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울린 ‘그 남자들의 황홀한 밤’
  • 한면택│워싱턴 통신원 ()
  • 승인 2012.04.28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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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비밀 경호원들, 추잡한 성매매 스캔들 일으켜…오바마, 지도력 의심받는 등 재선 도전에 ‘악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을 보호해주어야 하는 비밀 경호원들의 추잡한 성매매 스캔들로 굴욕을 당하고 있다. 캐면 캘수록 스캔들의 진상이 상세히 드러나고 있어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이번 추문이 단순히 창피당한 데 그치지 않고 지도력까지 의심받는 파장을 불러와 재선 도전에서도 악재가 될 것으로 경고되고 있다.

중남미 콜롬비아 카르테헤나의 카리브 해안가에 있는 플레이 클럽(Pleyclub)은 “당신의 펜타시를 현실로 만들어드립니다”라고 선전하며 유혹하고 있다. 그러나 환상적인 밤을 보낸 어떤 사람들에게 현실은 악몽 그 자체였다. 건장하고 때로는 핸섬한 미국 남자들이 10여 명씩 적어도 두 팀이 플레이클럽에 나타났다. 지난 4월11일 밤, 그곳에서 이 보디가드들은 폭음을 하며 콜롬비아 무희들이 펼치는 스트립쇼를 관람하면서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는 삼삼오오 짝을 지어 미리 흥정해놓은 콜롬비아 여성들과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카리브해안이 내려다보이는 카리브호텔의 방은 그리 호화스런 곳은 아니었으나, 미국 경호원들에게는 환상의 밤을 보내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미국 ABC 방송은, 경호원들이 술에 만취되도록 파티를 했고 심지어 그중 일부는 마약도 복용했다고 폭로했다. NBC 뉴스는 경호원 두 명이 콜걸 한 명과 관계를 맺었다고 전하며 경호원 두 명은 화대를 반씩 나누어주었으나 콜걸은 “화대를 따로 지불하라”라고 따졌다는 수치스런 장면을 보도했다. 일부 경호원은 자신이 오마바 대통령의 경호원이라고 자랑했고, 오바마 대통령의 콜롬비아 방문 스케줄표도 방 안에 그대로 방치해놓고 있었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다니아 수아레즈는 올해 스물네 살이지만 아홉 살짜리 아들을 두고 있는 싱글맘이다. 그는 그날 밤에도 플레이클럽에서 먹잇감을 찾다가 건장한 미국인 남자들을 만났다. 다니아는 취기가 돌고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 자신의 파트너와 흥정을 벌였다. 미국인 남자의 숙소인 호텔 방까지 에스코트하고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데 8백 달러나 받기로 했다. 하룻밤 화대치고는 최상급으로 보였다. 성매매가 합법인 콜롬비아에서 그는 스스로 콜걸임을 대놓고 밝혔다. 잘생긴 미국 남자와 하룻밤을 불태운 다니아는 다음 날인 4월12일 아침 황당한 일을 겪게 된다. 일을 치르고 난 이 미국 남자가 다니아에게 건넨 돈은 단돈 30달러였기 때문이다.

ⓒ 뉴욕타임즈·AP 연합

오바마의 콜롬비아 방문길에 벌어진 사태

“이봐요, 내 돈 내놔요.” 다니아는 소리쳤다. 동료 한 명이 뛰어와 화대 다툼에 가세했고 호텔 직원들이 달려왔다. 호텔측은 사태가 심상치 않자 지역 경찰에 신고했고, 결국은 콜롬비아 주재 미국 대사관에도 통보되었다.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갔기 때문인 듯 이 미국 경호원은 미국 달러화와 콜롬비아 화폐를 섞어 2백25달러를 다니아에게 건네주고 사태를 끝내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이들이 미국 대통령을 보호하는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 소속 경호원들이고, 콜롬비아를 방문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엄청난 스캔들로 확대되었다.

