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 땅 ‘수렁’에 빠진 한국 여성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1.12.18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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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정 성매매’ 배후 조직 실체 추적 / 한국에 ‘공급 조직’ 두고 불법 행위 일삼아

호주의 2대 도시 멜버른 야경. ⓒ 연합뉴스

호주는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의 천국으로 불린다. 일부 지역(퀸즈랜드 주)을 제외하고는 구청의 허가만 받으면 합법적으로 성매매가 허용된다. 한국인 여성들도 비자만 있으면 성매매가 가능하다. 한국보다 돈 벌기도 수월하다. 친지나 가족 등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성매매업소를 차리려면 ‘Brothel’(성매매업소) 라이선스를 획득하면 된다.

그렇다 보니 성매매 여성들이 너도나도 ‘호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호주 원정 성매매’가 급증하면서 호주의 사창가에는 한인 여성들로 넘쳐난다. 여기에 일부 유학생까지 ‘돈벌이’로 나서는 혼탁한 상황이다. 도대체 호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호주 원정 성매매의 배후에는 브로커 조직이 있다. 한국과 호주에 알선·영업 조직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정부도 배후 조직을 파악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들은 철저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숨긴 채 점조직으로 움직인다.

<시사저널>은 ‘호주 원정 성매매 배후 조직’의 실체를 파헤쳐 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현지 사정에 밝은 교민들과 핫라인을 구축했다. 그리고 호주 최대의 성매매업소를 타깃으로 여성들의 이동 경로를 추적해 들어갔다. 호주와 한국으로 이원화해서 저인망식으로 좁혀갔다.

호주 한인 성매매의 대부는 ‘홍 아무개씨’(47)이다. 그는 2000년 초반 호주 시드니에 등장한다. 그리고는 호주 성매매와 한인 성매매의 역사를 새로 썼다. 그는 호주 한인 성매매의 문제를 키운 장본인이기도 하다. 호주의 한인 성매매 역사에서 홍씨가 등장하기 이전은 ‘1세대’, 이후는 ‘2세대’로 구분된다.

홍씨는 원래 미국에서 활동했다. 성매매 및 마약과 관련한 일을 하다가 미국 당국의 추적을 받자 호주로 도피해왔다. 이때 자신의 심복이자 한국 조폭 출신인 박 아무개씨와 동행한다. 이들은 처음 호주에 건너와서 고리 사채업에 손을 댔다. 한 교민은 “(홍씨와 박씨는) 많은 교민에게 폭력의 두려움과 고통을 준 인물이었다”라고 기억했다.

그러다 한국 여성 엄 아무개씨(예명 자스민)와 동거하던 중국인 폭력배 ‘알렌’을 알게 된다. 엄씨는 호주 한인 성매매 여성의 1세대에 속한다. 성매매 여성으로 일하다 독립해 자신의 예명을 딴 ‘자스민’이라는 마사지업소도 운영했다. 동거인인 알렌은 호주에 정착한 중국계 ‘아시아 갱’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한국인이 아시아 갱과 연합해 업소 차리기도

홍씨와 알렌의 잘못된 만남은 호주 한인 사회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2004년은 호주 한인들의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는 해이다. 그해에 호주 시드니 뉴타운에 ‘엔젤타운’이라는 성매매업소 간판이 내걸렸다. 가게의 주인은 홍씨와 알렌이었다. 그런데 이곳은 호주에 있던 여느 성매매업소와는 달랐다. 당시 호주에는 손님과 여성이 직접 성관계를 갖는 ‘풀샵(풀서비스 업소)’이 존재하지 않았다. 한국의 증기탕(터키탕)과 같이 유사 성행위를 하는 ‘마사지샵’이 주류를 이루었다. 시드니에는 한인이 운영하는 마사지 업소 8~9개 정도가 영업하고 있었다.

홍씨는 기존 성매매 형태와는 완전히 다른 ‘한국식 풀샵’을 도입했다. 서울 강남 지역에서 성업 중인 ‘풀살롱’을 연상하면 된다. 홍씨는 호주에서 ‘풀샵의 아버지’였고, ‘엔젤타운’은 풀샵의 원조였다. 또 엔젤타운을 중심으로 한인과 아시아 갱이 연합한 조직이 만들어졌다. 엔젤타운은 100% 한인 여성들만 고용해서 영업을 했다.

