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판 김광준 사건’ 터진다
  • 이승욱 기자 (smkgun74@sisapress.com)
  • 승인 2012.11.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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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강남 안마시술소 내사…경찰도 “우리가 내사 벌여왔던 것” 맞불

검찰과 경찰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김광준 서울고검 부장검사 비리 사건으로 ‘핵폭탄급’ 치명타를 입은 검찰이 역공에 나서며, 경찰을 향해 칼날을 세우고 있다. 김검사 비리 수사의 단초를 경찰이 제공했다는 데 대한 보복성 수사가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금 검찰은 경찰과의 유착 관계가 의심되는 강남 일대 안마시술소 등 유흥업소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현직 부장검사에 대해 수뢰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가운데 한상대 검찰총장이 19일 오후 굳은 표정으로 서초동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특히 검찰의 안마시술소 유착 관계 의혹 내사로 인해 검·경의 ‘이중 수사’ 논란이 또다시 불거질 조짐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양측은 이미 김광준 부장검사 비리 사건으로 한 차례 격렬한 ‘이중 수사’ 다툼을 벌인 바 있다. 지난 11월 초 김검사의 비리 혐의에 대한 경찰의 수사가 본격화되자, 검찰은 발 빠르게 특임검사를 임명하면서 경찰 수사에 김을 뺐다. 경찰의 반발은 거셌다. 마치 수사를 가로챈 듯한 모양새 탓에 검찰은 수세 국면에 몰리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경찰판 김광준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이번에는 ‘갑을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는 최근 서울 강남 일대 안마시술소 업주들이 단속 무마 등의 명목으로 경찰과 공무원 등에게 뇌물을 제공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내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은 특히 강남구 역삼동과 도곡동 등 대형 안마시술소 두 곳의 불·탈법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유흥업소의 불법 행위 여부를 살펴보는 수준이다”라며 통상적인 조사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경찰 일각에서는 검찰의 안마시술소 내사가 “경찰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것이 아니냐”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이미 검찰은 올해 초부터 이른바 ‘룸살롱 황제’ 이경백씨(40) 로비 사건과 국내 최대 규모의 룸살롱인 강남 ‘YTT’ 업소 등에 대한 불·탈법 수사를 벌여왔다. 이 수사로 강남 일대의 유흥업소와 경찰, 공무원들의 유착 관계가 상당 부분 드러났다. 이 수사로 인해 경찰은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었다. 검찰이 강남 룸살롱 비리 사건으로 구속한 경찰만 10여 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의 강남 안마시술소 내사 역시 결국 경찰의 도덕성을 다시 한번 흠집 내려는 검찰의 의도로 보기 때문에 경찰은 전전긍긍하고 있다.

김기용 경찰청장이 지난 9월3일 경찰청에서 열린 전국 경찰 지휘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갑을’ 뒤바뀐 이중 수사 논란 재연 조짐

검찰의 내사 소식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경찰이 기민한 대응에 나섰다. 경찰은 검찰의 움직임을 포착한 직후, “서울 강남 지역에 근무했던 간부급 경찰이 강남 안마시술소 업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혐의로 경찰청 내부비리수사대의 내사를 받고 있다”라는 사실을 이례적으로 공개하며 맞불을 놓았다. 이처럼 경찰이 내사 중인 조직 내부의 비리 혐의까지 드러낸 것은 검찰에 수사의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비리 의혹이 제기된 간부급 경찰은 강남 지역 일대에 근무했던 이 아무개 경감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 2006년 무렵부터 강남 안마시술소 업주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최대 수천만 원을 상납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검찰의 수사와는 별개로 진작부터 자신들이 이경감 비리 혐의와 관련해 내사를 벌여 왔다는 점을 애써 강조하고 있다. 검찰이 안마시술소와 경찰의 유착 관계를 들여다보기 전부터, 경찰 스스로가 비리 혐의를 인지해 내사를 벌여왔다는 것이다. 마치 김검사 비리 사건 당시 경찰의 수사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찰이 특임검사를 임명한 채 스스로 수사를 벌여나간 것과 비슷한 대응 전략이다. 