다니아는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고 화대 때문에 다투었던 사람이 미국 대통령의 경호원이었다는 보도를 듣고 공포에 휩싸여 몸을 숨겼다고 친구들은 전하고 있다. 해외 방문 중인 대통령을 경호하는 대신 현지의 성매매 여성들과 섹스 파티를 벌인 혐의로 스캔들의 주인공이 된 미국 남자들은 비밀경호국 소속 경호 요원 12명과 경호 지원 업무에 나섰던 미군 12명 등 무려 24명에 달한다. 비밀경호국 소속 경호원 12명 중에 11명은 문제의 카르타헤나 카리브호텔에 투숙해 있었고, 한 명은 오바마 대통령이 묵었던 힐튼호텔에까지 성매매 여성을 끌어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미군 12명은 대부분 카리브호텔에서 숙박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육군 특수부대인 그린베레 다섯 명과 해군 폭발물 해제팀 두 명, 해병 군견담당관 두 명, 공군 한 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날 밤 호텔 방까지 들어왔던 콜롬비아 성매매 여성들은 20명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을 근접 경호하는 팀은 아니었고,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미리 현지에서 경호 체제를 구축하는 선발대였다.

따라서 이번 스캔들이 터진 날도 4월11일과 12일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미주 정상회의에 참석차 카르타헤나에 도착한 13일보다 하루 이틀 전이었다. 경호 선발대 임무를 완료했다고 판단하고 경호 본대에게 오바마 대통령 경호 업무를 넘긴 후 술과 섹스 파티를 벌였다가 최악의 스캔들을 일으킨 것이다.

관련 경호원들, 줄줄이 퇴출당해

사상 최악의 스캔들에 직면한 비밀경호국은 현지에서 지휘하고 있던 남미국장(마이애미 지부장)인 폴라 리드의 신속한 조치로 조사에 착수했다. 폴라 리드는 비밀경호국 경호원 전체에서 11%에 불과한 여성 요원들 가운데 보기 드문 간부이다. 그는 황당 스토리를 접수하고 본국에 즉각 보고한 후 성매매 관련자 11명을 즉시 본국으로 보내 조사받도록 조치했다. 자체 조사 결과 성매매 추문이 사실로 확인되자 관련 경호원들이 줄줄이 퇴출당하고 있다. 4월 말 현재 아홉 명의 경호원들이 사직했으며 사안이 비교적 가벼운 세 명만 살아남았다. 30년 안팎의 경력을 지닌 베테랑 슈퍼바이저 두 명도 퇴출되었다. 데이비드 채이니는 불명예 은퇴(retire)를 당했고, 그레그 스토크스 팀장은 해고(Fired)당한 후 소송을 걸어 법적 투쟁을 시작했다. 다른 경호 요원들은 사임(resign)했으며 한 명은 비밀 취급 인가를 취소당했는데 비취 인가 취소가 확정되면 비밀경호국에서 떠나야 한다. 성매매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세 명은 일단 퇴출은 면했는데 행정적으로 벌칙을 받게 된다.

경호원들과 성관계를 맺은 콜롬비아 여성 20명 가운데 18세 이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그 상대는 엄중한 형사 처벌까지 받게 되는데 아직까지 미성년자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군 12명에 대한 조사 결과는 발표되지 않고 있으나 군법은 더 엄격해 성매매 혐의가 확인되면 1년까지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 비밀경호국(Secret Service)은 당초 재무부 소속으로 위조지폐·증권 등에 대한 전담 조사를 맡았으나 1901년 윌리엄 맥킨리 대통령 암살 사건 이후 대통령과 부통령, 외국 국가 원수 등 요인들을 경호하는 업무로 확대되었다. 이 가운데 경호 임무를 맡는 부서는 2003년 3월부터 국토안보부의 산하 기관으로 배속되었다. 따라서 현재의 비밀경호국도 크게 재무부 산하 위조 방지 부서와 국토안보부 산하의 경호 부서로 나뉘어 있다. 요인 경호를 맡고 있는 비밀경호국에는 3천5백명의 경호 요원과 1천4백명의 경호지원 군 장교 등이 소속되어 있다.

이번 스캔들은 미국 대통령의 해외 순방지에서 경호 요원들이 성매매 파티를 벌였다는 점에서 굴욕적인 파문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뿐만 아니라 불순 세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침투할 수 있을 정도로 백악관 경호에 심각한 구멍이 뚫릴 여지를 드러내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번 스캔들은 선거철에 터져 정치 쟁점, 대통령의 지도력 문제로 비화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미주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경호원들의 집단 성매매 사건으로 굴욕적인 창피만 톡톡히 당하고 돌아왔다. 11월6일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수치스러운 악재 하나를 떠앉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연방하원의 정부감독위원회와 민주당이 다수당인 연방상원의 국토안보위원회 등 네 곳의 위원회가 잇따라 청문회를 개최했다. 여야는 이번 스캔들은 물론 예전의 추문들도 낱낱이 파헤치겠다고 나서고 있어 파문이 계속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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