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에까지 뻗친 고용 불안 신조어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0.02.02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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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 유장훈
올해 2월 서울의 한 대학을 졸업하는 대학생 김한석씨(27)는 아직까지 일자리를 찾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0여 곳에 입사 원서를 냈지만 번번이 쓴잔을 마셨다. 김씨는 이대로 가면 영락없이 ‘졸업 백수’ 신세를 면치 못하게 생겼다.

그런데 김씨는 최근 학교에서 이상한 광경을 자주 목격했다. 지난해 학교를 졸업한 선배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더니 지금은 5~6명으로 늘어난 것이다. 처음에는 학교에 볼 일이 있어서 오는 줄로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었다. 이들은 모두 ‘이퇴백’들이었다. 일단 급한 마음에 아무 곳에나 취업을 했지만 적성이나 근무 조건이 맞지 않아 다시 나온 20대들인 것이다.

요즘 대학가에서는 이런 ‘이퇴백’들을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한때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이라는 말이 유행이었으나 지금은 ‘이퇴백’으로 진화한 것이다. 경기 불황과 취업 한파가 낳은 불운한 20대의 초상이다.

이처럼 각종 유행어나 신조어들은 그 사회의 세태를 풍자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불러온 대규모 감원과 실업 사태가 몰고 온 ‘조기 퇴직’ 유행어들도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오륙도’(50~60대에 계속 회사를 다니면 도둑놈)가 ‘삼팔선’(38세가 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되더니 어느새 ‘삼초땡’(30대 초반이면 명예 퇴직을 생각해야 한다)으로 나이 대가 더욱 낮아졌다.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 퇴직), ‘황태’(황당한 퇴직), ‘동태’(한겨울에 명예 퇴직) 등은 직장인들에게는 고전에 가까운 유행어들이다.

취업과 고용 불안을 빗댄 신조어들은 대학생과 직장인뿐만 아니라 10대 청소년들에게까지 옮겨가고 있다. ‘삼일절’(31세까지 취업 못하면 취업 길이 막힌다)-‘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십오야’(15세만 되면 앞날이 캄캄해진다)-‘십장생’(10대도 장차 백수가 될 것을 생각해야 한다)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고용 불안에 떨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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