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황제’ 노리는 이방인들 무엇을 믿고 설쳐대는가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09.12.15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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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조직폭력 단체, 상당수 들어와 세력 확장 꾀해…외국인 범죄, 조직·집단화되고 조직 간 다툼도 빈번

ⓒ시사저널 임영무


‘차이나타운’ ‘무슬림 거리’ ‘나이지리아 거리’ ‘일본인 마을’ ‘몽골 타워’. 서울에 있는 외국인 마을의 지명이나 거리들이다. 특정 국가의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다고 해서 붙여졌다. 전국 각 시도에서도 ‘외국인 마을’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만큼 외국인의 집단 거주지가 늘어나고 있음을 반증한다. 실제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지난 2007년을 기점으로 100만명을 넘어섰고, 외국인 정착민도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말에는 국내에 정착한 외국인이 1백15만5천6백54명에 달했다. 중국계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그 다음이 미국, 베트남, 필리핀 순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이들의 범죄도 계속 증가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01년에 4천3백28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지난해에는 약 다섯 배가 늘어난 2만6백23건이다. 범죄자 유형도 지난해까지는 문서 위조, 여권 위·변조, 불법 출입국 알선 등의 지능범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올해(8월 말 기준)는 폭력범(3천4백77명)이 지능범(3천4백41명)을 상회하면서 살인, 강도, 강간 등 강력 사건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외국인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은 서울, 경기, 인천, 경남, 부산 순이며, 이곳에서 약 79.2%가 일어났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외국인 범죄가 점차 조직·집단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는 이미 해외 조직폭력 단체가 상당수 들어와 있고, 이들은 외국인 집단 거주지를 근거지로 해서 세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 자생한 외국의 군소 폭력 조직까지 합치면 그 숫자가 수십 개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조직 간에는 영토를 확장하기 위해 치열하게 세력을 다투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외국계 폭력 조직은 중국 흑사회의 분파인 ‘연변 흑사파’이다. 중국 흑사회(어둠의 자식들)는 원래 중국 본토의 폭력 조직을 통칭하는 말이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폭력 조직들은 대부분 중국 흑사회의 분파이다. 현재 연변 흑사파는 서울 가리봉동과 경기도 안산 원곡동은 물론 전국의 차이나타운을 완전히 장악했으며, 다른 지역으로 세력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연변 흑사파가 차이나타운을 장악한 것은 불과 2년 전이다. 원래 이곳에서는 흑룡강 출신의 ‘흑룡강파’와 연변 출신 ‘연변 흑사파’가 양대 분파를 형성하고 있었다. 국내 차이나타운을 먼저 장악한 것은 흑룡강파이다. 이들은 2005년 7월을 기점으로 연변 흑사파에 밀리기 전까지 차이나타운의 맹주였다. 하지만 연변 흑사파가 세력을 확장하면서 양대 조직은 패권 싸움을 벌였다.

대부분 불법체류자 신분이라 신원 파악·지문 감식 어려워

▲ 지난해 11월30일 서울역 광장에서 외국인노동자대책시민연대의 한 회원이 불법체류자들의 추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연변 흑사파는 군소 조직들을 통합하거나 자기들 세력권에 두며 차이나타운을 장악해갔다.

연변 흑사파는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실체 파악이 어렵다. 조직원들은 낮에는 유흥업소 종업원이나 공사장 인부로 활동하면서 위장하고 있다가 유사시에 모여든다. 이들은 유흥업소 관리, 공사 현장 이권 개입, 노래방·마작방·사행성 오락장 운영, 청부 폭력, 보이스피싱, 금융 사기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는 점이다. 현재 국내에는 19만여 명의 불법체류자가 있다.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8만6천9백42명이 중국계이다. 정부는 오는 2012년까지 불법체류자들의 숫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한편으로는 ‘고용허가제’ 등을 통해 불법체류자를 합법체류자로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불법체류자 문제는 여전히 동전의 양면과 같다.

불법체류자들은 밀입국하거나 호적 세탁 등을 해 들어올 경우 범행을 저질러도 신원 파악이나 지문 감식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범행 현장에서 지문을 채취해도 추적할 수 없다.

