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의 너른 바다에 꿈도 ‘출렁출렁’
  • 이춘삼│편집위원 (sisa@sisapress.com)
  • 승인 2011.06.28 17:1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의 특별 기획 시리즈 / 신 인맥 지도 | 강원 동해·삼척
▲ 강원도 동해시 추암 촛대바위 앞 바다 풍경. ⓒ연합뉴스

동해시와 삼척시의 현재 모습은 과거와 많이 다르다. 동해시는 1980년 옛 삼척군 북평읍과 명주군 묵호읍을 통합해 신설한 시이다. 역사가 겨우 21년밖에 되지 않는다. 삼척군의 일부가 떨어져나가 생긴 도시이므로 두 도시는 뿌리가 같다고 할 수 있다. 명주군의 여타 지역은 나중에 강릉 도농 복합도시로 흡수되었기 때문에 ‘명주군’이라는 이름은 더 이상 행정 구역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삼척시는 본래 삼척군으로 이어오다가 북평읍을 동해시로 내준 이듬해인 1981년에는 관내 장성읍과 황지읍을 분가시켜 태백시로 새 살림을 차리게 했고, 1986년에는 삼척읍이 삼척군과 분리해 삼척시로 독립했다. 1995년에 이르러 삼척군과 삼척시를 다시 통합해 오늘날과 같은 도농 복합 형태의 새로운 삼척시로 개편한 것이다.

동해시는 매년 인구가 줄어들고 있다. 1980년 시 개청 당시 10만1천7백99명이던 인구는 2000년 10만4천4백9명으로 정점을 이룬 후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05년에는 10만명 선이 무너지고 지난해 1월에는 9만5천명 선도 붕괴되었다. 지난해 7월 9만4천3백33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5월 말 현재 9만4천7백82명으로 늘어나 다소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사부 장군·자장율사 얼 서린 고장

시 당국은 줄어드는 인구를 붙잡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체 직원, 외지에서 공부하러 온 학생, 해군 장병들을 전입 지원금으로 유도하고 출산 장려금 지급, 공단 기업 유치와 일자리 창출 등으로 숫자를 늘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동해시에는 연간 5백만t의 생산 능력을 갖춘 쌍용양회 동해 공장을 필두로 시멘트 공업이 발달했다. 북평동에는 선박·기계, 합판, 펄프, 도자기 등을 중심으로 한 중화학 공업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한편, 삼척시의 인구는 지난해 10월 말 현재 7만2천5백99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삼척은 의미 있는 두 인물이 태어난 고장이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에 등장하는 이사부 장군이 그중의 하나이다. 신라 시대 장군이었던 그는 512년 하슬라주(지금의 강릉)를 다스리면서 우산국(울릉도)을 정벌한 인물이다. 또 한 사람은 신라의 고승인 자장율사이다. 선덕여왕이 대보(臺輔)의 벼슬을 내리려 했으나 사양하고 승려가 되었다. 636년 10여 명의 제자와 함께 당(唐)의 우타이 산에 가 기도하고 가사 한 벌과 사리 100과를 얻었으며, 643년 장경을 가지고 귀국했다. 분황사와 황룡사의 주지로 있으면서 대승경률론, 보살계본 등을 폈다. 통도사를 비롯해 각처에 10여 군데 사찰과 불탑을 세워 불교를 중흥시켰다.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 가운데 최연희(무소속)·황영철(한나라당·홍천 횡성)·허천(한나라당·춘천) 의원이 지난 6월22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제18대 국회 대한민국 헌정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국정감사 NGO모니터단의 주관단체인 법률소비자연맹이 지난 3년 동안 국회의원의 의정 활동에 대한 객관적 지표인 본회의 및 상임위 출석률, 법안 발의 현황, 우수 국정감사 의원 선정 현황 등 10가지 지표를 계량화해서 종합 평가한 것이다.

국회의원 선거구는 15대까지 삼척시와 동해시, 2개 선거구로 분리되어 있었다. 15대 때 삼척에서는 장을병 전 성균관대 총장(작고)이 당선되었고, 동해에서는 최연희 의원이 초선 의원(신한국당)으로 이름을 올렸었다. 16대부터 동해·삼척 선거구로 합쳐졌다.

동해에서 태어난 최의원은 고향에서 중학교까지 다니고 서울고로 진학했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잠시 판사 생활을 했으나 곧 검찰로 방향을 바꿨다. 대검 공안2과장을 지낸 공안통으로 분류되며 청와대 사정비서관, 민정비서관을 지냈다. 춘천지검 차장검사를 마지막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997년 11월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한나라당으로 합당해 한나라당 소속으로 있었다. 17대 국회까지 3선을 기록하며 국회 법사위원장과 한나라당 사무총장 등 당과 국회의 요직을 맡아 주목을 받아오던 중 성 추문이라는 뜻밖의 암초에 부딪쳤다. 세간의 질타에 직면한 그는, 당직 사퇴와 당적 포기로 사죄의 뜻을 표시했다.

결국 17대 국회 중반인 2006년 2월부터 무소속 의원으로 남게 된 그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는 “지역 발전을 위해 대단히 노력하고 고생하는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놓은 터였다. 이는 18대 총선에서의 득표율로 알 수 있다. 지역 유권자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한 그에게 47%의 득표로 당선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강원도 국회의원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그가 지역에 봉사하는 진정한 일꾼으로 재평가받기를 희망하는 지역민이 많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이 지역에 출마했던 정인억 후보는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정보통신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있다. 그가 한나라당 동해·삼척 당협위원장을 지낼 때 치러진 제5회 동시지방선거에서 지구당 관리에 부적절한 처신이 있었던 것으로 결론 지어져 당협위원장이 현재의 이이재 위원장으로 교체되었다.

