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백19만 북한군, 어디로 움직이나
  • 이영│북한 군사문제 전문가 ()
  • 승인 2011.12.2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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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 계통 다른 세 라인으로 이루어져…김정은 시대에도 군 내부 쿠데타는 거의 불가능한 구조

지난해 9월 평양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제3차 노동당 대표자회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 서거.” 북한은 12월19일 정오 관영 조선중앙TV 특별 보도(뉴스)를 통해 김정일의 사망을 공식 발표했다. 일본 교토를 방문 중이던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아시아 주요 국가 정상들과 유럽, 미국 등의 정치권과 금융계는 술렁거리며 북한 군부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미국, 일본 및 한국 정보기관은 정찰위성, 전략첩보기, 기술 정보(Techint)와 인간 정보(Humint) 등 전 출처를 비상 경계 수준에 준하는 활동 모드로 전환해 북한 군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선군 정치’. 1990년대 중반 김정일이 북한 체제의 총체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을 사회의 전면에 내세우면서 체제 안정과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한 통치 방식으로 사용해온 구호이다.

이중·삼중의 지휘 계통과 감시망 갖춰져

북한군은 우리가 알고 있는 자국의 영토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한다는 통념적 기준 외에 정치 참여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은 과거 공산주의 국가 소련의 모델을 그대로 적용한 사례이다. 따라서 북한군 집단을 단순 무장력만 가지고 판단할 것이 아니라 다음 같이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해 볼 수 있다. 정치 조직이 있는 군의 조직력, 1백19만명인 군대의 무장력 그리고 김일성 혈통에 충성하며 강력한 응집력을 보여주는 군대의 사기이다.

1백19만 대군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통제하는 조직은 어떤 구조일까? 먼저 북한군은 일반 국가의 군 지휘 체계와는 다르게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일반적으로는 전투 지휘를 하는 전투 지휘 구조이다. 이것은 계급과 직책에 의해 부대장이 훈련 및 전투작전을 위해 행사하는 지휘 통제 권한에 의해 움직인다. 또 다른 하나는 정치 지휘 구조로서 노동당 중앙위원회의 지휘를 받는 총정치국과 보위사령부이다. 이들은 군권을 가지고 지휘하는 모든 지휘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당의 영도를 제대로 이행하는가를 확인 지도하며 사찰한다.

이러한 이중 구조에서 무장을 하고 있는 지휘관은 수시로 이들 정치 군관의 감시를 받기 때문에 함부로 섣부른 행동을 할 수 없다. 지금까지는 총참모부장 리영호 차수가 육·해·공군 모두를 장악한 군권의 최고 지휘관이었다. 군 정치 조직은 당 중심의 총비서 김정일이 직접 관장하면서 군부의 동향을 감시해왔다. 김정일 사후 과연 군 정치 조직의 총책이 어디로, 누구에게로 넘어갈 것인가도 주목할 부분이다.

2010년 11월23일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도발 당시 현지 소방대원이 찍은 연평도 모습. ⓒ 인천소방안전본부 제공

최고 권력 기구로 떠오른 중앙군사위원회

리영호 북한군 총참모장. ⓒ 연합뉴스
북한은 지난해 9월 44년 만에 개최된 제3차 당대표자회에서 후계자 김정은에게 인민군 대장 칭호를 부여하며 그를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이는 군권을 전적으로 김정은에게 위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나타난 것이며, 그와 함께 리영호 총참모장도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었다. 걸음걸이가 서투른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잘 걸어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평소 국방위원장직으로 북한을 통치하던 김정일이 당 규약을 급히 개정해 김정은을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임명한 것은 나름으로 김정은이 군권을 용이하게 장악하도록 하기 위한 포석이다. 김정일 위원장은 자신의 생명을 미리 예측했던 것일까? 아니면 지도자로서 나름의 혜안을 가졌던 것일까?

김정일의 후계자 김정은은 평온 속에서 군 권력을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김일성의 유훈 통치와 백두 혈통이 통하는 유교 사회의 국가 관습이 이를 도와주고 있다. 김정일 사망과 김정은 후계로 인해 북한 최고 권력 기구로 전면에 떠오른 것은 중앙군사위원회이다. 중앙군사위원회는 어떤 기관일까.