홍씨는 업소 여성들을 조달하기 위해 한국에 공급 조직을 구축했다. 호주 교민 등에 따르면 홍씨와 연결된 한국의 직거래 공급처는 3~4곳 정도라고 한다. 주요 공급책은 평택과 파주 용주골 등 사창가의 업주들이다. 이들과는 오랫동안 거래 관계를 맺어왔다.

홍씨는 공급책들을 점조직으로 철저하게 관리했다. 이를 위해 공급책 중의 한 명(30대 초반)을 국내 총책으로 삼았다. 홍씨가 총책을, 총책은 상위 공급책을 관리하고, 그리고 그 아래에 하위 공급책을 두는 시스템이다. 즉, 홍씨(호주)-총책(국내)-상위 공급책-하위 공급책의 피라미드 조직 형태를 띤다. 홍씨는 공급 조직을 원활하게 운영하기 위해 총책에게 고급 승용차(렉서스 400시리즈)를 사주는 등 환심을 사기도 했다.

홍씨는 한국의 공급책을 통해 성매매 여성들에게 파격적인 조건을 내걸었다. ‘한 달에 1천만원씩, 3개월간 3천만원을 보장하겠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한 명이 한 달 동안 매출이 얼마가 되든지 1천만원을 주겠다는 조건이다. 이 정도면 누구라도 끌릴 만한 내용이었다. 당시 한국에서는 ‘성매매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단속이 심한 때였다. 새로운 탈출구를 찾던 성매매 여성들에게 ‘호주 원정 성매매’는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과도 같았다.

홍씨와 엔젤타운은 교민 사회에서 악명을 떨쳤다. 홍씨는 풀샵을 운영하면서 엄청난 돈을 벌었다. 한 교민은 “(홍씨는) 한국의 악덕 업소를 흉내 내서 성매매 여성들을 관리했다. 막대한 현금을 바탕으로 호주에 3대밖에 없다는 벤츠와 다른 벤츠 3대를 굴리는 등 교민 사회에서 기업가 행세를 하며, 공짜 성 향응을 제공하는 등 교민 사회를 포섭하려고 심혈을 기울였다.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조폭들을 동원해 폭력을 행사하기 일쑤였다. 경찰에 고소하지 못하도록 협박하는 등 온갖 악행을 저질렀다”라고 말했다.

홍씨는 한국에서 사채를 갚지 못하는 여성들을 호주로 입국시켜 성매매를 시켰다. 이곳에서 일하던 여성들에게는 값싼 히로뽕(호주에서는 아이스)을 음료수에 타 먹여 쉴새 없이 일을 시켰다고 한다. 때문에 호주에서 ‘홍사장 가게’는 성매매 여성들에게 기피 대상 1호였다는 것이다.

엔젤타운의 성공을 계기로 다른 나라에 원정 가 있던 한국인들이 호주를 주목하게 된다. 일본에서 성매매업소를 운영하던 업주들이 호주로 입국해 ‘359’라는 업소를 차렸다. 이 업소는 성노예 계약을 맺고 업주와 성매매 여성이 히로뽕을 함께 하다가 당국에 적발되었다. 호주 사회에서는 한국계 최초의 성노예 사건이자, 업주와 성매매 여성의 히로뽕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성매매업소를 차려 떼돈을 버는 교민들은 연이어 나타났다. 한국에서 경찰관을 지냈던 강 아무개씨도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 그는 시드니에 2~3개의 풀서비스 업소를 차렸다. 돈을 긁다시피 할 정도로 영업이 잘되었다고 한다. 그러자 경쟁 관계이던 ‘엔젤타운’ 조직이 습격했고, 업주 강씨와 직원은 머리가 함몰되는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호주에서 악명을 떨쳤던 홍씨도 얼마가지 못했다. 그는 조직에서 토사구팽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동업자였던 알렌 등 중국 갱들과 업소 주도권을 놓고 벌인 암투에서 패해 밀려났다. 2008년쯤에는 ‘노예 성매매’로 현지 경찰에 구속되면서 2년 반 정도 복역하고 한국으로 추방되었다. 홍씨의 오른팔인 박아무개씨도 호주에서 폭행 사건에 연루되어 국내로 도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두 사람의 소재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엔젤타운은 중국 갱들이 장악한 가운데 여전히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업소의 마담 등은 한인들이 맡고 있다. 또한 국내의 공급 총책 등 조직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11월 말에는 한 종편 채널의 취재팀이 엔젤타운에 갔다가 봉변을 당할 뻔했다. 한 교민은 “취재팀이 잠입 취재에 나섰다가 발각되었고, 급기야 감금까지 당했다. 경찰이 출동해서야 간신히 풀려나올 수 있었다”라고 전했다.

