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끌어당기는 본능적 능력 갖춰야”
  • 김진령 (jy@sisapress.com)
  • 승인 2011.05.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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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호 ‘나가수’ 자문위원단장 인터뷰 / “가창력이 노래의 전부는 아니다”

ⓒ시사저널 이종현

장기호 교수(50)의 현직은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 학과장이다. 음악팬이라면 밴드 ‘빛과 소금’의 보컬로서 <샴푸의 요정> 같은 세련된 음악을 작곡한 사람이자 가수로 기억할 것이다. 지금 대다수의 사람은 그를 <나는 가수다>의 자문위원단 단장으로 알고 있다. 미각(美脚)이나 식스팩 퍼포먼스를 벌이는 아이돌이 휩쓰는 음원 차트에서 누가 임재범·이소라·김범수·박정현 같은 가수의 노래가 ‘차트 올킬’이라는 신조어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었을까. 

장교수는 “해외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난리가 났다더라. 대중이 우리 음악에 얼마나 목말라 했는지 느꼈다. 가수들도 자신의 잠재력을 스스로 깨닫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나는 가수다>와는 어떻게 연결되었나?

실용음악과 교수이니 음악과 관련된 질문이나 부탁이 많이 들어온다. 표절 판정 시비도 해주고. 진지하게 음악을 보여주기 위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며 나에게 연락했다. 내 의견이 받아들여진다면 해보겠다고 전했더니 좋다고 하더라.

순위를 매기는 양식이 적절한 것인가?

<나는 가수다>에 나오는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것은 논외의 문제이다. 가수가 한 주 동안 뮤지션과 소통을 통해서 노래를 얼마나 창의적으로 만들어 자기 것으로 소화했느냐, 그것이 무대에서 대중에게 얼마만큼 다가갈 수 있느냐를 따진다. 우리는 이런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청중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도 전문가는 나쁘게 볼 수도 있다. 그런 예를 보여주면서 실제 음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기성 가수가 매너리즘을 극복하는 유일한 장치가 서바이벌이다.  

나이대별로 청중 평가단을 만들어 놓았지만 장르에 대한 호불호 등 쏠림 현상이 있을 수 있는데.

가능하면 공정하게 평가단을 뽑는다. 대중이 어디서 뜨겁게 반응하는지는 알 수 없다. 예상 밖의 투표 결과가 많다. 임재범은 10대는 모르는 가수라 10대 표는 안 나올 것으로 예상했는데 꽤 얻더라. 현장 퍼포먼스도 반영된다는 이야기이다.

자문위원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우리는 어떤 가수가 나오면 좋겠고 어떤 노래를 부르면 좋겠다는 식으로 여러 가지 자료를 제작진에게 제공한다. 결정은 제작진이 한다.

임재범 무대를 보고 유독 우는 사람이 많더라.

내가 보기에 임재범은 타고난 소리꾼이다. 인간을 본능적으로 끌어당기는 능력이 아닐까 싶다. 대가들 중에는 박자가 흔들리고 호흡이 불안하고 음정이 흔들리는 그런 사람이 많다. 그런데 그것이 우리 마음을 파고든다. 노래하는 기술은 기술일 뿐이지 실제로 우리 마음에 들어오는 내용은 다른 것이다. 내가 음정을 강조하고 호흡을 강조하면 그 노래의 테크닉을 자랑하는 것이지 노래를 전해주는 것이 아니다. 그 노래를 들었을 때 사랑을 느끼고 슬픔을 느끼게 하는 것이 가수이지 가창력을 자랑하는 것이 가수가 아니다. 산울림의 김창완이나 루시드폴을 보라. 그 사람의 가창력을 평가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나가수의 참여 가수 폭을 넓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신만의 음악적 표현으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는 것이 가수의 미션이다. 노래에서는 가창력이 전부가 아니다.

가수들의 반응은?

두려워한다. 하겠다는 가수가 많지 않다. 평가받는 것이 싫은가 보다. 그렇게 받아들이면 안 되는데…. 출연 가수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목이 턱턱 마를 정도로. TV에 긴장 안 하는 척하고 나올 뿐이다. 나는 출연 가수들이 굉장히 용기 있다고 본다.

출연 가수들에 대해 평을 좀 해달라.

YB는 팀워크가 참 좋고 윤도현은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수 있는 목소리를 갖고 있다.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다. 이소라는 내가 봤던 가수 중 흔들림이 없는 데에서 최고이다. 김범수는 그야말로 가창력이라는 테크닉을 음악적으로 잘 소화해내는 가수이다. 김연우는 부드러우면서도 터프하고 개성 있는 보이스를 갖고 있다. BMK는 언제 들어도 강한 힘을 느끼게 하는 정열적인 파워 보이스이다. 김건모는 자기 소리를 갖고 있는 실력 있는 가수이다. 두 번째 무대에서 본색을 보여주었다.

방송 이후 어떤 효과가 나오고 있나?

가수만의 경쟁이 아닌 연주자들도 경쟁하고 편곡자들도 아이디어 싸움을 하고 있다. 대중음악의 포장에만 신경 쓰다가 이제야 음악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 대중음악 자체가 발전하는 도화선이 되고 있다. 

장교수는 오는 6월11일 서울 소월아트홀에서 ‘빛과 소금’ 원년 멤버인 박성식(50·호서대 실용음악과 교수)씨와 함께 공연을 한다. 출발점인 가수로서 무대에 서는 것이다. 그에게 ‘나가수에서 나오라고 한다면?’이라는 질문을 던졌더니 “받아준다면 나올 수 있다(웃음)”라는 답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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