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게 열린 도시, 인재도 ‘사통팔달’
  • 이춘삼│편집위원 ()
  • 승인 2012.03.1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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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신 인맥 지도 | 충남 천안

충청남도 천안시. ⓒ 뉴스뱅크 이미지

천안삼거리와 호두과자는 천안을 말해주는 상징물이다. 천안삼거리는 조선 시대부터 한양에서 경상도와 전라도로 내려가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목이었다. 북으로는 평택과 수원을 거쳐 한양에 이르렀고 남으로는 청주를 지나 문경 새재를 넘으면 안동과 영주로 연결되었으며, 보은을 지나면 상주, 김천, 대구, 경주로 이어졌다. 서쪽으로는 논산을 거쳐 전라도 땅인 전주, 광주, 목포 방면으로 길이 나뉘는 삼남대로의 분기점이었다. 지금 천안삼거리에는 작은 표석이 남아 번성했던 예전의 추억을 되뇌고 있다.

견과류의 대표 선수 격인 호두는 고려 말 사신이었던 유청신이 1320년경에 중국에서 들여와 지금의 천안 광덕산에서 시험 재배를 한 것이 시초라고 전해진다. 지금도 이곳에는 수령이 4백~5백년 되는 호두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 ⓒ 뉴스뱅크 이미지

호두라는 이름은 원나라(胡地)에서 가져왔고 모양이 복숭아(桃)와 비슷하다고 하여 ‘호도’라고 부르다가 한글 표기로 바뀌면서 ‘호두’가 되었다고 한다. 어쨌거나 ‘천안 명물 호두과자’는 호두가 천안의 특산물이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1934년 당시 과자 만드는 기술을 가진 천안의 두 여성이 차(茶)와 병과(餠菓)를 즐기는 입맛에 착안해 풍부한 자양과 미려한 풍미를 지닌 호두를 쓴 것에서 유래했다.

독립기념관이 자리하고 있는 천안은 역사적으로 항일 정신과 자주 독립의 기상이 서린 성지이다. 아우내 장터에서 태극기를 나눠주며 만세를 불렀던 유관순 열사가 있으며, 이동녕 임시정부 주석과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범석 장군이 천안 사람이다.

오랜 변천 과정을 거쳐 1963년 천안시와 천원군으로 정리되었던 이 지역에서 1991년 천원군이 천안군으로 명칭이 환원되었고, 1995년 5월10일 시·군을 통합한 도농 복합의 천안시가 탄생했다.

갑·을, 민주통합당과 새누리당이 나눠 가져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2008년 동남구와 서북구로 가르고 국회의원 선거구로는 동남구를 갑 선거구, 서북구를 을 선거구로 했다. 현재 시 인구는 58만5천4백44명(22만6천7백27가구)이다.

19대 총선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인물은 아래 표와 같다.

충청남도 천안시. ⓒ 뉴스뱅크 이미지

4·11 총선을 앞두고 현재까지 나타난 전황을 보면 갑구에서는 민주통합당의 양승조 현 의원과 공천이 확정된 새누리당 전용학 전 조폐공사 사장과의 일전이 벌어지게 될 전망이다. 전후보는 17, 18대 총선에서 두 차례 다 양의원에게 패한 쓰라림을 달래고 이번에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양의원은 천안 출신으로 중동고-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한 법조인이다. 36세의 비교적 늦은 나이에 합격해 판검사 생활은 거치지 않고 곧바로 변호사 개업을 했다. 그와 병행해 SKC 노동조합 법률고문, 천안시민포럼 운영위원장, 천안여성의전화 법률자문위원, 천안마라톤클럽 회장, 천안오룡라이온스클럽 회장, 미용협회 천안시지부, 개인택시 천안시지부 활동을 통해 밑바닥을 다졌다.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17대 국회에 처음 진출한 이래 예결위, 법사위, 운영위, 보건복지가족위 위원을 거쳤으며 당 대표 비서실장을 7개월가량 지냈다.

전용학 후보는 천안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언론인 출신이다. MBC 기자로 시작해서 세계일보를 거쳐 SBS로 옮긴 후 정치부장, <8시 뉴스> 앵커, 해설위원을 지냈다. 대학 선배인 이인제 의원과의 친분으로 새천년민주당 공천을 받아 16대 국회에서 금배지를 달았다. 국회 입성 초기 당 대변인까지 지냈으나 임기 중반 한나라당으로 말을 갈아탔다. 그의 참모진들은 17대 총선 패인을 탄핵 역풍으로 보았으며, 18대 때는 1차 공천 심사에서 탈락한 후 재심을 통해 공천을 받아내는 우여곡절 탓에 불리한 위치에 처했다고 풀이한다. 그 후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조폐공사 사장으로 임명되어 3년 임기 동안 재직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낙후된 지역 발전을 위해 온몸을 던질 각오로 뛰겠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충청남도 천안시. ⓒ 뉴스뱅크 이미지

