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상금 100만 달러 한국 과학자가 거머쥔다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4.30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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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민 교수, ‘새천년 7대 난제’ 해답 제시 국내 수학계에선 “문제 못 풀었다” 주장

세계 수학계의 로또가 있다. 한 문제를 풀면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준다. 세계 수학자들이 이 문제를 풀기 위해 씨름하고 있지만, 해답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100년 넘게 답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한국 과학자가 이 어려운 난제 하나를 풀었다고 해서 화제가 됐다. 그는 조용민 건국대 석학교수(물리학)다.

세계에는 불가사의한 수학 문제 일곱 개가 있다. 일명 ‘새천년 문제(Millennium Problem)’로 불린다. 미국 메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클레이수학연구소(CMI)는 2000년 5월 수학 분야에서 중요한 미해결 문제 7개를 선정했다.

△P대 NP문제 △리먼 가설 △양-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내비어-스톡스 방정식 △푸앵카레 추측 △버치와 스위너톤-다이어 추측 △호지 추측 등이다. 국제적 명성이 있는 수학자들로 선정위원회를 구성해 수개월에 걸쳐 논의를 한 끝에 결정했다. 오늘날 수학에서 가장 중요한 미해결 문제다. CMI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한 문제당 100만 달러씩 총 700만 달러의 상금도 내걸었다. 공모 기간은 무제한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완전하게 풀린 문제는 하나밖에 없다. 2006년 러시아 수학자인 그레고리 페렐만(47)이 ‘푸앵카레 추측’을 푼 것이 유일하다. 이는 1904년 프랑스 수학자 앙리 푸앵카레가 제기한 우주 형태를 밝혀내는 것과 관련된 위상 기하학 문제다.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의 ‘7대 난제’ 중 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한 조용민 건국대 석학교수. ⓒ 건국대학교 제공
102년 동안 수많은 수학자가 이 문제를 풀려고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그런데 페렐만은 단 3쪽으로 이를 증명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페렐만의 증명이 맞는지 다른 수학자들이 검증하는 데만 3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만큼 페렐만의 재능은 놀라웠다.

전 세계가 페렐만을 주목했지만 그럴수록 그는 자신을 숨겼다. 막대한 ‘돈’과 ‘세계 최고 수학자’라는 명예도 원하지 않았다. CMI는 그의 증명을 인정하고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했으나 거절당했다. 또, 2006년에는 수학의 노벨상인 필즈상도 거부했다. 러시아 정부에서 학자로서 최고 영예인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정회원 자격을 주겠다고 했으나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페렐만은 ‘은둔의 수학자’로 불린다.

페렐만 이후 7대 난제를 풀었다는 사람은 조용민 석학교수가 처음이다. 건국대에 따르면 조 석학교수는 ‘Cho-decomposition(조-분해)’으로 알려진 획기적 방법을 도입하고 이를 이용해 양자 색역학에서 자기홀극 응집이 일어남을 증명했다. 그러면서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우주의 질량이 어떻게 생성되는가를 밝히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물리학회가 발간하는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D> 최신호(온라인 4월12일자 발간)에 게재됐다. 조 석학교수는 오는 8월26~28일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다이슨 탄생 90주년 기념 국제 컨퍼런스’에 초청받아 이번 연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건국대 발표가 맞는다면 세계가 깜짝 놀랄 일이다. 이런 난제는 한 번 풀리고 나면 IT기술·공학·금융·암호 등 다양한 분야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 보니 대중의 관심은 조용민 석학교수에게 쏠렸다. 그는 물리학 분야에서는 오래전부터 국제적인 명성을 쌓았다. 입자물리학 이론과 우주론 및 통일장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이론물리학자로 꼽힌다.

조 석학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 대학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 페르미연구소,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유럽 핵연구소 등을 거쳐 1982년부터 2009년까지 28년간 서울대 천체물리학부 교수로 재직했다. 지난해 9월부터 건국대 석학교수로 재직 중이다.

