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유료화’ 시도 절반의 성공
  • 김회권 기자 (judge003@sisapress.com)
  • 승인 2012.11.20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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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 세계적으로 뉴스 유료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온라인 뉴스=무료’라는 등식에 익숙했던 독자들이 서서히 디지털 기사에 지갑을 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파이낸셜타임스 등 경제지 위주였던 유료화 성공 모델이 종합지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과거에 기사 유료화를 시도해 쓴맛을 보았던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유료화로 전환한 뒤 선전하면서 LA타임스 등 미국 주요 매체들이 유료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유료 회원은 늘어나는 데 반해 수익은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과 언론 환경이 비슷한 일본에서도 일본경제신문을 선두로 아사히 신문, 요미우리 신문 등이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디지털 유료화 정책은 쓰러져가는 신문 산업에 약이 될 수 있을까? 무료 뉴스가 범람하는 가운데 신문들의 유료화 정책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시사저널 이종현
아더 슐츠버그 뉴욕타임스(NYT) 회장은 신문 시장을 이렇게 진단했다. “단단한 얼음 덩어리였던 신문이 서서히 녹아가고 있다. NYT가 아무리 거대한 얼음 덩어리라고 해도 녹아가고 있으니까 손을 써야 한다.”

NYT는 신문업계의 모범생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우울한 잿빛 전망이 편집국을 휩쓸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신문 광고 수입은 2005~10년에 종이 신문과 온라인을 합쳐 48%나 감소했다. 온라인은 50%가량 성장했지만 지면 광고가 52%나 줄어들었다. 온라인이 아무리 성장해도 광고 단가가 낮기 때문에 지면 광고 감소분을 채울 수는 없었다.

미국의 신문사는 다른 나라에 비해 광고 매출 비중이 큰 편이다. 평균적으로 보면 광고가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그나마 NYT는 다른 신문에 비해 판매 비중이 높은 매체였다. 2011년 기준으로 판매가 6억8천4백만 달러(총 매출의 44%), 광고가 7억8천만 달러(총 매출의 50%) 정도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건전했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불안감이 없지 않았다.

판매 비율이 높아진 데 일등 공신은 NYT의 일요판이었다. 발행 부수는 평일판 88만부보다 54%나 많은 1백35만부에 달하고 가격 역시 6달러로 평일판 2달러보다 세 배나 비싸다. 일주일에 한 번 발행하는 일요판 광고 매출이 전체 광고 매출의 50%에 달했다. 평일판과 일요판의 매출이 대략 반반이었다. 일요판은 지면으로 발행하고 평일판은 지면 대신 온라인으로 돌리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그렇다고 일요판도 마냥 안전한 수익원은 아니었다. 신문 광고 매출은 계속 감소했다. 감소세는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기대하고 있던 디지털 광고 매출 역시 생각만큼 빨리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NYT는 전략을 수정했다. 핵심은 ‘광고에서 판매로의 전환’이었다.

“미국 신문업계 광고액, 1950년대 수준”

미시간 대학의 마크 페리 교수는 인플레이션을 고려해 미국 신문업계의 광고 상황을 추적한 결과를 자신의 블로그에 공개했는데, 내용이 충격적이었다. 2011년의 신문업계 광고 총액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시기로 되돌아갔다. 2011년 추정되는 총 광고액은 2백7억 달러로 1951년 1백95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적었다. 4년 전인 2007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였고, 신문 광고의 최전성기였던 2000년 6백40억 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한 액수였다.

신문사의 온라인 광고를 포함해도 총 2백26억 달러에 불과했다. 57년 전인 1954년의 신문업계 총 광고액은 2백25억 달러로 산출되었다. 페리 교수는 “1950년 2백억 달러에서 2000년 6백35억 달러가 되는 데 50년이 걸렸지만, 2011년 약 2백억 달러로 추락할 때까지는 겨우 11년이 걸렸다”라고 지적했다.

