 전입한 정덕희 교수 의 방. ⓒ시사저널 유장훈

신도들 “철거된 불상·연등 되돌려놔라”

지난 11월23일 <시사저널> 취재진은 정교수가 주민등록을 이전한 학동리 마을을 찾아갔고, 집주인의 허락을 얻어 정교수의 거처를 살펴보았다. 거기에는 정교수의 사진 액자가 걸려 있었고, 저서와 옷가지 등이 있었다. 하지만 정교수의 가족(4명)이 기거하기에는 방이 턱없이 비좁았고, 집주인은 “남편이 가끔 찾아오기는 했으나 잠을 자지 않았고, 아이들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다만, 정교수는 가끔 잠을 잔다”라고 말했다. 현행법상 토지 거래 허가를 얻기 위해서는 전 가족이 1년간 해당 거주지에 거주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다.

경산 스님은 정교수가 광주시청에 제출한 사찰 토지 관련 서류가 위조되었다며 지난 11월27일 그녀를 검찰에 고소했다. 토지거래계약허가신청서에 날인된 자신의 도장이 위조되었고, 공동산림경영계획서(동의서)에 날인된 토지 공동 소유자 열 명 중 세 명이 사망자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교수는 “토지 공동 소유자들이 모두 협조해주었다. 망자들이 없으면 자손들이 찍어주면 되는 것 아니냐”라며 즉답을 피했다.

행복전도사 정덕희 교수는 우리 사회 곳곳에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하며 유명세를 탔다. 그녀의 강의에 열광한 수많은 사람은 정교수의 팬이 되었다. 그녀는 또 어려운 가정 환경에서 태어나 가난을 딛고 당당하게 성공하면서 수많은 여성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었다. 그동안 몇 차례 남편과의 ‘이혼설’이 있었으나 그때마다 “부부 사이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라고 직접 해명한 바 있다. 이런 정교수가 승려와 은밀한 관계였다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사찰의 주지가 유부녀와 통정했다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인 것은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감정 대립으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해룡사 신도들이다. 신성해야 할 불상과 가족의 축원을 빌면서 단 연등이 용역 직원들에 의해 철거되자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분노하고 있다. 신도 회장을 비롯한 해룡사 신도 43명은 지난 11월16일 정덕희 교수와 경산 스님 등 3명에게 내용증명 한 통을 보냈다. 두 사람의 감정 대립 때문에 부처님이 훼손되는 악몽 같은 일이 발생했다며, 법당을 원상 회복해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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