을 선거구인 서북구는 동남구와 여건이 다르다. 이곳은 삼성전자 등의 대기업 공장이 들어서 있는 신개발지로서 발전 속도가 동남구보다 빠르다. 을구에서는 새누리당의 김호연 현 의원의 공천이 1차 심사 때 이미 확정되었고, 이에 맞설 민주통합당에서는 박완주·한태선 두 예비후보 간의 경선이 예고되어 있다. 자유선진당에서는 박상돈 전 의원과 박중현 연세멘파워비뇨기과 대표원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1981년 작고한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의 차남인 김호연 의원은, 빙그레 대표이사 회장을 지낸 기업인으로서 현재 빙그레의 대주주로 남아 있다. 경기고-서강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서강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박상돈 의원에게 패했다가 2010년 7·28 재·보궐 선거를 통해 금배지를 달았다. 당시 그는 막판까지 접전을 펼친 끝에 민주당 박완주 후보, 자유선진당 박중현 후보를 제쳐 충남에 지역구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한나라당의 교두보를 확보했었다. 백범 김구 선생의 손녀사위로 1993년 사재 1백13억원을 출연해 김구재단을 설립했고,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다. 김의원의 집안은 공군 가족이다. 장인이 김신 전 공군참모총장이고 김의원 자신과 둘째 처남(김양 전 국가보훈처장)이 공군 장교로 복무했다. 큰처남(김진 전 주택공사 사장)은 공군 사병으로 병역을 마쳤으며 아들과 조카도 공군 장교로 근무 중이다.

박완주 예비후보는 민주당 충남도당 대변인, 천안 을 지역위원장을 지내고 18대 총선과 7·28 재·보선에 출마하며 여의도행의 의지를 불태워왔다.

한태선 예비후보는 천안고-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민주당 전문위원, 이해찬 대선 후보 선대위 정책실장,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민주당 정책위 정책실장을 지낸 젊은 후보군의 한 사람으로서 18대 총선, 5회 지방선거 천안시장 후보로 도전장을 내기도 했다.

박상돈 전 의원은 대전고-육사를 졸업한 후 일반 공무원으로 환직했으며 충남도에서 사무관 생활을 시작해 아산군수, 대천시장, 서산시장을 지낸 내무관료 출신이다. 17대 때에는 함석재 후보를, 18대 때에는 김호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되었으며, 자유선진당 사무총장을 역임했다.

18대 임기 중인 2010년 5월 제5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남도지사로 출마하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임기를 채우지 않은 중도 사퇴’가 19대 총선 가도에서 그의 입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 선거구민들의 우려이다.

충청남도 천안시. ⓒ 뉴스뱅크 이미지

한화그룹이 지역 대표하는 대기업

박중현 예비후보는 연세대 의대를 나온 개업 의사이다. 4회 지방선거에서 천안시의회 의원으로 당선되었고, 17대 대선 때는 한나라당 충남선대위 청년조직본부장을 맡았다. 18대 총선 예비후보(한나라당·천안 을), 2010년 7·28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자유선진당·천안 을)로 나섰으며 이번 선거에도 도전장을 냈다.

인구가 늘어난 천안 을 지역구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은 분구를 통해 1석을 늘릴 것을 강력히 희망해왔으나 을구에 속했던 쌍용2동 한 개 동을 갑구로 보내는 선거구 경계 조정에 그쳐 실망감을 숨기지 않고 있다.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대표적 기업은 앞서 언급한 한화그룹이다. 한화그룹은 육영재단인 천안북일학원을 바탕으로 1976년 야구로 유명한 북일고를 개교했다. 현재 자율형 사립 남자 고등학교인 이 학교는 김종희 창업주가 초대 이사장을 지냈으며 현 이사장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같은 재단의 학교로는 북일여고가 있다.

지역의 명문고는 천안고이다. 1947년 의사인 우강 서광벽이 천안의숙을 설립한 것이 그 시초이다. 그 후 천안영광고등공민학교를 거쳐 1954년 계광고등학교로 개교했으며 1959년 현재의 천안고로 개칭했다. ‘웅비관(雄飛館)’이라는 이름을 가진 기숙사는 이 학교의 자랑거리이다.

민병덕 국민은행장은 1981년 행원으로 시작해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의 합병 이후 첫 번째로 탄생한 내부 출신 행장이다. 출신 지역인 천안과 모교인 동국대도 이른바 우리 사회의 핵심 주류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런 밑바탕에는 주로 일선 지점 영업을 담당하며 쌓아온 각고의 노력이 깔려 있다.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대표이사 사장은 서울대 치대를 졸업한 치의학 박사이다. 치과병원 원장을 하면서 오스템임플란트를 개발해 억만금을 벌었다. 2007년 평가이익 1천1백31억원으로 기업 상장 개인 최대 주주 평가익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천안시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을 공중 촬영한 모습. ⓒ 연합뉴스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 전문기자는 천안 중앙고-서울대 경제학과를 다닐 때부터 군사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가져와 신문사에 입사하고 나서는 군사 전문기자의 영역을 구축했다. 그가 운용하는 군사 문제 사이트는 방문자가 폭주해 제1회 언론인 홈페이지 대상을 수상했으며, 국방부 관계자들이 이 사이트의 내용들을 각종 정책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박준모 교육과학기술부 감사관은 검사 출신이다. 그가 검찰을 떠나 감사관으로 부임한 이후 교수들의 연구비 유용이 잇따라 적발되고, 관행으로 여겨졌던 연구팀 회식비 등에 대해서도 ‘무관용(無寬容) 감사’가 적용되면서 교수들이 바짝 긴장했다. 교과부가 감사관에 행정직 공무원이 아닌 외부 인사를 초빙한 것은 처음이다. 교원 인사 비리와 수학여행 뇌물 수수, 자율형 사립고 입시 부정 등 교육계 추문이 계속 불거지자 교과부가 강수를 둔 것이다.

천안의 명문 집안으로 고 유석 조병옥 박사와 고 조윤형 전 의원, 조순형 의원 형제가 있다. 또한, 김숙희 이화여대 명예교수와 도올 김용옥 세명대 석좌교수 남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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