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내겠지만 얼마 낼지 부처님도 몰라
  • 정락인 기자 (freedom@sisapress.com)
  • 승인 2013.06.04 14:5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교계, “시주금은 과세 대상 안 돼… 승려는 ‘근로자’ 아니다”

불교계는 정부의 ‘종교인 과세’ 방침에 찬성하고 있다. 소득이 있다면 세금을 내겠다는 것이 기본 입장이다.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이 1월1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사회적 요구와 분위기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중앙종회, 교구 본사 주지 스님들과 협의를 바로 시작해 향후 종단의 공식적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이후 조계종은 ‘사찰과 스님 과세’에 대한 공론의 장을 여러 차례 마련했다. 교구 본사 주지협의회에서도 종교인 과세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정부의 과세 방침에 대해 큰 틀에서 찬성한다는 점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다.

사찰 신도가 경내에 있는 불전함에 보시금을 넣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하지만 ‘과세’ 범위에 대해서는 시각차가 있다. 국민 정서는 과세 대상에 승려의 소득뿐 아니라 사찰 소득까지 포함하고 있다. 신도들이 사찰에 내는 ‘시주금’도 포함하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승려들의 생각은 다르다. 시주금에는 사찰 내의 시설물에 대한 유지·보수비와 운영비뿐만 아니라 전각의 신축 비용, 본사 분담금 등이 포함돼 있어 세금 징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본다. 또 승려를 ‘근로자’로 보는 것에도 거부감이 크다. 수행자인 승려에게 임금 지급을 전제로 하는 고용 관계는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근로소득세’ 명목으로 세금을 징수하는 것에는 반대한다. 그러니까 지금의 세금 방법이 아닌 다른 명목, 즉 ‘종교세’ 등을 신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불교계가 과세 대상으로 보는 것은 인건비 명목으로 승려들에게 주는 ‘보시금’이다. 현재 각 사찰에서는 보시금에 대해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각 사찰에 얼마의 보시금이 들어오고, 또 얼마가 나가는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사찰에서는 보직을 맡은 승려들에게 매월 일정 정도의 보시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 돈에 대해 승려들은 세속의 월급이 아닌 ‘활동비’로 본다. 수도권 인근의 대형 사찰에 소속된 한 승려는 “나는 한 달에 100만원이 조금 넘는 활동비를 받는다. ‘무소유’를 기본으로 하는 사찰 승려가 월급을 받는다면 그것 자체가 모순이다”라고 강조했다.

보시금이 월급 개념인지 아니면 활동비 개념인지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단순 활동비는 영수증 처리를 하면 과세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있다. 향후 불교계와 정부가 과세 대상 협의 과정에서 심한 마찰이 예상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만약 승려들에게 과세가 이뤄진다면 불교계에서는 얼마나 거둬들일 수 있을까.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 자료에 따르면 현재 조계종 소속 승려는 총 1만2000여 명이다. 이 중 20%에 속하는 2880여 명이 과세 대상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중앙 종무 기관과 각 본사와 말사에서 소임을 맡은 교역직 승려는 총 2880명(20%)이다.

총무원 추산 세금은 연간 92억원 정도

이들의 한 달 활동비(150만~200만원)에 대한 근로소득세는 2억9100만원이고, 4대 보험 사업자 부담금 44억원을 포함하면 연간 91억8000만원의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금액만으로 보면 정부 세수에 큰 도움이 될 정도는 아니다. 총무원 자료를 액면가로 믿으면 조계종 승려의 80%는 활동비를 전혀 받지 않는 것이 된다.

이에 대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측은 “불교계가 종교인 과세에 찬성하고 있는 만큼 신뢰할 수 있는 활동비 지급 인원을 공개해야 한다. 또 정부와의 협의를 통해 세법에 따라 세금을 정확히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이라 할지라도 영리 목적 사업의 경우에는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이를 기준으로 보면 사찰에서 시행하고 있는 영가 위패 안치, 영가 제사, 연등 달기 등도 영리 사업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향후 정부와 불교계가 과세 협의를 할 때 이런 것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