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등 떠미는 고리대금의 ‘검은손’
  • 안성모 (asm@sisapress.com)
  • 승인 2010.07.20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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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 여성들을 해외 원정 성매매로 내모는 고리대금업자들의 사채 빚은 말 그대로 ‘밑 빠진 독’이다. 한 번 돈을 빌리면 일을 하더라도 좀처럼 갚기가 힘들다. 업소 여성들은 자신을 관리하는 이른바 ‘멤버’를 통해 돈을 빌린다. 보통 연 1백50~2백50%에 이르는 높은 이자에다 10~20%나 되는 수수료를 떼지만, 빌릴 당시에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을 하면 충분히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주 돈을 갚지 않으면 원금에 이자가 더해지고,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은 금세 빌린 돈의 곱절이 된다. 여기에다 사채업자들은 돈을 절반 정도 갚으면 다시 돈을 빌려주는 속칭 ‘기리’를 해주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수수료를 뗀다. 이런 식으로 갚고 빌리기를 반복하다 보면 나중에는 자신이 실제 갚아야 할 돈이 얼마인지도 모르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고리대금업자들은 업소 여성들이 돈을 빌릴 때 가족의 주소와 약도, 전화번호 등을 적게 하거나, 이를 확인하기 위해 주민등록 초본을 떼어오도록 한다. 또 업소 여성들 간에 상호 연대 보증을 서도록 해 돈을 갚기 전에는 꼼짝달싹 못 하도록 묶어둔다. 빚이 불어나 2천만~3천만원가량 쌓이면 이를 이용해 협박과 회유에 나선다. ‘집에 찾아가 부모에게 대신 돈을 받아내겠다. 가족에게 술집에서 무슨 짓을 하는지 다 알리겠다’라고 윽박지르기도 하고, ‘여기서 어떻게 돈을 갚을 수 있겠나. 차라리 해외로 나가서 몇 달만 고생하고 와라’라고 달래기도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업소 여성들은 결국 외국행을 결심할 수밖 에 없다. 일본의 경우 보통 석 달 동안 일하는 조건으로 2천만~ 3천만원을 미리 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본인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한 푼도 없다. 이 돈이 고리대금업자에게 진 빚을 갚는 데 고스란히 들어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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