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등포 집창촌 업주 김성필씨의 손익계산서
  • 이규대 인턴기자 ()
  • 승인 2011.05.2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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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필씨가 영등포 집창촌 거리를 걷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영등포 집창촌의 업주인 김성필씨(가명·51)는 올해로 7년째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에 다녔고, 이후에는 골프 및 스키 장비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가게가 망하면서 8년간의 자영업자 생활도 막을 내렸다. 막막하게 생계 대책을 모색하던 그는 고향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2004년부터 성매매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씨는 현재 두 명의 성매매 여성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절반은 김씨가 갖는다. 성매매 여성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최대 3백만~4백만원, 최소 2백만~3백만원가량(한 달 기준)이다. 따라서 업주인 김씨는 한 달에 4백만~8백만원 사이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각종 운영비는 모두 김씨가 부담한다. 월세 80만원, 식비 60만~70만원, 기름값 60만~70만원, 전기세 20만~30만원, 주방아주머니 급료 1백20만원 등이다. 결국 업소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지출액은 5백만~6백만원에 달한다. 이를 넘어서는 수입이 있어야 ‘남는 장사’가 된다. 하지만 최근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겨우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적자가 발생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업소가 폐쇄되어 영업이 불가능한 지금, 김씨는 매달 5백만~6백만원씩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더구나 김씨는 5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상태이다. 일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선불금을 받은 후 도주해버리는 일명 ‘탕치기’ 때문이다. 선불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면 상대 여성측에서는 “경찰서로 갑시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성매매 행위에 대해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업주만 처벌하는 현행법을 악용한 것이다. 반복되는 ‘탕치기’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씨는 결국 폐병까지 얻었다. 몸에 세 번이나 칼을 대야 했다.

그렇다면 업주 노릇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김씨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가게라도 계속 잡고 있으니 돈을 (대출해) 준 사람들이 가만히 있다. 만약 가게를 접고 나가려고 하면 당장 돈을 내놓으라며 달려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돈을 충분히 번 업주들은 진작 이곳을 빠져나갔다. 남은 것은 김씨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영세업자들이다. 지금 그에게는 이곳에 머무르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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