현재 호주 전역에 등록된 성매매업소는 1천7백여 곳에 이른다. 이 중 호주인 업소가 1천5백개 정도 된다. 중국인 업소가 40~50개 정도이며, 한국 교민이 운영하는 업소는 시드니에만 7개 정도가 영업 중이다. 하지만 무허가 업소까지 포함하면 두 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인 성매매 여성들은 한인 업소뿐만 아니라 다른 외국인 업소에도 고용되어 광범위하게 일하고 있다.

교민들에 따르면 “중국인 업소에는 대부분 한인 여성들이 있고, 일정한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유롭게 취업하고 있다. 또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취업하는 여성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 10월 주시드니 한국 총영사관은 정부에 호주 내 한국 윤락 여성의 실태를 보고했다. 이때 호주의 전체 성매매 종사자는 2만3천여 명이며, 이 중 외국인은 약 25%이고, 외국인의 16.9%가 한국인이라고 했다. 이를 근거로 추산하면 한인 성매매 여성은 1천여 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수치는 ‘등록된 성매매업소’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실제 무등록 업소 등을 포함하면 최소 2천명 이상은 될 것으로 추정된다.

호주 교민 생활정보지 ‘정보세상’에 실린 성매매 여성 구인 광고.

호주 성매매업소가 한인 여성 조달하는 방법

호주 성매매업소가 한인 여성들을 조달하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이다. 엔젤타운처럼 국내에 공급 조직을 두고 정기적으로 공급받는 경우이다. 일명 ‘에이전트’로 불리는 한국의 공급책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원정 성매매’ 여성을 모집한 후 호주로 보낸다. 집창촌 성매매 업주는 “국내 조폭이 현지 업소와 협력 관계를 맺고 송출하기도 한다. 이들은 소개료 형식의 커미션을 챙기는데 한 사람당 100만~2백만원 정도이다”라고 귀띔했다.

최근에는 서울 강남 논현동 일대의 부동산업자들이 호주 성매매 알선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방을 얻을 전세금이 없는 여성들에게 사채로 돈을 빌려준다. 그리고는 상환하지 못하면 공급책에게 마이킹(선불금)을 받고 넘긴다. 사실상 인신 매매를 하는 것과 같다.

유흥업소 전문 구인·구직 인터넷 사이트를 이용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곳이 ‘○○짱’이다. 이곳에는 국내와 해외 유흥업소의 구인·구직 소식이 실시간으로 게시되고 있다. 특히 호주의 경우 ‘공부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 ‘한 달에 1천만원 이상의 고정 수입이 가능하다’ 등의 광고 안내문으로 여성들을 유혹하고 있다.

엔젤타운에서 일을 했던 원정녀 김아무개씨는 “호주에 들어온 아가씨들이 한국에 있는 애들한테 연락해서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오기도 한다. 이렇게 해서 로테이션으로 꾸준하게 들어왔다”라고 말했다.

이런 방식으로 ‘호주 원정 성매매단’이 꾸려지면 공급책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단체로 신청한다. 그리고 출국 며칠 전부터 지원자들을 모아서 합숙을 시킨다. 그 사이 여성들의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단속하는 것이다. 호주에 입국하면 업주들은 6개월~1년간은 업소를 떠나지 못하게 한다. 숙소는 업소와 가까운 아파트로 정해 그곳에서 단체 생활을 한다. 월세는 함께 생활하는 여성들이 나누어 낸다. 식비로는 일주일에 약 70 달러를 내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다음 날 새벽 4시까지 3교대로 일을 한다.

호주 현지의 교민 잡지 등에 구인광고를 내고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집하기도 한다.

성매매 여성들의 수익은 얼마나 될까. 보통 성매매업소의 요금은 마사지샵이 1시간에 1백80달러, 풀샵은 2백40달러이다. 마사지샵의 경우 업주와 여성이 5 대 5로 분배하고, 풀샵은 4 대 6으로 분배한다.

원정녀 김씨는 “호주 사람들의 취향은 독특하다. 손님이 업소에 오면 아가씨들을 쭉 세워놓고 쇼핑하듯이 한다. 그리고 맨 마지막에 초이스를 한다. 단골손님이 많은 애들은 한 달에 1천만~3천만원을 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김씨의 경우에는 업주에게 속아 1억원의 빚을 떠안고 있다.

