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도 모르는 절 돈의 비밀
  • 소종섭 기자·신혁진│불교포커스 기자 (kumkang@sisapress.com)
  • 승인 2012.05.21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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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사찰들 다수가 재무 관리 허술…일부 승려는 고급차 구입 등에 쌈짓돈처럼 쓰기도

사찰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않으면 이번 같은 사태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 ⓒ 시사저널 이종현

조계종에서 도박 파문이나 향응, 은처(隱妻) 등과 관련한 소문이 끊이지 않는 핵심 이유는 ‘돈’에 있다. 사찰이나 종단을 마음대로 좌우하는 이른바 ‘권력승’들이 돈을 제멋대로 쓸 수 있는 구조이다 보니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이런 일들이 불거져 세상을 시끄럽게 한다. 개인이 절을 세운 이른바 ‘사설 사암’ 주지만이 아니라 역사적인 연원을 가진 전통 사찰의 주지여도 구조가 비슷하다. 주지직을 둘러싼 뇌물 사건이나 주지직 연임을 둘러싸고 갈등이 벌어지는 이유를 따져들어가면 결국 이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계종이 새로 태어날 수 있는가 여부는 재정, 곧 회계 흐름의 투명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와 깊이 결부되어 있다.

연등 사는 데도 카드 결제는 불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앞에 붙은 참회문을 한 불자가 읽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지난 5월13일, 충남 지역에 있는 한 사찰.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을 켜기 위해 사찰 종무소를 찾은 김삼남씨(가명)는 당황했다. 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현금을 지불해야만 등을 켤 수 있다는 것이다. 평소 현금보다는 카드를 자주 사용해온 김씨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종무원은 “사찰에 카드결제기가 없다”라고 말했다. 김씨는 “조그만 식당에도 다 있는 카드결제기가 사찰에는 왜 없느냐”라고 재차 물었지만 만족할 만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는 결국 연등을 켜지 못하고 절을 나와야 했다.

이 사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조계종 대표 사찰인 조계사에서조차도 카드 결제가 되지 않는다. 생일 불공 등을 올리기 위해서는 현금을 찾아가지고 종무소에 가야 한다. “불공을 올리면서 카드로 결제하는 것은 좀 그렇지 않느냐”라고 말하지만, 신도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고 내용상 차이를 찾기가 힘들다. 이런 문제는 결국 ‘조계종 돈’의 투명성 문제와 연결된다.

불교는 기본적으로 ‘무소유’가 원칙이다. 출가 수행자가 소유할 수 있는 것은 삼의일발(三衣一鉢), 가사 장삼과 속옷 한 벌과 발우 하나뿐이었다. 그러나 조계종의 현재 모습은 이 대원칙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 불교의 율장은 ‘비구는 자기 손으로 금, 은, 돈을 받아서는 안 된다’라고 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사찰에 돈이 어떻게 들어오고 어떻게 쓰이는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서울 봉은사 등 일부 사찰에서 신도들이 참여하는 ‘사찰운영위원회’를 구성하고 재정을 공개하는 등 사찰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대다수 사찰은 주지 스님이 이를 좌지우지한다. 사찰의 1년 예산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찰에서는 재무 관리의 전산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손으로 기록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주머닛돈이 쌈짓돈’이라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하다.

조계종 총무원의 올해 예산은 2백21억5천6백67만8천원이다. 사정을 잘 모르는 이들은 총무원이 엄청나게 돈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1년 예산이 이 정도라는 것을 알고 나면 깜짝 놀라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조계종 총무원의 수입 구조는 대략 여섯 갈래로 나뉘어진다. 각 지역에서 중심 역할을 하는 24개 교구본사가 내는 ‘중앙 분담금’, 직할 교구 사찰들이 내는 ‘직할 분담금’, 조계종 산하 각 법인이 내는 ‘법인 분담금’, 수입이 다른 사찰들에 비해 많은 50개 사찰이 내는 ‘특별 분담금’, 문화재 관람료 사찰의 입장료 수입 가운데 12%를 내는 ‘문화재 관람료 분담금’, 총무원 직영 사찰이 내는 ‘직영 분담금’ 등이다.

분담금 제도도 기형적인 구조로 운영돼

조계종 소속 2천7백여 개 사찰은 예·결산서를 해마다 총무원에 제출하도록 되어 있으며 총무원은 이를 보고 분담금을 조정한다. 조계종 총무원은 현재 각 사찰이 얼마를 내는지를 정한 분담금 요율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금 적용되는 분담금 요율은 20년 전에 정해진 것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사찰의 사정에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 사찰들이 분담금을 조정하는 것에 반발하면서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신도가 크게 줄어든 사찰들은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못하고, 과거보다 신도가 크게 늘어난 사찰들은 수입은 많은데 분담금은 적게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사찰 사이에도 갈수록 양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정을 신도들에게 공개하는 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사찰인 봉은사의 올해 예산은 1백38억원이다. 그러나 지방 소규모 사찰은 하루하루 먹을거리를 걱정할 정도로 살림이 어려운 경우도 적지 않다.