연변 흑사파는 국내 폭력 조직과도 연계되어 있다. 국내 폭력 단체는 흑사파를 앞세워 중국 본토와의 연결을 시도하고, 흑사파는 국내 폭력 단체를 보호망으로 삼으며 세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장영권 반장은 지난해 4월 가리봉동에서 중국 조폭에 대한 소탕 작전을 벌인 뒤 기자에게 의미 있는 말을 남겼다. “양국 조직이 밀월 관계를 통해 세력을 확대하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서로의 등에 칼을 꽂을 것이다. 향후 2~3년 안에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그때가 되면 흑사파와 국내 조직폭력 단체들 간에 치열한 영역 다툼이 벌어질 것이다”라고 말했었다. 경찰이나 국정원 등 관계 당국에서 이들의 동태를 예의 주시하는 이유이다.

차이나타운에 연변 흑사파가 있다면 서울 이태원 나이지리아 거리에는 나이지리아 조폭인 ‘이태원파’가 있다. 원래 이태원은 영어권 사람들의 생활 무대였으나, 이곳 상권이 붕괴되면서 영어권 사람들이 떠난 자리에 아프리카인들이 모여들었다.

이들 대다수는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단속을 피해 극히 폐쇄적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낮에는 옷 등 생활필수품을 대량으로 구입해 자국에 파는 ‘보따리 무역’을 하다가 밤에 이태원에 몰려든다. 이태원파는 실체를 숨기면서 유흥가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리카 지역의 값싼 대마초를 대량으로 밀반입해서 국내에 판매하는 것도 주요 사업 중 하나이다.

자국민들의 집단 거주지에서 불법체류자 상대로 범죄 일삼기도

방글라데시인들이 조직한 ‘군다’는 자국민들 사이에 악명을 떨쳤다. 군다는 지난 4월까지 수원과 안산 지역 등 자국민들의 집단 거주 지역에서 불법체류자들을 상대로 금품을 빼앗고 불법 환치기를 해 오다가 경찰에 적발되었다. 이들은 지난 2007년 1월쯤 국내에 입국해 불법체류 중인 방글라데시인 2백50여 명에게 “불법체류 사실을 신고하겠다”라며 협박하고 폭행하는 수법으로 1인당 30만~40만원씩을 갈취했으며, 피해자들이 본국으로 돈을 송금할 때 자신들을 통해 송금할 것을 요구해 5~10%의 수수료를 받아 챙기기도 했다.

베트남 북부 하노이에 기반을 둔 폭력 조직 ‘하노이파’도 국내에 들어왔다. 국내에 있는 베트남인은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숫자가 많다. 그러자 본토 조직폭력 단체들이 국내에 거점을 확보하며 진출했다. 이들은 자국민들 상대로 금품을 갈취하며 악행을 저지르다가 일부 조직원들이 지난 8월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베트남 여성들을 납치해 “성매매 업소에 팔아넘기겠다”라며 돈을 뜯거나 자국 폭력 조직들끼리 영역 다툼을 벌이다 서로 상대방 조직원을 납치·폭행하고 몸값을 뜯어내기도 했다. 경찰은 이들을 모두 강제 추방했다. 이 밖에도 태국, 필리핀, 파키스탄 등의 신흥 조직폭력배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외국인 범죄 조직은 국내에 거주하는 자국민을 상대로 고리 사채업이나 불법 도박을 하고 있으며 높은 이율의 사채를 주며, 감금·폭행 등 온갖 잔인한 방법으로 돈을 갈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구치소나 교도소에 수감 중인 외국인 수는 지난 2001년 2백51명이었으나 2005년 3백48명, 2008년 8백21명이며 올해에는 8월 말 현재 1천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외국인 범죄가 급증하자 사법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검찰청은 지난 10월27일 검찰·경찰·관세청 등으로 구성된 ‘외국인 조직 범죄 합동수사본부’를 발족했다. 합수부는 앞으로 외국인 조직 범죄 동향을 수집해 분석하고 전국의 수사 상황을 점검하게 된다.

이동희 경찰대 교수는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국내에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해 정보 수집을 통해 철저히 심사하는 체계가 정비되어야 하고, 범행 후 도피 중이거나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이 큰 외국인은 사전에 입국을 차단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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