악덕 업주들은 성매매 여성들을 교묘하게 갈취하고 있다. 현지 조폭들과 결탁해 협박을 하거나, 사채를 쓰도록 유도한 후 엄청난 고리를 뜯어간다. 지각하거나 업주 몰래 손님을 따로 만나면 엄청난 벌금을 물리기도 한다.

원정녀 김씨는 “숙소에서는 외출 금지를 시킨다. 만약 이를 어기고 손님을 따로 만나면 벌금을 물린다. 우리 업소의 경우 처음에는 2천 달러(약 2백만원)를 매겼는데, 애들이 이 돈을 너무 쉽게 냈다. 그래서 5천 달러로 올렸고, 나중에는 1만 달러까지 올렸다. 그런데 우리들이 낸 벌금을 업주가 모두 가져가서 개인적으로 썼다. 이런 방식으로 착취했다”라고 말했다.

일부 업소에서는 마약에 중독되게 한 후 이것을 미끼로 여성들을 관리하고 있다. 호주 성매매 여성들 사이에서는 ‘마약 중독’이 심각하다고 한다. 원정녀 김씨는 “호주에서 마리화나는 합법이다. 손님들도 가지고 다닌다. 손님이 아가씨에게 ‘너도 한번 해볼래’라며 권유한다. 손님들 가운데는 마약을 사고파는 판매상이 많다. 그런 사람들을 통해 마약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어학연수생 출신 동생은 마약을 하다 들켜서 업소에서 쫓겨나 한국으로 갔다. 하지만 마약을 잊지 못해 다시 호주로 들어갔다”라고 말했다. 

정부, 호주에 한국 검사 파견 추진하고 있어

현재 호주 교민들 사이에서는 ‘성매매업’이 하나의 유망 직종처럼 자리 잡았다고 한다. 한 교민에 따르면 “교민들도 성매매업을 부끄럽지 않게 생각한다. 심지어 성매매업주에게 ‘회장’이라고 부르기까지 한다”라며 씁쓸해했다.

우리 정부도 호주 내 한인 성매매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최근에는 한인 성매매 근절을 위해 검사 파견을 추진하고 있다. 파견되는 검사는 주시드니 총영사관에 근무하면서 한인 사회를 중심으로 정보 수집과 사법 공조 협력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호주 현지 반응은 냉랭하다. 한 교민은 “호주의 한국 총영사관은 단속 의지가 별로 없다. 영사관의 정보 부재도 문제이다. 정보를 제공해도 자신들의 실적만 올리면 된다는 식이다. 여기에 경찰청 영사들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검사를 파견한다는데, 여기에서는 ‘검사 자리’ 하나를 마련하는 것뿐이라는 말이 무성하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이 지속적으로 처벌받아야만 실질적인 방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성매매 여성들에 관한 소식도 전했다. “최근 교민 언론에 ‘여권 취소’ 등이 자주 오르내리자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라는 것이다. 현지 경찰도 단속에 소극적이다. 마약범이나 성노예(여권 압수, 휴대전화 금지 등)가 아니면 사실상 처벌할 근거가 없는 것이 문제이다. 원정녀 김씨는 “당국에서 단속을 나올 때는 ‘무슨 문제로 간다’라며 예고한다. 그러면 비자가 없는 애들은 몰래 숨긴다. 만약 예고없이 불시에 단속을 나왔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그 다음에는 단속을 거의 나오지 않는다. 내가 보기에 그곳도 한국처럼 유착 관계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인 여성 ‘줄리’가 운영하는 ‘마이다스’의 인터넷 사이트 메인 화면.
호주 한인 사회에서 ‘줄리(예명)’는 성매매 여성의 대모로 통한다. 40대 중반인 그는 호주 한인 성매매의 역사 16년을 한 몸에 담고 있다. 하지만 ‘줄리’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드물다. 호주에 한인 성매매업소가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1995년이다. 한인들이 동업해 시드니의 ‘킹스포드’ 지역에 마사지업소를 열었다. 당시 6~7명 정도의 한인 여성이 고용되었다. 이 중 한 명이 바로 ‘줄리’이다. 당시 여성들은 관광 비자로 입국해 매우 불안정한 상태로 일을 했다. 모두 자발적으로 성매매에 나섰다고 한다.

 이때만 해도 시드니에서 아시아계 성매매 여성은 중국과 태국 여성들이 대세를 이루었다. 한국 여성들은 아주 드물었다. 이로 인해 한인 여성들의 가치는 뛰었고, 다른 아시아계 여성들보다 두 배에 달하는 요금을 받았다. 그래도 손님들이 넘쳐났다. 성매매 여성들 중에는 1년에 1억원 이상을 저축한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 업소는 약 2년간 운영하다 문을 닫았다.