페리 교수의 말대로 신문 광고 시장은 급격히 침체했다. 그래서 2011년 3월28일 NYT는 디지털 유료화를 단행했다. 무료 뉴스가 범람하는 가운데, 갑작스런 유료화가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었다. 지난 15년간 NYT는 무료로 콘텐츠를 개방해왔다. 그 덕분에 매달 3천만명의 온라인 독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

홈페이지(NYTimes.com)를 방문한 사람은 2011년 3월28일부터 한 달에 20건의 기사를 무료로 볼 수 있게 되었다(지금은 10건으로 수정했다). 만약 21번째 기사를 보려고 하면 기사 대신 뜨는 가입 안내문을 보아야 한다. 웹사이트와 스마트폰 앱만 이용할 경우 4주에 15달러, 웹사이트와 태블릿PC 앱을 이용하면 20달러, 웹사이트와 스마트폰+태블릿PC 앱을 이용할 경우 4주에 35달러를 내야 한다.

이런 유료 구독 서비스를 ‘페이월(Paywall)’이라고 부른다. 콘텐츠를 이용하기 위한 ‘지불 장벽’이다. NYT는 3천만 독자의 연령·소득·성별·기호 등을 분석했다. 독자들의 지불 의욕(willingness to pay)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전문직 종사자나 중산층 이상인 독자들 중 충성도가 높은 사람들은 연간 최소 1백95달러라는 지불 장벽을 기꺼이 넘어 유료 회원으로 가입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비슷한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월스트리트저널과 <이코노미스트>, 파이낸셜타임스 등이 모두 유료라는 점, 그리고 이들 신문 모두 지불 의욕이 강한 고객층을 노려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는 점에 자극받았다. 불룸버그에 따르면 NYT가 이번 유료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들인 비용은 약 4천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NYT는 “그렇게까지 많지 않다”라고 부인했다).

유료화 이후 생길지도 모르는 트래픽 감소에도 대책을 마련했다. 트래픽 감소는 온라인 광고 수익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했다. 그래서 일부러 페이월을 뚫을 수 있는 허점을 마련했다. 매달 20개의 기사를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것 외에도 구글 등의 검색 엔진을 통해서 들어올 경우 1일 5건의 기사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SNS 사용자에게는 후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을 통해 기사에 도달할 경우 개수 제한 없이 기사를 읽을 수 있다. SNS를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젊은 층과 온라인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계층은 과거와 다를 바 없이 NYT의 콘텐츠를 접할 수 있었다. NYT도 유료화를 마냥 장밋빛으로 볼 수는 없었기 때문에 만든 일종의 보호 장치였다.

유료화를 시행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9월30일 미국 AB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NYT의 디지털 구독자 수가 신문 부수를 웃돌았다. NYT 평일판 디지털 가입자 수는 89만6천3백52명으로 신문 부수 71만7천5백13부를 크게 앞질렀다. NYT의 온라인 가입자를 포함한 총 부수는 1백61만3천8백65부로 1년 전에 비해 40.3%가 늘어났다. 디지털 구독 회원 수만 따지면 월스트리트저널을 추월했다. 전체 미국 신문의 디지털 구독자 수 비중이 평균 15.3%인 데 비해 NYT는 디지털 유료 회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매우 높았다. 온라인에서도 우등생이 되었다.

그런데 경영 지표상으로는 기뻐할 수 없었다. 유료 회원은 늘어났는데 오히려 어려움이 부각되었다. NYT의 올해 3분기(6~9월) 결산을 보면 인쇄 광고 매출이 전년 동기에 비해 10.9%나 줄었다. 인쇄 광고 감소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 ABC 발표에 따르면 신문 부수는 1년 전에 비해 6.9% 감소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온라인 광고 매출 감소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2%가 떨어졌다. 디지털 유료 회원수는 1년 전에 비해 두 배가량 증가했는데, 디지털 광고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했다.

