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신흥 조폭도 “돌격 앞으로!”
  • 정락인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06.07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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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방글라데시 조직 등 세력 다툼 벌이며 영역 확장…베트남계는 ‘정글도’ 등 사제 무기도 제조·소지

 

▲ 자국인을 상습 집단 폭행해 경찰에 검거된 스리랑카 폭력배들.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아시아계 신흥 조폭들이 무서운 기세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경찰에서는 태국의 ‘딸라타이’와 방글라데시 ‘군다’ 등을 적발하기도 했다. 물론 어느 나라의 어떤 조직이 얼마나 국내에 들어왔는지, 또 자생적인 조직은 무엇인지는 베일에 가려져 있다. 경찰이 지속적으로 단속하고 있지만 엄연한 한계가 존재한다.

여러 정황으로 보면 흑사회 등 국제 조직을 빼면 신흥 조폭들은 아직은 ‘패거리’ 정도의 세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이들이 인원과 자금을 불려가며 점차 조직 형태를 띠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아시아 조폭은 베트남계이다. 베트남계는 경기도 시흥과 안산 등 수도권의 외국인 밀집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4월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가 적발한 베트남 폭력배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은 외국인 밀집 지역 내 주점 등에서 베트남 노동자들 간 세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을 검거해 조사해보니 베트남 북부 ‘응해안’ 지역 출신의 노동자 16명이 세력을 규합해 자국의 ‘위에’ 지역 출신 노동자들에게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국내 외국인들 사이에서 자국 출신들끼리 세력 다툼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들을 검거한 경찰조차 혀를 내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공장과 기숙사 등에서 무시무시한 사제 무기가 나온 것이다. 오지용 국제범죄 수사1대장은 “이들은 출신 지역 간에 집단으로 싸움이 발생할 때를 대비해 철저하게 준비했다. 기숙사 내 창고나 캐비닛에서 정글도, 쇠파이프, 목검 등이 나왔는데, 공장에 있는 절삭용구와 글라인더 등을 이용해 만든 것이었다. 이 사제 무기들이 유사시 상대방을 폭행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흉기로 사용되고 있었다”라며 혀를 찼다. 베트남 폭력배들은 휴대전화 연락처 등을 관리하며 자기들끼리 결속을 다지고 있었다.

국정원에 따르면 최근 베트남 폭력 조직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호치민·하노이 등 출신지별로 세력을 규합하고 있다. 또 안산·시흥·김포 등 수도권은 물론 김해 등 전국 각지에서 정글도 등의 흉기를 소지하고 다닌다.

 

▲ 스리랑카 폭력배들의 공장 난입 폭력 행사 장면(맨 왼쪽). 베트남 폭력배에게 폭행당한 피해자(가운데)와 이들이 제작한 흉기들(맨 오른쪽). ⓒ경기지방경찰청 제공

 

마약 밀매·성매매 등으로 자금 확보

그러면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자국 노동자를 대상으로 ‘툭락’ 등 마약을 밀매하고 있다. 도박장 운영, 고리대금, 갈취, 채무자 납치 폭행, 자국인 결혼 이민 여성을 이용한 성매매 알선 등에도 나서고 있다. 올해 4월7일에는 김해에서 신종 마약을 판매하고, 성매매 알선에 나선 베트남인 등 10명이 국정원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파키스탄·방글라데시 출신 범죄자들은 위장 귀화를 하거나 D-8 비자를 악용하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국내에 입국하거나 체류하면서 지능적인 범죄 행각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밀입국을 알선하고 ‘무수초산’ 등 마약 원료 물질을 자국에 밀수출하거나 고가 중장비·무전기 헤드셋 등 전략 물자 밀수출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정원은, 하왈라 방식으로 국내에서 취득한 범죄 수익 등을 불법 송금하고 자국인 간 알력 다툼 과정에서 집단 폭력도 행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국인 범죄자들도 자금줄을 확보하며 세력을 넓히는 중이다. 이들은 자국산 마약인 ‘야바’를 밀반입해 판매하고 있다. 또 불법 도박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마사지 업소 내에서 성매매를 일삼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태국 인력 송출 조직과 연계해 현지 여성을 불법으로 공급받은 후 감금·폭행하며 성매매를 강요한 총책 등이 검거되었다. 지난 5월 경기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적발된 태국인 노동자 20여 명은 ‘못댕(태국어로 붉은 개미)’이라는 축구 모임을 결성해 자국인 노동자들을 상습적으로 집단 폭행했다. 경찰은 ‘못댕’이 축구 모임을 가장한 태국인 폭력 조직이라고 보고 있다.

이 밖에 조직의 세를 규합하기 위해 자국인을 상습 폭행한 스리랑카 폭력배가 있는가 하면, 식민 지배에 대한 반감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을 집단 폭행한 동티모르인도 있었다. 이들 모두 경찰이 적발해냈다.

콜롬비아 등 남미 범죄 조직까지 들어와

 

▲ 경기지방경찰청 국제범죄 수사1대장인 오지용 경정(왼쪽 세 번째)이 팀장들과 외국인 범죄에 대한 대책을 상의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오지용 경기청 국제범죄 수사1대장은 “몽골, 스리랑카, 베트남, 태국 등의 폭력배들을 검거해보면 현지에서 건달이었거나 범죄 전력이 있었다. 이런 사람들이 국내에 들어와서 자국인들과 함께 세를 규합해 폭력을 행사하고 있었다. 하지만 증거를 들이대도 발뺌하고 참고인이나 증인들을 대질시켜도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 성향이 있다”라며 수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콜롬비아 ‘프란테파’ 등 남미 범죄 조직도 국내에 들어와 있다. 이들은 위조 여권으로 입국한 후 은행·환전소 주변에서 현금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인 절도 행각에 나서고 있다. 국정원은 지난해 8월 서울 소재 환전소 업주 차량에서 2억2천2백만원을 훔친 콜롬비아 절도단 다섯 명을 적발했다.  

그렇다면 경찰은 외국인 폭력 조직에 대해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이재훈 경찰청 외사수사계장은 “외국인 밀집 지역이나 외국인 커뮤니티 등에서 외국인 폭력배가 활동하는지 실시간으로 점검하고 있다. 외국인 폭력배가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집중 관리해서 범죄 세력화를 사전에 차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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