그러자 몇몇 여성들이 독립하기 시작했다. 이때 줄리도 독립해서 ‘본다이 정션’에서 ‘미라지’라는 업소를 차려 큰 성공을 거둔다. 그 후 줄리는 호주인과 결혼해 현지에 정착했다. 호주의 한 교민은 “미라지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호주 교민들 사이에는 ‘성매매업소’가 돈 되는 사업이라는 소문이 나돈다. 일부 교민은 직접 성매매업소를 차렸다. 중국과 베트남 사람들도 뛰어들면서 다국적화되었다”라고 말했다.

그 후 줄리는 자신이 운영하던 ‘미라지’를 팔고, 메릭빌으로 옮겨 ‘마이다스’라는 업소를 차렸다. 이곳을 찾았던 교민들은 “방이 약 40개 정도 되었다”라고 말한다. 줄리가 연이어 성공을 거두자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이다스’에 손님으로 가장해 찾아갔고, 그곳의 여성들과 의기투합해 동업 형식으로 성매매업소를 차렸다. 그런 가운데 엄 아무개씨(예명 자스민)가 중국 갱 ‘알렌’과 동거하며 자신의 예명을 딴 ‘자스민’이라는 성매매 업소를 개업해 약 7년 정도 운영했다. 그리고 엄씨와 동거하던 알렌과 홍 아무개씨가 ‘엔젤타운’을 차리면서 풀샵 업소가 우후죽순 들어섰다. 줄리의 ‘마이다스’는 현재도 성업 중이며 마사지샵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1년에 약 2백만 달러의 개인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15일 외교통상부가 한 대학에서 개최한 ‘워킹홀리데이 설명회’에서 한 학생이 팸플릿을 보고 있다. ⓒ 연합뉴스
호주에 간 일부 유학생들이 ‘성매매 여성’으로 전락하고 있다. 한인 성매매 여성의 약 10~15%가 유학생이라고 한다. 이들이 성매매에 나서는 이유는 돈이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유학생들은 몇 단계를 거쳐 성매매의 수렁 속에 깊이 빠져들고 있다.

처음에는 룸싸롱에서 호스티스로 시작한다.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를 할 때보다 수익이 몇 배가 된다. 호스티스로 일하면서 수입이 늘어나면 생활 수준도 올라간다. 문제는 호주의 룸살롱이 한국처럼 손님들로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다. 씀씀이는 커졌는데, 수입이 줄어들면서 유학생들은 다른 업소로 눈을 돌리게 된다.

이때 교민 사회에 배포되는 한국 잡지 등이 매개체가 된다. 시드니에 가면 한국 슈퍼마켓, 비디오 가게, 김밥집 등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가게가 즐비하다. 이곳에는 ‘교민 잡지’를 무료로 나누어준다. 거기에는 마사지샵이나 풀샵 등 한국어 광고가 실리고 있다. ‘○○○을 준다’는 보장형 광고가 즐비하다. 성매매가 합법이다 보니 TV, 신문, 잡지 등에도 광고가 나온다. 

이 중에서 ‘맛사지 걸’이 가장 많이 눈길을 끝다. 호주의 한 교민은 “‘하루에 100만원을 벌 수 있다’라는 광고 문구에 마음이 50% 기울고, ‘성관계가 아니다’라는 말에 완전히 넘어간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것은 미끼에 불과하다. 마사지룸에 들어가면 나체로 손님에게 서비스를 하고, 손님이 “2백 달러를 주겠다”라고 제안하면 성관계까지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돈에 맛들어가면 손님에게 먼저 성관계를 유도하고, 업소 몰래 돈을 챙기는 상황에 이른다. 종착역인 3단계가 바로 ‘풀샵’이다. 이미 성관계를 경험한 유학생들은 돈을 더 많이 주는 ‘풀샵’으로 이동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렇게 해서 유학생들이 성매매 여성으로 변신한다. 현지 풀샵에서 일했던 한 여성은 “유학생들은 프리랜서로 많이 뛴다. 오전에 학교에 갔다가 오후에 일을 하거나 아니면 주말에만 일을 하는 식이다”라고 말했다. 교민들은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다. 한 교민은 “성매매에 길들여진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의 자긍심까지도 쉽게 버릴 수 있다는 것인지 못내 슬프다”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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