노동당 규약 제27조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당 군사 정책 수행 방법을 토의·결정하며 인민군을 포함한 전 무장력 강화와 군수 산업 발전에 관한 사업을 조직·지도하며 우리나라의 군대를 지휘한다.’ 이와 같이 중앙군사위훤회는 북한 인민군과 예비군까지 모든 무장력을 통제하는 지휘본부이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총참모장인 리영호 차수가 최고의 군부 실력자이며 김정은의 후견자이다. 리영호는 2009년 평양방어사령관에서 총참모장으로 발탁되어 북한 군부의 실세로 떠올랐으며 김정일의 확고한 신뢰 속에 김정은에게 군 지휘 통솔 능력과 현대전의 중심인 포격전을 개인 지도해왔다. 이러한 관계이기에 김정은 등장의 서곡으로 연평 포격전을 리영호가 기획하고 김정은이 직접 지휘했다는 설도 설득력을 지닌다. 리영호는 김정은이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역할이 다하는 순간까지 군권을 보좌할 것이다. 총참모장 리영호 예하 15개 군단과 해·공군 그리고 특수부대가 일사분란하게 새로운 젊은 통치자 김정은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에는 이의가 없다.

북한군에는 총참모장의 지휘 선상을 벗어난 부대가 있다. 호위사령부이다. 군단급 규모인 이 부대는 정규군 지휘 라인과는 별도로 노동당 총비서(전 김정일)의 직접 지휘를 받고 있으며 호위총사령부는 필요시 평양방어사령부 부분 작전 권한도 유지한다. 이는 그들이 평소 말하던 대로 ‘조선의 심장 평양과 혁명의 중심 김일성 수령 일가’를 방어·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김정은 시대에 호위사령부의 지휘권이 누구에게 갈 것인가도 주목된다.

총정치국이 군내 이상 징후 철저 감시 

군부대 성격을 띠면서 당 총비서의 직접 지휘를 받는 군 정치 집단인 총정치국은 앞서 간략히 언급했지만 실제적으로 북한 군부의 사상 역할을 하는 최고의 군 정치 조직이다. 총정치국장은 공석이며 현재 대장 김정각이 제1부국장으로서 책임을 다하고 있다. 그 역시 김정일의 남자로서 절대적 신임을 받던 인물로, 대를 이어 보필하며 충성을 다할 것이다. 총정치국에서는 고급 좌관급 장교 이상 장령들의 인사까지 직접 챙기며 각 개인의 성향에 대한 파일을 유지하며 통제하고 있다. 총정치국은 최상급 부서로부터 말단 야전군 대대에까지 정치지도원이라는 이름으로 파견되어 활동을 하며 이들은 일반 부대와는 또 다른 통신선을 통해 상부에 실시간으로 보고를 한다. 현장 부대들의 상황을 보고 하는 임무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야전부대 중대급 이상이 단체 이동할 때에는 정치지도원의 서명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가 없도록 되어 있다. 쿠데타를 사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장치인 셈이다.

총비서의 직접 지휘를 받는 또 하나의 사찰 기관은 보위사령부이다. 현재 조직의 사령관은 대장 윤정린이며 그 역시 김정일의 신임을 각별히 받아온 인물이다. 이 부서는 당 정치 사업보다는 말단 부대원들의 사상 이완 또는 지휘관 개인 비리 등에 대해 사찰을 하며 별도의 조직과 지휘 계통으로 최하위 부대까지 감시하고 있다. 보위사령부는 보위지도원이라는 직책으로 중대급까지 파견되어 활동하며 파견된 인원들은 각 소대에 비밀 정보원들을 심어놓고 주체사상이나 선군 정치에 위반하는 자들을 색출해 노동단련대로 보내 정신 개조를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이중·삼중 구조로 된 지휘 계통과 감시 채널이 있기에 북한 군부 내의 쿠데타 가능성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즉, 쿠데타를 모의하기 위해서는 각 지휘 선상이 다른 3개 부대가 연합해야 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다.

