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까지 ‘빵’ 터지게 하는 ‘촌스런 광고쟁이’
  • 김진녕 기자 (jy@sisapress.com)
  • 승인 2012.01.02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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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강탕 광고로 눈길 끈 광고기획사 ‘미쓰윤’의 서예원 대표

ⓒ 시사저널 전영기

최근 1년 사이에 히트한 인터넷 농담 중 편강탕 시리즈가 있었다. 헤어진 연인이 어디를 가도 잊히지 않고 떠오른다는 것을 ‘편강탕 같은 ×, 카페베네 같은 ×’라고 비유한 것이다. 이 중 편강탕은 젊은 세대에게는 생소한 것이었지만 수도권에 사는 네티즌들은 일제히 공감했다. 언제부터인가 어딜 가도 ‘편강탕’을 보았다는 기억 때문이다.

정확히 이들이 본 것은 버스 옆구리에 궁서체로 커다랗게 쓰인 ‘편강탕’ 광고판이다. 아무런 설명도 없었고 촌스럽기까지 해 보이는 이 광고판은 이렇게 트렌드가 되었다. 이 광고를 만든 이는 광고기획사 ‘미쓰윤’의 서예원 대표(38)이다. 그의 이력은 광고와는 무관하다. 경영학을 전공했다는 것이 관련성의 전부이다. 하지만 그보다는 애초에 성악을 전공했었고 <나루토> <원피스> 같은 만화를 즐겨보고 사무실 옆에 닭 두 마리와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는 열린 감성의 소유자라는 것이 광고기획자로서 그를 설명하는 데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편강탕 광고 시리즈가 디시갤러리에서 더 열렬하게 환영받고 웃음 코드로 활용되었다는 것은, 이 광고의 감성이 어떤 식으로 환영받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사실 그는 편강탕을 만들어내고 있는 편강한의원과 특수 관계(?)이다. 아버지가 대표원장이다. 그가 편강한의원 광고를 맡은 것은 2009년이다. 그 전에 편강한의원 광고는 ‘삐라’ 수준이었다고 한다. 의료 광고여서 광고주의 정보 전달 욕구가 빼곡하게 실리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그런 촌스런 광고가 외부에 의뢰했던 매끈한 광고보다 문의전화가 더 많이 오기도 했다”라는 그는, 미쓰윤을 만들면서 기존의 중·장년층 고객과 새로운 젊은 세대를 동시에 겨냥한 광고를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2010년 9월 궁서체 편강탕 광고가 수도권 버스 옆구리에 등장했다. QR코드도 만들어 붙였다. 3개월이 지나자 반응이 왔다. 인터넷에 편강탕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등장하고 6개월이 지나자 ‘편강탕 같은 X’라는 유머까지 등장하면서 인터넷에서 빵 터졌다. 문의 전화나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한가한 광고 매체로 대접받던 버스 광고가 새롭게 주목받으며 버스 광고료가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편강탕 광고 시리즈를 따라 하는 광고물도 등장했다.

지하철 객차에 실시했던 두 번째 시리즈인 원티드는 만화 <원피스>에서 모티브를 따왔는데, 젊은 층의 반응은 무척 좋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광고의 ‘현상 수배’ 문안을 다큐멘터리로 받아들이고 진지하게 문의해오는 바람에 20여 일 만에 중지했다.

미쓰윤의 세 번째 편강탕 시리즈는 1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순정만화 풍의 눈빛 초롱한 캐릭터와 삐뚤한 손글씨체가 1편을 능가하는 재기 발랄함을 보여준다. 이번에는 버스 안에도 12가지 버전을 실어 젊은 층에게 더욱 바짝 다가설 예정이다. 이런 연타석 홈런으로 광고기획사 미쓰윤은 인하우스 에이전시에서 벗어나 외부의 교육업체나 의료법인의 광고를 수주하며 독립 광고기획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내성적이고 완벽주의 성향인 광고 비(非)전공자’는 새해에 더 많은 광고주를 만나 좀 더 다른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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