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방위에 뻗은 ‘명불허전 인맥’
  • 이춘삼 | 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0.06.08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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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기획 시리즈 - 한국의 신 인맥 지도 | 경기고Ⅱ

▲ 경기고 내에 있는 100주년 기념관.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경기고 교정에는 개교 100주년의 의미를 새기는  ‘100주년 기념관’이 들어서 있는데 건물 초입에 기념관 건립을 위해 성금을 기탁한 동문들 이름을 새긴 동판이 걸려 있다.

이들 중 5천만원 이상을 낸 20명 가운데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52), 박용오 전 두산 회장(52),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55), 이수영 OCI 회장(56), 박용현 두산 회장(58),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62), 설원봉 TS그룹 회장(63),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63), 김승연 한화 회장(66),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68), 박용만 두산 회장(69), 김호연 빙그레 회장(69)의 이름이 보인다. 그만큼 경기고 동문 가운데는 ‘짱짱한’ 재력가가 많다. 이들 중에는 명문 집안에서 이른바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사람들과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고루 섞여 있는 편이다.


박두병 전 두산그룹 회장, 구태회 LG그룹 창업고문, 허정구 전 삼양통상 회장, 조홍제 효성그룹 창업자, 김종희 전 한화그룹 회장,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 김인득 전 벽산그룹 회장, 신덕균 전 고려산업 회장, 이회림 전 동양화학 회장, 김진만 전 국회 부의장, 최종환 삼환기업 명예회장,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 같은 재계 지도자들의 자제로서 우수한 두뇌와 재력, 다양한 혼맥을 바탕으로 정·관계, 재계, 법조계, 언론계에 탄탄한 인맥을 구축하고 있는 세력이 바로 경기고 출신들이다. 전경련의 조석래 회장(50), 대한상의 손경식 회장(54), 경영자총협회 이수영 회장(56) 등 5개 단체 중에서도 비중 있는 3개 단체의 장을 경기고 출신들이 맡고 있는 것도 이들의 위상을 잘 말해준다.

조홍제 효성물산 창업주의 장남인 조석래 회장은 일본 와세다 대학 응용화학과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 공대에서 화공학 석사를 받은 엔지니어 출신으로 효성물산, 동양나이론, 효성중공업을 거치면서 최고경영자의 길을 걸었다. 효성 대표이사 회장으로서 2007년 3월 전경련 31대 회장에 추대된 후 2009년 2월 재선임되었다. 동생인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과 조욱래 전 효성기계 회장이 모두 경기고 동문이고, 세 아들도 효성에 근무하고 있다. 손경식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은행원으로 출발해 삼성화재해상보험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CJ 대표이사 회장에 오른 전문 경영인이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으며 ‘자랑스러운 서울대 법대인상’ ‘자랑스러운 서울대인상’을 수상했다. 이수영 회장은 전형적 개성 상인인 이회림 동양화학 설립자의 장남이다. 

경기고 63회에는 재계 인물이 많다. 김용덕 영풍 대표이사 사장, 김현철 전 삼미아틀라스 회장, 설원봉 TS그룹 회장, 이상철 LG텔레콤 부회장, 재무부 출신의 이우철 생명보험협회 회장, 조욱래 전 효성기계 회장, 검사 출신의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그들이다.

금융계에서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가장 두드러진 인물이다. 김총재는 서울대 상대를 함께 다닌 정운찬 총리,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장관(작고)과 함께 경기고 62회가 낳은 3대 천재로 불린다.

