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채널 위해 ‘집단 시위’ 나섰나
  • 곽상아│미디어스 기자 ()
  • 승인 2011.10.02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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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 협의회 출범시키며 공조 활동 들어가…‘채널 배정’ 논의하기 위해 주요 SO에 단체 협상 요구

ⓒ일러스트 찬희

연말 개국을 목표로 하는 jTBC, TV조선, 채널A, 매일방송 등 종합편성 채널(종편) 4개 사업자들이 8월4일 ‘한국종합편성채널협의회(종편협의회)’를 출범시켰다. 종편과 관련된 방송 정책을 공동으로 연구·검토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공조 활동을 펼침으로써 시장에 조기 안착하겠다는 계산이다. 초대 종편협의회장을 맡은 남선현 jTBC 사장은 취임사에서 “종편이 방송 시장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채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종편협의회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현재 종편협의회의 최대 현안은 바로 ‘채널 배정’ 문제이다. 종편협의회는 출범 직후인 지난 8월 말 채널 배정 권한을 가진 티브로드·CJ헬로비전 등 주요 SO(System Operator: 종합유선방송사업자)측에 ‘채널 편성을 위한 협의 요청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단체협상을 요구했다. 공문에서 종편협의회는 “종편 방송의 12월 개국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채널 배정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실무 협의를 요청드린다”라면서 ‘종편 4사 실·국장과 SO 채널 편성 담당 임원’을 채널 협의의 참석 대상으로 지정했다.

“4 대 1 구도로 협상하자는 것은 집단 압력”

그러나 통상적으로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SO와 프로그램 제공 사업자인 PP(Program Provider: 방송 채널 사용 사업자)의 채널 협상은 ‘개별적으로’ 하는 것이 관례이다. 때문에 신문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종편들이 이례적으로 ‘4 대 1’ 구도로 단체협상을 하자고 하는 것은 ‘집단 압력’에 해당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종편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개국을 위해 최대한 빨리 채널 협상을 진행하자는 취지에서 공문을 보냈다. 처음에는 9월 말까지 채널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너무 늦어져 답답한 마음에서 보낸 것이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것은 SO인데 우리가 압력을 넣는다고 해서 통하겠느냐”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그런 식이라면 다른 PP들도 PP협의회를 구성해 채널 협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까지 단체로 채널 협상이 진행된 전례가 없음에도 (종편이) 협의체까지 구성해서 채널 배정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일종의 ‘담합’이다. 만약 채널 배정 문제가 잘 안 풀릴 경우 4개 종편사가 (신문사의) 보도 기능을 동원해 SO의 약점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채널 배정은 시청률과 직결되기 때문에 방송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나 SO 입장에서도 채널은 곧 ‘재산’이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SO는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번호인 5, 7, 9, 11번 사이의 짝수 채널을 사용하는 대가로 홈쇼핑 채널들로부터 한 해 4천억원이 넘는 송출 수수료를 받아왔다. 그런데 종편들은 별도의 비용도 지불하지 않고 홈쇼핑이 쓰고 있는 번호 또는 지상파에 인접한 낮은 번호대의 채널(황금 채널)을 달라고 하니 SO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SO가 주 수입원인 홈쇼핑 채널을 내주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종편이 10번대에서 연속으로 묶여 채널을 배정받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것이 업계 전망이다. 

종편협의회의 활동과 별개로 주무 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종편의 채널 배정 문제를 우회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9월 초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 대표자들과의 조찬 모임에서 황금 채널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종편은 신생아’ 발언 등 최시중 위원장이 그동안 해왔던 여러 가지 주장이나 맥락을 보면, 방통위가 종편에게 특별한 지원을 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읽힌다. 주무 기관인 방통위에게는 SO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가 많다. 예를 들어 SO의 수익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홈쇼핑 채널 송출료와 관련해서도 방통위가 ‘SO가 지나치게 송출료를 많이 받고 있다’라는 얘기라도 흘리면 SO로서는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강택 언론노조 위원장은 “방통위가 종편으로 하여금 땅 짚고 헤엄치도록 만들어주려는 것이다. 매우 단시간 내에 미디어 생태계의 다양성이 파괴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인위적인 방송 구조 개편이나 마찬가지다”라고 강조했다.

개국 후 광고·협찬 등 문제에도 공조 나설 듯

종편들은 우여곡절 끝에 개국한 이후에도 종편협의회를 통해 공동 대응함으로써 추가적 요구 사항 등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 광고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종편의 생존이 불투명한 것으로 점쳐지는 상황에서 추가적 재원 확보를 위한 요구를 중점적으로 해나갈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연우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종편은 의무 재송신, 전국 단일 권역, 중간 광고 허용 등 얻어낼 만한 것은 다 얻어냈다. 하지만 광고 시장이 한정되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협찬 고지의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망했다. 이강택 위원장은 “지상파에는 적용되지 않으면서 자신들에게만 한정되는 광고 규제 완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보았다. 종편협의회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방송 광고 판매 제도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종편협의회가 대응해야 한다. 개국 이후에도 이슈들이 계속 있을 텐데, 종편끼리는 입장이 같기 때문에 앞으로도 협력할 것이 있으면 협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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