그러나 나 경찰측의 입장은 궁색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경찰이 검찰의 강남 안마시술소 내사에 대해 ‘보복성’이라며 반발하고 있지만, 정작 경찰이 지난 2009년 무렵에 이미 강남 대형 안마시술소와 경찰의 유착 비리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경찰이 관련 수사에 미온적으로 대처하다가, 검찰에 뒤통수를 맞은 셈이 되었다. 지난 5월15일자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찰은 2009년 12월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서울 강남 지역 유명 안마업소들의 성매매 및 탈세 관련 정보를 넘겨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FIU의 정보에는 최근 검찰이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남 역삼동과 도곡동 소재 안마시술소 2곳의 직원 계좌에서 1억원가량의 현금이 인출되어 자금이 세탁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자료가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경찰은 ‘자료가 불충분하다’며 내사 종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2년 가까이 손을 놓고 있던 경찰은 지난 5월 언론 보도를 통해 내사 종결 사실이 드러나자 그때서야 수사를 재개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당시 해당 안마시술소의 업주 박 아무개씨(34)가 경찰 로비를 통해 업소 단속 등을 피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경찰은 지난 6개월 동안 아무런 수사 결과를 발표하지 않았다. ‘자기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검찰의 내사 소식이 전해지자, 경찰은 부랴부랴 이경감의 비리 혐의를 언론에 공개하고 나서 또 다른 의혹만 낳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FIU 통보가 있은 후 내사 종결했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재수사를 시작한 것은 사실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수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경찰은 이번 검찰의 안마시술소 내사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온 데 대해 “전형적인 보복성 꼼수이다”라며 검찰을 성토하는 분위기이다. 특히 김검사 비리 사건을 기획했던 황운하 전 경찰청 수사기획관이 이번 경찰 간부 인사에서 사실상 좌천된 상황인 것도 불만인데, 거기다 경찰 내부 비리 의혹에 대한 검찰의 수사 강도가 곧바로 이어지자 한껏 격앙되어 있다.

서울 강남 일대 유흥가. ⓒ 시사저널 사진자료
경찰 내부, 목 죄여 오는 검찰에 “보복성” 불만

검찰이 최근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비자금을 관리하던 전직 경찰 임 아무개씨(45)를 범죄 수익 은닉 규제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경찰의 불만이 대단하다. 임씨는 지난 2006년 경찰 퇴직 후 조희팔 사건을 수사했던 대구 지역 경찰인 정 아무개 경사(구속)와 함께 중국으로 넘어갔고, 거기서 당시 숨어 지내던 조씨를 만나 은닉 재산을 처분하는 지시를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경찰은 임씨가 경찰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고, 조씨측의 협박을 받았던 점을 감안해 불구속 입건한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서는  당시 검찰의 수사 지휘를 받아 임씨를 불구속 입건했음에도, 지금 검찰이 다시 재조사를 하면서 전직 경찰의 개입을 드러낸 점에 “의도성이 있다”라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 간부급 한 인사는 “검찰이 치사하게 내사 중인 사실을 언론에 흘리면서 경찰에 흙탕물을 끼얹는 것 아니냐. 이제는 노골적으로 경찰에 대해 보복성 수사까지 하려 한다”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런 가운데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는 검·경이 상대방의 도덕성에 흠집을 낼 수 있는 내부 비리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한 의원실의 관계자는 “검·경이 벌이는 벼랑 끝 싸움이 대선 정국과 맞물려 갈 데까지 간 형국이다. 지난 60년간 이어져온 두 사정기관의 갈등이 이제는 루비콘 강을 건너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달했다”라며 혀를 찼다. 


포털 비리 사건 놓고 분당경찰서와 성남지청 샅바 싸움  

검찰과 경찰이 또다시 충돌했다. 포털업계 비리 의혹 사건을 놓고 물밑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이중 수사 갈등’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기도 분당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은 지난 5월부터 NHN과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넥슨, 엔씨소프트, CJ E&M 등 게임과 포털업체 15곳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다날·이니시스 등 결제 대행업체를 통해 요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고객 정보를 주고받은 혐의였다. 물론 이용자 동의도 없었다. 경찰은 지난 11월6일 NHN을 제외한 14곳을 모두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경찰의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경찰이 검사의 수사 지휘를 받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배경은 이렇다. 분당경찰서가 지난 7월 수사 중인 업체 15곳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검찰에 요청했다. 검찰은 소명 부족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범죄 사실에 대해 전혀 소명이 되어 있지 않았다.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에 대해서도 조사가 부족했다”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8월 말까지 보완 수사를 하도록 지휘했다.

경찰은 수사 지휘를 따르지 않았다. 지난 11월6일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과정에서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리기도 했다는 것이 검찰측 시각이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관계자는 “경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는 업계의 불만이 그동안 적지 않았다. 피의자측 변호인이 검찰에게 직접 수사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받은 사건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다. 경찰 수사를 받은 업체들은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확인해본 결과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례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NHN은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판매 대금을 회수하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경찰측 입장은 달랐다. 분당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관계자는 “수사 내용은 검찰에 송치된 내용 그대로이다”라고 해명했다. 수사 과정에서 팀장이 다른 경찰서로 전보되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수사 공백이 있었지만 검찰의 수사 지휘를 무시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오히려 경찰에서는 검찰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분당경찰서 관계자는 “우리가 인지한 내사 사건이다. 그럼에도 피의 사실 공표 이유에 대한 사유서까지 썼다”라면서 불편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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