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단속보다 벌금 폭탄이 더 무섭다”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5.2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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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의 속칭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기자가 업주에게 설문지를 건네고 있다. ⓒ시사저널 윤성허호

집창촌에서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공생 관계이다. 지난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기 전만 해도 업주가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구조였다. 성매매 수익금 거의 전부를 업주들이 차지했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업주와 아가씨들의 관계가 달라졌다.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종속 관계’에서 수평적인 ‘파트너 관계’로 바뀌었다. 그래서인지 업주들은 과거 착취를 상징하는 ‘포주’라는 용어를 극도로 싫어했다. <시사저널>이 서울의 집창촌 업주 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업주를 ‘포주’로 표기했다가 항의를 받았다.

이런 것은 설문 내용에서도 잘 나타났다. 업주들은 성매매 여성들과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66%가 ‘가족 같은 관계’라고 답했다. 그 다음으로 ‘평등 관계’가 32%였다. ‘종속 관계’라고 답한 업주는 한 명도 없었다. 성매매특별법이 집창촌 업주의 횡포를 막고, 성매매 여성들의 인권을 신장하는 데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주들의 수입은 4분의 1로 급감했다. 업주들의 93%는 성매매특별법 이후 수입이 ‘크게 줄었다’라고 답했으며, ‘변함없다’가 5%였다. ‘수입이 늘었다’라고 답한 업주도 한 명 있었다. 업주들은 수입 감소 폭에 대해 66%가 ‘70% 이상’이라고 답했다. 그 다음이 ‘50% 이상’이었고, ‘20% 이상’은 7%였다.

집창촌 업주의 수입은 보통 ‘아가씨’에 의해 좌우된다. 집창촌의 특성상 손님들이 외모를 보고 오기 때문에 아가씨의 외모와 나이에 따라 흑자와 적자의 경계를 넘나든다. 

업주들에게 한 달 평균 순수입이 얼마인지를 물었더니 ‘2백만~3백만원’(61%)이 가장 많았다. 아가씨 월급과 부대 경비를 모두 뺀 순수익이다. ‘1백50만원’(1명), ‘마이너스’(2명), ‘거의 없다’(1명), ‘현상 유지가 어렵다’(1명)라는 의견도 있었다.

여성 1~3명 고용해 5 대 5로 수익 분배

한 업소당 고용된 성매매 여성은 1~3명(86%)인 것으로 나타났다.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기간에 대해서는 전체의 93%가 ‘10년 이내’라고 답했다. 업소의 운영 형태에 대해 업주의 99%가 ‘월세’라고 답했고, 한 명은 땅주인은 따로 있고 건물만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성매매를 하다 적발되어 벌금을 맞으면 업주의 수입은 제로 상태가 된다.

미아리 텍사스촌에서 만난 한 업주는 “돈을 벌기는커녕 수백만 원의 벌금을 몇 차례 맞아 빚더미에 올랐다. 다른 업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라고 토로했다. 업주들에 따르면 한 업소당 1년에 3~4번 정도 단속에 걸려 벌금을 낸다고 했다.

이때 성매매 여성은 벌금을 내지 않지만 업주, 건물주, 마담은 각각 벌금을 내야 한다. 한 번 벌금을 맞을 때마다 1인당 5백만원 정도라고 한다. 한 업소에서 1천만원 이상을 벌금으로 물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여기에다 변호사를 선임할 경우 2천만원 이상이 든다.

때문에 업주들은 단속에 걸리는 것보다 ‘벌금 폭탄’을 더 두려워하고 있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처벌을 받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업주들의 72%가 처벌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 중 15%는 실형을 살았고, 76%는 벌금을 맞았다고 밝혔다.

요즘 집창촌의 달라진 풍경 중의 하나가 ‘선불금’이 거의 사라지고, 개념도 달라졌다는 것이다. 업주들의 86%가 ‘선불금을 주지 않고 있다’라고 했고, 14%만 ‘선불금을 준다’라고 했다. 선불금 액수는 평균 3백만~5백만원으로 나타났다.

