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일의 리뷰 <평범한 날들>
  • 황진미│영화평론가 ()
  • 승인 2011.10.02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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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과 상처가 어떤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그려... 감정선 잘 살린 배우들 연기 돋보여

 

<평범한 날들>이라는 제목은 역설적이다. 영화는 세 주인공의 ‘평범해 보이지만, 안으로 분열하는 날들’을 그린다. 옴니버스로 엮인 세 편의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를 갖는다. 커다란 상실과 상처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묵직한 정서적 앙금으로 남아 이상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영화는 이들이 상실을 안은 채, 아무렇지 않은 듯 ‘평범한 날들’을 살다가 치유되지 못한 정서가 분노로 폭발하는 비등점을 클로즈업 화면에 담는다.

 

펀드매니저 한철(송새벽)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다가 성매매업소를 드나들고 웅얼웅얼 말끝을 흐리는 그가 황폐한 정신의 소유자임을 눈치 채기란 어렵지 않다. 사고로 딸이 죽고, 자신의 불찰로 아내마저 자살한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그는 치유되지 못한 분노와 자책감을 불쑥불쑥 토해낸다.   

패션 소품을 만드는 효리(한예리)는 5년 동안이나 사귄 애인에게 차이고 교통사고를 당한다. 고향에서 요양해 몸이 나은 그녀는 서울로 돌아오지만, 꿈속에서 그는 여전히 다친 다리가 아프다. 실제 몸의 상처는 나았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몸이 계속 아프고 장애가 있다고 여긴다. 그는 애인이나 일찍 여윈 아버지를 충분히 애도하지 않은 채 그리움을 소거하려 했지만, 그리움은 그에게 몸의 상처로 치환되었고, 돌발적인 폭력으로 표출되어버린다. 

10대 바리스타 수혁(이주승)은 유일한 가족인 할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카페를 정리하고 해외로 떠나려 한다. 그러나 우연히 할아버지의 죽음에 책임이 있는 남자를 보고서 무작정 쫓아간다. 그를 쫓?는 동안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된 분노는 엉뚱한 참사를 부른다.

영화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이다.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은 온전히 배우들의 감정 표현에 맡겨져 있다. 송새벽,  한예리가 좋은 배우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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