이러한 군 정치 조직과는 별개로 편제상에는 국방위원장의 통제를 받도록 개편된 특별한 무장 집단이 있다. 2009년 개편된 것으로 알려진 정찰총국이다. 현재 김영철이 지휘관으로 있는데 상장임에도 그는 당 중앙군사위원으로 등극해 있다. 정찰국과 작전부를 통합한 이 집단은 과거 대남 테러의 본산으로서 김정일의 주먹 역할을 하던 기관이다. 질서 있게 정형화된 군 지휘 계통에 상관없이 언제라도 정치적 수세에 몰리면 국면 전환을 위해 대남 테러 또는 내부 정적 숙청, 요인 암살, 납치 등에 활용하는 테러 집단이다. 북한 내 군·정치인들도 두려워하는 기관이다. 과거 아웅산 폭발 사건이나 대한항공기 격추, 최근 천안함 폭침 등이 바로 이 집단에 의해 실행된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추후 김정은이 정치적 위기에 봉착한다면 정찰총국을 이용한 대내외 실력 행사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북한 체제의 가장 큰 버팀목인 ‘조선인민군대’의 무장력은 어느 정도일까? 일반적으로 재래식 무기를 기본으로 할 때 북한 인민군은 크게 전차, 야포, 다연장·방사포 및 미사일이 한국군보다 숫자 면에서 월등히 많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특히 미사일 지도국 및 화생방 무기 그리고 핵무장 능력은 우리와 비교할 수 없는 비대칭 전력이다. 가히 전의를 상실할 정도로 위협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해군 전력은 전투함, 상륙함, 잠수함(정), 유도탄정 등 주로 공격적 수단의 함정으로 전개되어 있으며 이들은 순항 거리가 짧은 반도의 특징을 이용해 하루 저녁이면 우리 영해로 상륙 작전을 감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공군 전력은 전투기 8백20여 대와 공중기동기(침투·이동) 3백30여 대로 우리보다는 수적으로 훨씬 우세하다고 하지만 최첨단 장비로 무장되어 전투를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전투기는 양보다는 질적으로 우수해야 할 것이다. 저고도 침투AN-2기 침투에는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러한 재래식 무장력 이외에 비대칭 전력 중 하나인 핵무장 의혹은 지속적으로 추적되고 있으며, 보도에 따르면 미국 CIA에서는 북한이 은닉한 플로토늄으로 ‘적어도 6기 이상의 저질 핵폭탄을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이러한 비대칭 무기는 한·미 연합군의 재래식 전쟁 원칙의 룰을 깨는 행위로서 우리로서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군, 김정은에게 충성 다할 것으로 보여

‘조선로동당은 오직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의 주체사상, 혁명 사상에 의해 지도된다.’(조선로동당 규약 전문)

북한은 조선노동당 규약이 헌법에 우선하며 당 규약에서 ‘인민군대는 당의 군대이자 수령의 군대로 규정하고 있다. 즉, 최고 지도자가 ‘군대’를 통솔하며 통제한다. 이를 역으로 판단하면 ‘조선인민군’은 최고사령관을 위해 복무하고 그에 목숨 바쳐 충성하는 것이 최고의 덕목으로 평가받으며 대대로 혁명열사의 집안으로 추앙받게 되는 것이다.

‘대를 이어 충성!’ ‘백두 혈통!’ 이러한 구호는 김일성을 시작으로 하는 김씨 왕조에 충성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배신이 가장 나쁜 덕목으로 깔려 있는 북한의 유교 환경에서 나이가 어리다고 우습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북한 인민군과 인민은 김정은을 위해 자연스럽게 충성을 맹세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되는 일부 저항 세력들에게는 ‘철천지 원쑤 미제를 쳐부수자’라는 구호를 통해 미국과 한국을 공략함으로써 적개심을 불태우게 하고 있다 . 

따라서 그들이 ‘미제 원쑤들과 그들의 개’라고 부르는 한국을 공격하는 것이 곧 충성이요, 출세의 길이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 인민군은 대미·대남 항전 의지가 강렬하며 이것이 곧 이들의 정신이자 사기이다. 흔히 ‘재스민 혁명’으로 불리는 아랍의 자유 바람을 연상하는 것과 북한의 현실은 다소 거리가 있다. 이러한 사기에 조직력과 무장력이 합성되어 융합되면 그들의 전투력은 우리가 수치상으로만 판단하는 것 이상의 가공할 파괴력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싸움을 피하는 방법이 우리 민족이 살길이지만, 그 싸움을 피하기 위해서는 ‘힘이 있어야 평화가 유지된다’는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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