이위원장은 동해 출신으로 용산고-명지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한나라당 강원도지사 선대위 기획단장, 서울시체육회 사무처장을 지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한 적이 있다. 공천 경쟁에서 탈락한 후 지식경제부 한국광해관리공단 이사장으로 있다가 지난 4월 당협위원장에 임명되었다.

이 지역의 또 다른 한나라당 주요 인사로는 박성덕 변호사가 있다. 동해시에서 변호사 사무실을 갖고 있는 그는, 한나라당 중앙위원회 공익법무분과위원장을 맡고 있다.

동부그룹의 뿌리를 키워내다 

▲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국도변 고갯마루에서 내려다본 용화해수욕장. ⓒ뉴스뱅크이미지

이 지역에서 정치에 뜻을 두고 있는 그 밖의 인물로는 안호성 한나라당 국민소통위원회 부위원장(전 코레일 감사)이 있다. 삼척 출신으로 삼척에서 초·중·고교를 다닌 후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했다. 국세청에 근무하던 중 행정고시에 합격해 강원도청에서 근무했고, 감사원으로 자리를 옮겨 감사관을 지냈다. 17대 총선 때에는 동해·삼척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했고, 국민체육진흥공단 상임고문과 코레일 감사를 지냈다. 18대 총선에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으나 불발에 그치고 5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삼척시장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다른 예상 인물들이 모두 동해 출신임에 비해 그가 삼척 출신이라는 점이 유독 주목되고 있다.  

지역의 3개 기초자치단체장이 모두 고향 사람이다. 김학기 동해시장은 동해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그곳에서 다닌 토박이이다. 후에 직장 생활을 하며 한국방송통신대 행정학과를 다녔고, 연세대와 강원대에서 행정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처음 삼척군청에 하위직 공무원으로 들어간 그는 강원도청과 내무부, 행정자치부에서 근무를 마친 뒤 4회 지방선거에 출마해 동해시장에 당선되었다. 5회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김대수 삼척시장은 학자이자 교육자 출신이다. 삼척공고-한양대 화공과를 졸업하고 삼척공업전문대에서 교단에 섰다. 이후 10여 년간 기업체의 생산 현장에 몸담기도 했으며 삼척산업대로 돌아가 재료공학과에서 강의했다. 삼척대 총장을 역임한 후 4회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공천으로 삼척시장에 당선되었다. 5회 선거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뒤얽혀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는데, 한나라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의 영예를 안았다. 최문순 후보와 엄기영 후보가 맞붙은 지난 4·28 강원도지사 선거 과정에서 세 결집 도모에 나섰던 한나라당에 재입당했다.



김연식 태백시장은 본적이 삼척시 도계읍으로, 황지고와 경남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강원일보 정치부 기자를 지내고 KBS 춘천방송총국에서 정치 해설을 하다가 한나라당 강원도당에 몸담았다. 4회 지방선거에서는 강원도의회 의원(한나라당·태백시 제2선거구)으로 당선되었고, 5회 지방선거를 통해 태백시장 자리에 올랐다.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는 세 차례 지사를 역임하고 물러나 현재는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뛰는 특임대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가 지사 재임 시 역점을 두고 추진했다 두 차례 좌절을 맛본 동계올림픽 유치 사업이 유종의 미를 거둘지 판가름 날 날이 멀지 않았다.  

 이 지역의 향토 기업으로는 동부그룹이 대표적이고, 기업인으로는 김진만 전 동부그룹 회장(작고)과 아들 김준기 현 회장이 유명하다. 오늘날 삼척과 강릉 일원에 뿌리를 둔 강릉 김씨 후손 중에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자유당과 공화당 국회의원을 역임한 김진만 회장은 지역의 대표적 기업인 동부그룹을 창업했다. 정계에 진출해 3, 4대 민의원과 6~10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 부의장까지 역임했으며, 박정희 대통령 시절 쌍용그룹 창업주인 김성곤 전 의원(작고)과 더불어 기업가 겸 정치인으로서 한국 정치와 경제를 뒤흔들었다.



장남이 현재 동부그룹을 이끌고 있는 김준기 회장이다. 경기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곧바로 아버지 밑으로 들어가 미륭건설(현 동부건설)을 창업한 데 이어 동부고속을 설립했다. 허세를 멀리하고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는 성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곽제동 동부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장, 김정남 동부화재 대표이사 사장이 동부그룹에 몸담은 동향인이다.

차남은 김택기 전 국회의원. 태백·정선에서 16대 의원을 지냈다. 국회 부의장의 아들로서 일찌감치 정치에 뜻을 두었다. 미국에서 정치학을 전공해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귀국해 여러 대학에서 강사를 지냈다. 동부그룹 내의 보험 파트를 맡아 경영에 몰두한 적도 있다. 강원대 초빙교수로 있으면서 지난 총선 때에는 태백·영월·평창·정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신청했었다. 이철승 서울평화상문화재단 이사장이 장인이다.

최지성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 최삼길 고합 대표이사 사장, 이춘만 이건산업 대표이사 사장, 김동연 일양약품 대표이사 사장이 이 지역 출신으로 이름을 널리 알린 기업인에 속한다.

동해·삼척 사람들의 성격은 경북 사람들과 닮은 점이 많다. 말투에서도 끝을 약간 말아올리는 억양이 같아 강원도와 경북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실제로 울진이 강원도에 속했던 시절이 있었다. 다소 보수적이고 고집이 세다는 측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만하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