그러면 타개책으로 내세울 만한 것은? 디지털 콘텐츠 유료화 수입을 더욱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도 만만치 않다. NYT의 디지털 유료 회원 수 증가세에 비해 매출액 증가가 미미했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볼 때 7.4% 증가에 머무르고 있다. 그래서 유료 회원의 포화를 의심하는 의견도 있다. 실적 저하 때문에 10월25일 NYT컴퍼니의 주가는 22%나 급락했다.

는 2012년을 마지막으로 종이 잡지 발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디지털 유료화 정책을 실시한다. ⓒ UPI 연합
맥클라치 컴퍼니 등도 유료화에 동참

약 1년 전인 2011년 11월, NYT 편집국의 분위기는 좋았다. 당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세계편집인포럼에서 NYT의 짐 로버츠 편집국 차장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올해 3월에 웹사이트를 유료화했는데, 월간 사용자가 전년에 비해 2.3%나 증가해 3천4백만명이 되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놀라운 결과였다”라며 기뻐했다. 그는 “나 스스로가 유료화할 경우 접속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반대했던 사람이다. 특히 소셜 미디어 등 새로운 시도에 관심이 많은 젊은 독자가 떨어져나가는 것을 우려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료화 실시 전, NYT 편집국 내부에서도 회의적인 분위기가 적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페이지뷰의 감소는 미미한 대신 유료 사용자가 증가하는 추세가 계속되면서 편집국 분위기가 바뀌어갔다. 그는 “우리가 가치 있는 디지털 제품을 창조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기자들이 동영상이나 문서 파일 등을 더욱 빠르게 웹에 올리고 싶어 했다”라고 말했다. 지면 광고 감소로 고통받고 있는 NYT에게 유료 회원 증가는 단비 같은 현상이었다. 하지만 이번 실적 발표를 보면 해갈까지 가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디지털 유료화로 활로를 찾으려는 미국 매체들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매체가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이다. 매주 <타임>과 <뉴스위크>의 커버스토리를 비교하는 재미는 내년을 기점으로 추억이 된다. 79년 역사의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는 올해를 마지막으로 인쇄 매체 발행을 접기로 했다. 10여 년 전인 2001년, 3백15만여 명의 정기 구독자를 자랑했는데, 올해 6월에는 그 절반 정도인 1백52만여 명으로 줄어들었다. <뉴스위크>는 매년 4천만 달러의 적자를 보고 있었고, 결국 종이를 포기하고 내년부터는 ‘뉴스위크 글로벌’을 통해 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용 유료 구독 서비스로 전환하기로 했다.

신문들도 NYT의 길을 밟아가고 있다. 미국신문협회(NAA)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8월을 기준으로 미국 신문 1백56곳이 디지털 유료화를 실시하고 있다. 1백56곳 중 1백31곳이 미터제를 적용하고 있다. 미터제는 매월 일정 개수의 기사까지는 무료로 제공하되 그 이후는 유료로 기사를 보는 방식으로 NYT와 같은 방식이다. 맹주인 NYT가 미터제를 적용해 유료 회원 확장에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현재 미터제 웹사이트는 평균 11.2개의 무료 기사를 제공 중이다.

앞으로도 유료화가 대세이다. 현재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 3위 신문 그룹인 맥클라치 컴퍼니의 신문 30개도 결국 유료화를 선언했다. NAA는 올해 내에 미국 1천4백여 개 일간지 웹사이트 중 약 20%가 유료화에 동참할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그 숫자만 3백개에 가깝다. 문제는 모범생인 NYT마저 디지털 전환에서 활로를 뚫기 어려운 것이 미국 신문 산업의 현주소라는 점이다. NYT보다 브랜드 가치가 낮은 나머지 신문들은 독자들을 어떻게 유료화로 전환시킬지 마땅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유료화라는 활로 끝에 정말 환한 빛이 보일지도 지금은 아리송하다.


유료화 성공하려면 브랜드 파워부터 키워라 

“인터넷에서 읽는 뉴스는 공짜다.” 그동안 영국 독자들 사이에서는 이런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공영방송 BBC의 뉴스도 공짜였고, 검색 엔진이 제공하는 뉴스 사이트도 무료였다. 영향력 있는 신문들은 자사 웹사이트에 과거 기사를 포함한 모든 기사를 무료로 공개해왔다.

