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명문고 교장이 학교를 3류로 만든 사연
  • 조철 (2001jch@sisapress.com)
  • 승인 2013.01.0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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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제공
승리고등학교는 특목고, 자율고 등으로 고교 평준화가 이미 깨진 현실에서 살아남으려고 발버둥치는, 서울 강북에 있는 신흥 일반 고등학교이다. 교훈은 ‘홍익인간’이지만, 강남의 명문고 교장을 지낸 새 교장이 부임하면서 진짜 교훈은 ‘넘버3’가 된다. 전국 50위 안에 드는 학교 중 47개가 특목고·자율고이고 나머지 세 개가 일반고이니, 일반고 중 세 번째라도 들어 특목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자는 뜻이다. 그 목표를 위해 복장 및 두발 검사, 전교 등수 공지, 비수능 과목 수업 변칙 운영, 방과 후 교실과 전원 야간 자율 학습 운영을 원칙으로 정한다.

전교 1등과 전교 꼴등, 학교 일진과 특수 학생이 공존해 있는 승리고등학교 2학년 2반은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축소판이라 할 만하다. 내신을 위해 시험 문제를 훔치는 아이들, 가정 폭력에 시달리다가 이제는 친구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진 짱, 괴롭힘당하는 특수 학생을 모두 품어야 하는 담임선생님은 학생의 자율권을 존중하는 5년차 국어교사 정인재(장나라 분)이다.

휴대전화를 압수했다고 덩치 큰 학생에게 얻어맞고, 체벌했다고 학부모에게 머리끄덩이 잡혀 수모를 겪고, 급식 때 소란을 떤 아이에게 반성문을 쓰게 했다고 학부모에게 무릎을 꿇어야 하는 여교사. 어떤 이는 교사는 방학이 있어서, 일 안 해도 월급이 나와서 좋겠다고, 부러움 반 질투 반 섞어 말한다. 그러나 현실은 “누가 직업 선호도 1위, 최고의 신부감이라 말했던가”라고 반문한다.

그래도 정인재 선생님은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우리들이 그렇게 가르치고, 부모도 그래라 그래라 하고, 학교도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내버려두는데! 애들이 무슨 잘못이겠어요?”라며 끝까지 아이들을  포기하지 않는다. 너무 힘들어 교사직을 그만둘까 고민하던 정선생님이 문득 지난날의 교사 일기를 펼쳐본다.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아직은, 아이들의 손을 놓을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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