선불금은 흔히 ‘마이킹’으로 불린다. 과거 집창촌에서의 ‘선불금’은 아가씨들에게 족쇄로 작용했다. 일정 금액을 빌려주고, 살인적인 이자를 붙여 그 돈을 전제로 자기 업소에 묶어놓는 올가미로 이용했던 것이다. 하지만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마이킹’에 의한 족쇄는 풀렸다.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집창촌에서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일도 없어졌다. 업주 가운데 99%가 ‘미성년자를 고용한 적이 없다’라고 답했고, 한 명만 ‘고용한 적이 있다’라고 밝혔다. 성매매특별법 이후 변종 성매매 업소를 운영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95%가 ‘없다’라고 답했다.

과거 집창촌 업주들과 단속 경찰들 사이에는 관행적인 검은 거래가 있었다. 단속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단속해도 눈감아 준다는 조건이다. 정기적으로 금품이나 성상납을 하기도 했다.

지금은 어떨까. 업주 99%는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단속 등을 무마하기 위해 돈이나 성상납을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상납 관행’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등포 집창촌의 한 업주는 ‘경찰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적이 있다’라고 답했다. 

또, 업주들은 폐업 이후의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았다. 응답자의 절반을 넘는 61%가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폐업을 하더라도 유사 성매매업을 하거나 외국으로 나가 성매매업을 하겠다는 업주가 31%나 되었다. 집창촌 폐지가 풍선 효과를 불러온다는 지적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 김성필씨가 영등포 집창촌 거리를 걷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영등포 집창촌의 업주인 김성필씨(가명·51)는 올해로 7년째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젊은 시절에는 직장에 다녔고, 이후에는 골프 및 스키 장비 가게를 운영했다. 그러나 가게가 망하면서 8년간의 자영업자 생활도 막을 내렸다. 막막하게 생계 대책을 모색하던 그는 고향 친구의 권유를 받아들여 2004년부터 성매매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김씨는 현재 두 명의 성매매 여성을 고용하고 있다. 이들이 벌어들이는 수입 중 절반은 김씨가 갖는다. 성매매 여성의 손에 쥐어지는 돈은 최대 3백만~4백만원, 최소 2백만~3백만원가량(한 달 기준)이다. 따라서 업주인 김씨는 한 달에 4백만~8백만원 사이의 수입을 기대할 수 있다. 각종 운영비는 모두 김씨가 부담한다. 월세 80만원, 식비 60만~70만원, 기름값 60만~70만원, 전기세 20만~30만원, 주방아주머니 급료 1백20만원 등이다. 결국 업소를 운영하기 위한 필수 지출액은 5백만~6백만원에 달한다. 이를 넘어서는 수입이 있어야 ‘남는 장사’가 된다. 하지만 최근 벌이는 시원치 않았다. 겨우 생활비를 충당할 정도가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적자가 발생할 때도 있었다. 그리고 업소가 폐쇄되어 영업이 불가능한 지금, 김씨는 매달 5백만~6백만원씩의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

더구나 김씨는 5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는 상태이다. 일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선불금을 받은 후 도주해버리는 일명 ‘탕치기’ 때문이다. 선불금을 돌려달라고 독촉하면 상대 여성측에서는 “경찰서로 갑시다”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성매매 행위에 대해 성매매 여성은 처벌하지 않고 업주만 처벌하는 현행법을 악용한 것이다. 반복되는 ‘탕치기’에 막대한 스트레스를 받은 김씨는 결국 폐병까지 얻었다. 몸에 세 번이나 칼을 대야 했다.

그렇다면 업주 노릇을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는 것이 좋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김씨는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입장이다. 이 가게라도 계속 잡고 있으니 돈을 (대출해) 준 사람들이 가만히 있다. 만약 가게를 접고 나가려고 하면 당장 돈을 내놓으라며 달려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돈을 충분히 번 업주들은 진작 이곳을 빠져나갔다. 남은 것은 김씨처럼 곤란한 상황에 처한 영세업자들이다. 지금 그에게는 이곳에 머무르는 것 이외의 대안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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