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가 ‘미스터 아프리카’ 됐나
  • 김지영 (young@sisapress.com)
  • 승인 2010.06.29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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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준 국무차장, 에너지 자원 확보 위해 ‘실세 외교’ 분주…MB의 ‘제2 중동 신화’ 창조에 앞장 서 눈길

 

▲ 박영준 국무차장(왼쪽)이 지난해 8월 가나를 방문, 존 드라마니 마하마 부통령과 유전 개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왕(王) 차관’으로 불리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차관급)의 아프리카 방문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박차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6월30일 독립 50주년을 맞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기념 행사에 참석한다. 이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을 지낸 박차장은 이대통령의 당선자 시절에 인수위원회 비서실의 총괄조정팀장을 맡은 데 이어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을 지낸 핵심 측근이다. 당시 그의 막강한 파워를 빗대 ‘왕 비서관’이라는 별칭까지 따라붙었다.

2008년 촛불 정국 때 잠시 하차했다가 지난해 1월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으로 현직에 복귀한 이후 그는 여전히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만큼 그의 대외 행보 역시 신중하다. 그런 와중에서 지난해 8월부터 두 차례에 걸쳐 아프리카 가나와 콩고, 남아공, 탄자니아, 카메룬 등을 두루 방문했다는 점은 또 다른 이목을 끈다. 아프리카의 에너지 자원 외교가 출장의 목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도로와 상수도 건설을 비롯해 원자로와 항만 등 인프라 구축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콩고 방문까지 합치면 1년 동안 세 차례나 아프리카를 다녀오는 셈이다. 총리실 안팎에서 ‘미스터 아프리카’라는 별명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그런 외교 업무를 청와대나 외교부 등 관련 부처가 맡지 않고, 왜 총리실 소속의 박차장이 담당하느냐고 의문시한다. 총리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인사는 “이대통령은 자원 외교에 상당히 역점을 두고 있다. 핵심 측근인 이상득 의원이 중남미 지역을, 박차장이 아프리카를 각각 담당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차기 국무총리실장” 관측도 나돌아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이대통령의 관심은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를 아프리카 협력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의지도 피력한 바 있다. 아프리카는 ‘천연 자원의 보고’임에도 외국의 자본 투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에 주목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아프리카의 광산 등 자원 지역은 대체로 오지(奧地)에 위치해 있고, 각종 풍토병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어 외국 자본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맹점이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 출신인 이대통령은 중동 건설 현장 경험이 있어 ‘일하는 데 힘들기는 하겠지만 한번 해보자’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제2의 중동 신화’를 창조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최전선에 박차장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박차장이 아프리카를 담당하게 되었을까. 앞서 언급한, 총리실에 정통한 인사는 “아프리카 정부들에게 ‘우리가 이 광산 등을 조차해서 개발하겠다’라고 제안하려면 우리 정부의 유력한 실세가 그것을 보증해주어야 한다. 그 적임자로 박차장이 낙점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에 대한 이대통령의 신임 정도와 그의 막강한 파워를 짐작할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여권 일각에서 7월로 예정된 개각에서 박차장이 국무총리실장(장관급)으로 승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데에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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