그는 1931년 디락(Dirac)이 전자기 이론에서 예언한 자기홀극을 전기약력 이론으로 확장시켜 이른바 ‘조 마이슨 자기홀극’의 존재를 예측한 바 있다. 이 자기홀극이 최근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운영하는 유럽 핵연구소에서 일곱 번째 검출기(MoEDAL)로 발견하려고 하는 자기홀극이다. 이 홀극이 중요한 이유는 이것이 표준 모형에서 존재하는 유일한 자기홀극이자 최초의 위상학적 소립자라는 점 때문이다.

세계 최대 입자가속기를 통해 한국 사람의 이름이 붙여진 새로운 우주 입자를 찾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 홀극이 발견될 경우 이는 물리학 역사상 최초의 위상학적 소립자 발견으로 기록될 것이다.

조 교수는 이 자기홀극 이외에도 1975년 중력과 게이지 이론을 하나의 고차원 중력 이론으로 통일하는 고차원 통일장 이론의 기하학적 구조를 최초로 밝혀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개의 힘을 통일하는 통일장 이론의 초석을 다졌다. 이를 이용해 자연계에는 우리가 모르는 이른바 ‘제5의 힘’이 반드시 존재한다고 예측한 바 있다.

4월5일 건국대를 방문한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조-메이슨 자기홀극’ 연구 프로젝트 총괄 책임자인 캐나다 앨버타 대학 제임스 핀폴드 교수와 조용민 교수가 악수하고 있다. ⓒ 건국대학교 제공
2년간 검증 후 증명되면 해결 인정

그렇다고 조용민 석학교수의 논문이 완전하게 입증된 것은 아니다. 공개적인 검증 기간을 거쳐야 한다. 국제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된 후 2년 동안 철저한 검증 과정을 거쳐 오류가 없다고 판단된 후에야 현상금이 지급된다. 조 석학교수의 경우 미국 물리학회지 <피지컬 리뷰 D>에 발표한 논문을 토대로 학자들이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각적인 검증 절차를 통해 논문의 정확성이 검증되면 CMI에서 인증하고 공표한다. 이렇게 되면 그는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거머쥘 수 있다. 아직은 갈 길이 멀다.

국내 수학계에서는 조 석학교수의 ‘난제 해결’에 회의적이다. 박형주 포스텍 교수(수학과) 등은 조 석학교수가 ‘밀레니엄 난제’를 풀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양-밀스 이론은 물리학에서는 이미 각종 계산에 사용되는 가설이다. 클레이수학연구소가 제시한 문제는 이를 수학적으로 입증해야 하는데, 조 교수는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수학계의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당사자인 조 석학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자신이 해결한 문제는 수학보다는 물리학에 가까운 문제라며 수학계의 입장은 터무니없는 것이고, 제대로 된 반박은 논문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하라고 주문한다. 수학 난제 해결을 놓고 국내 물리학계와 수학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수학문제에 물리학자가 해법을 제시한 것에 대한 ‘자존심 대결’로 해석하기도 한다.

국내 학계의 논란은 단편적인 문제다. 조 석학교수의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렸기 때문에 검증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지 않고, CMI에서 공인된다면 금세 수그러질 것이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자신의 논문이 세계 학자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는 “내가 주장한 것은 일본 치바(Chiba) 대학과 일본 고에너지연구소(KEX)의 격자 색역학팀과 서울대 격자 색역학팀이 각각 독립적으로 컴퓨터 계산을 통해 확인한 결과 사실로 판명되고 있다. 이 컴퓨터 계산 결과도 유럽 물리학회지나 <피지컬 레터 B(Physics Letters B)>에 이미 실렸거나 출판될 예정”이라고 말한다.

조용민 교수의 논문이 증명되면 우리나라에는 세계적으로 공인된 석학이 한 명 탄생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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