그러나 최근 2~3년 동안 뉴스 소비를 둘러싼 환경은 바뀌었다. 그 선두에는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있다. FT는 웹 사이트의 검색을 미터제(일정 뉴스 수를 무료로 열람한 뒤 이후는 유료로 이용하는 방식)로 실시해왔다. 무료 회원도 이름과 전자메일을 반드시 등록하게 했다. 무료 뉴스는 초기에 월 30개를 제공했지만 점점 줄여나갔다. 현재 종이 신문과 인터넷판과 모바일 디바이스 뉴스에 모두 가입하면 매주 13.5파운드(약 2만3천원)를 내야 한다. 온라인 콘텐츠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구독은 주 6.79파운드(약 1만1천6백원), 일부만 이용할 수 있는 스탠더드 구독은 주 5.19파운드(약 8천9백원) 등 차별화된 가격 체계를 갖추고 있다.

FT는 2012년 상반기 독자 수를 발표했는데, 온라인 독자가 종이 신문 독자를 추월했다. 온라인 유료 구독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31%가 증가해 30만1천4백71명을 기록했다. 이는 종이 신문 발행 부수인 29만7천2백25부를 넘어서는 수치이다. 특히 온라인 회원 수(무료)는 전년 동기 대비 29%나 증가한 4백80만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종이와 온라인을 합친 글로벌 유료 독자는 전년에 비해 2% 증가한 59만9천명에 달한다.

FT는 경제지이다. 타깃이 분명하다는 것이 강점이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는 온라인에 최적화된 경영 방침을 성공의 비결로 꼽는다. FT 웹사이트 담당 임원인 롭 그림쇼는 “FT는 ‘인터넷판’이라는 상품을 판매하는 소매점과 같다는 방침을 일관되게 가져갔다”라고 말했다. 소매점은 상품이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래서 기사의 질이 중요하다. 하지만 값을 지불하는 절차도 쉬워야 했다. 그림쇼는 “등록하고 가입한 뒤 지불하는 과정을 철저하게 단순화하는 것이 먹혔다”라고 설명했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수익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FT는 인터넷판 수입만으로 회사를 지속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경영 방침을 강조하고 있다.

FT의 성공은 영국의 다른 신문사에도 전환점이 되었다. 2010년 6월, 더 타임스는 일요판 ‘선데이타임스’와 함께 묶어 온라인 뉴스를 유료화했다. 하루 1파운드(1천7백원), 주당 2파운드(약 3천4백원)의 요금을 매겼다. 온라인 회원으로 구독하지 않으면 한 줄도 읽을 수 없게 만들었다. 유료화하고 반년 뒤인 2011년 1월 더 타임스의 인터넷판 구독자 수는 약 11만9천명, 선데이타임스의 구독자는 약 11만3천명을 기록했다. 종이 신문의 구독자는 인터넷판 기사를 무료로 읽을 수 있다. 따라서 종이 신문의 발행 부수(더 타임스 40만부와 선데이타임스 96만부)를 합치면 1일 독자 수가 더 타임스는 52만명, 선데이타임스는 1백8만명으로 늘어난다. 영국 신문업계에서는 더 타임스의 결과를 ‘성공’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다른 영국 신문들은 주로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디바이스용 기사로 유료화에 도전하려고 한다. 일부 신문사는 아마존 킨들을 통한 유료화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질 높은 무료 정보가 넘치는 영어권 인터넷 환경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브랜드 파워이다. 그림쇼는 “종이가 아닌 수많은 기사가 난무하는 인터넷판에서 열독률을 유지하려면 결국 브랜드 파워가 있는 콘텐츠여야 한다. 사람들은 브랜드가 있는 기사에 대해서만 디지털로 읽을 때 돈을 지불하려고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신문의 성공을 바라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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