지난 5월17일 오명 건국대 총장의 초청으로 경기고 출신 전·현직 대학 총장들의 친목 모임이 열린 적이 있다. 이 자리에는 오총장을 포함해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현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장), 이동 전 서울시립대 총장, 고건 전 명지대 총장(현 사회통합위원회 위원장), 김기주 전 서울교육대 총장, 선우중호 전 서울대 총장(현 광주과학기술원장), 민수홍 전 한라대 총장, 안병만 전 한국외대 총장(현 교육과학기술부장관), 박태원 전 인하대 총장, 이관 전 울산대 총장, 구본호 전 울산대 총장, 이면영 전 홍익대 총장(이상 무순) 등이 참석했다. 이들 말고도 이장무 서울대 총장, 백성기 포스텍 총장, 울산대 총장, 장호성 단국대 총장, 류기일 극동대 총장 등 경기고 출신 현직 총장이 여러 명 있다. 경기고 출신 대학 교수 숫자를 집계한 자료를 확보하지는 못했으나 전국 대학에서 강의를 맡고 있는 교수 숫자는 엄청날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적 학자 등 ‘천재급 두뇌’ 수두룩

경기고가 낳은 세계적인 천재 물리학자로서 큰 기대를 모았던 이휘소 전 미국 시카고 대학 교수에 대해서는, 42세의 젊은 나이에 맞은 뜻하지 않은 죽음을 둘러싸고 지금까지도 사인을 규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임지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는 지난해 서울대 사상 두 번째 한국인 석좌교수로 선정되었다. 임교수는 탄소 나노 소재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매년 노벨물리학상의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어왔다. 고려대 탄생의 산파 역을 맡았던 현상윤 고려대 초대 총장(한국전쟁 때 납북)의 손자 3형제도 ‘천재’라는 평을 듣는다. 맏형인 현재천 전 고려대 화공생명공학과 교수와 막내인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 경기고 동창이고, 가운데 현재민 한국과학기술원 기계공학과 교수는 서울고 출신이다.

경기고 출신 중에는 언론계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물도 적지 않다. 다년간 AP통신 특파원을 역임한 구삼열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는 첼리스트 정명화씨의 남편으로도 유명하다.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과 김인규 KBS 사장이 경기고 64회 동기이고, 66회인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회장은 장인이 정진기 매일경제신문 창업주이다.

그 밖에 문화예술계·체육계 등에서도 나름으로 일가를 이룬 인물들도 많다. 김집 전 대한체육회 훈련원장은 경북대 의대를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이다. 소아과 개업의를 하다가 경북체육회와 인연을 맺어 대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 대한 스포츠의학회장, 88 서울올림픽 한국대표선수단장을 지냈고 국회의원과 체육부장관도 역임했다.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 예술감독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경력이 이채롭다. 경기고 출신으로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얼마 전 타계한 작곡가 박춘석씨의 부음은 그를 아끼던 많은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남겼다. 역시 2006년에 세상을 떠난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는 독보적인 자리를 지키며 천재라는 찬사를 받았다.

<미워도 다시 한번>으로 뭇 영화팬들을 울렸던 정소영 감독, 오랜 관록을 자랑하는 성우 오승룡씨, 중견 배우 신구씨가 동문이다. 김동건 한국아나운서클럽 회장, 판소리꾼 임진택씨도 있다. 또, 현재에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탤런트 한진희·정한용 씨가 있고, 걸쭉한 음성의 가수 김도향씨, 송창식씨와 함께 트윈폴리오로 팝계에 이름을 드날린 윤형주씨, <아침이슬>의 작곡자로 한 시대를 풍미한 김민기씨 등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인물들이다. 그리고 듀오 ‘클론’의 멤버 강원래씨와 구준엽씨는 현란한 몸동작과 신바람 나는 노래로 젊은 층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체육인 중에도 내로라하는 인물이 여러 명 있다. 빙상의 김기훈·김동성 선수가 국가의 명예를 빛냈고, 수영의 박태환 선수는 세계가 한국을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도서출판 ‘삶과 꿈’ 대표 김용원씨는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역임하고 출판 일을 시작했다. 고세현 창작과 비평 사장은 대학 졸업 후 그 회사에 편집자로 들어가 한 우물을 판 끝에 사장이 되었다.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프로 기사(棋士)가 된 홍종현씨, 소설가로 변신한 조성기씨 등의 활약도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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