각 사찰들이 국비나 지방비를 지원받아 불사(건축물 공사)를 하는 데 힘을 쏟는 부작용은 이런 과정에서 발생한다. 최근 지방 사찰들을 가보면 얼마 전까지 있던 멀쩡한 건물을 부수고 새로 짓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한 사찰은 공사 업체 선정을 누가 할 것인가를 놓고 지방자치단체와 한동안 갈등을 빚기도 했다. 사찰 주지가 “경험이 많고 상황을 잘 아는 내가 지정한 업체에 공사를 맡기게 해달라”라고 요구하면서 지자체가 의뢰한 공사 업체가 공사를 하는 것을 막았기 때문이다. 지자체에서는 “국비와 지방비를 들여서 하는 공사인데 왜 업체 선정을 사찰 주지가 해야 하느냐”라며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신도를 늘리는 등 포교 활동에 노력하기보다는 ‘뭉칫돈’인 정부 돈을 받기 위해 외부 로비 활동에 열심인 등 본말이 전도된 경우도 낯설지 않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를 횡령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사건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재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기 위한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스님들이 직접 돈을 만지는 현재의 구조를 쇄신하지 않고는 최근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힘들다. 조계종 사찰 재정의 투명성 문제는 종무원들의 문제와도 연결되어 있다. 사찰에서는 주지가 바뀌면 종무원들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친인척 등 ‘자기 사람’들이 새로 들어와 사무를 본다. 이러니 인수·인계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 많다. 당연히 주지의 영향력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되고 돈이 절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도 그만큼 커진다.

수백만 원 넘는 승복에 골프 여행까지

조계종 중앙신도회는 지난 5월16일 ‘사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전문 종무원들이 행정과 재정을 담당하게 하고 스님들은 수행에 전념할 수 있는 제도를 신속히 시행하라’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회도 ‘종단은 좀 더 전문적인 종무원을 양성하기 위한 시스템과 이들 종무원이 정확하게 업무를 시행할 수 있는 사찰 운영의 제도적 지침을 마련하여 보다 투명하고 정확하게 종단을 운영해야 한다. 이럴 때 많은 재가 불자의 신뢰를 받을 것이며 이와 더불어 전 국민의 지지를 받는 믿음직하고 마음 기댈 만한 교단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라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주지가 바뀌더라도 종무원들이 행정의 연속성을 갖고 행정과 재정을 담당한다면 한층 짜임새 있게 사찰을 운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종무원들도 본사나 총무원으로부터 정기적인 감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등이 전제되어 있다. 수행과 행정의 분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재정의 불투명성은 승려들의 삶에도 영향을 미친다. 정웅기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이번 사태가 불거진 뒤 한 불교계 매체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썼다. “지금 출가 수행자들의 삶은 어떠한가. 적지 않은 스님들의 의식주는 중산층 이상의 수준을 향유한다. 값비싼 음식을 즐기고, 절에서 밥을 먹을 때조차 푸짐하게 차려진 독상에서 밥을 먹는다. 수백만 원이 넘는 고급 승복을 입으며, 혼자 자기에는 턱없이 큰 방에서 홀로 잔다. 고급·외제차를 타고 다니는 스님도 많고, 해외여행에 골프를 즐기는 이도 적지 않다. 수백~수천만 원짜리 보이차를 구하러 중국에 간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종종 들린다. 부처님처럼 걸인으로 살기는커녕 이렇게 중류 이상의 호화 생활을 하는 삶에서 대자비심이, 위 없는 깨달음을 얻기 위한 발심이 싹틀 수 있을까? 그렇다고 대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불교계의 한 언론인은 불교계에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고 말한다. “수백만 원짜리 승복을 입는 승려가 많다. 명품을 선호하는 정도가 심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재정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과 함께 의식 개혁 운동도 벌여야 한다.” 

 

사찰 ‘장부 정리’부터 바로잡아야

조계종 총무원 재무부가 작성한 ‘2010년 결산서, 2011년 예산서 취합 현황’에 따르면 조계종에 소속된 사찰들의 예·결산서 보고율이 30%에 그쳤으며 교구본사는 10%도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계종 ‘예산회계법’은, 말사는 해마다 11월 30일까지 본사에 예산서를 보고하고 본사는 그해 말까지 총무원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결산서 역시 해마다 2월 말까지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8월31일을 기준으로 전체 해당 사찰 2천9백33개 중 예산서는 8백96개 사찰이, 결산서는 9백48개 사찰이 보고해 30%를 겨우 넘긴 것이다.

조계종 재정 파악의 기초 자료이자 예산 수립의 근거가 되는 각 사찰의 예·결산서가 취합되지 않는 것은 대다수 사찰이 고의로 보고를 회피하고 있기 때문으로 총무원은 보고 있다. 일부 사찰에서는 기본적인 회계 장부조차 갖추지 못해 조계종이 ‘공부(公簿) 현실화’를 매년 과제로 삼는 현실이다. 게다가 보고를 하지 않더라도 징계나 권리 제한 등 특별한 제재가 없어 보고율이 더욱 떨어지고 있다. 

또 조계종 사찰 중에는 여전히 신도 카드를 손으로 작성하는 사찰이 적지 않다. 사찰을 찾은 신도가 등을 밝히는 데 얼마를 내고, 불사와 기도비로 얼마를 냈는지 수기로 작성하면 누락의 빈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승려 도박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이 가진 ‘현안 관련 긴급 회의’에서 “사찰 투명성 제고를 위해 부처님 오신 날 이후 전문 종무원을 양성·배치해 재정 관리 등 행정을 담당하게 하고 스님들은 수행과 교화에 전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라고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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