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춘부와 섹스에 탐닉하는 젊은 부자들
  • 김원식│뉴욕 통신원 ()
  • 승인 2014.07.24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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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임원 사망 사건으로 드러난 실리콘밸리 매춘 산업 실태

1997년 닷컴 열풍이 몰아치며 기술 혁신 기업의 산실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 만 남부 지역을 일컫는다. 하이테크에 사용되는 실리콘칩 제조회사들이 많이 모여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당시 이 지역 신문인 ‘산호세 머큐리 뉴스(San Jose Mercury News)’는 “실리콘밸리가 향후 매춘 산업의 주요 타깃이 될 것”이라는 생뚱맞은 예언을 했다. 그런데 이게 지금 그대로 적중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에서는 기업공개(IPO) 및 주식 매입을 통해 많은 억만장자가 탄생한다. 우량 기업에서 일하는 엔지니어가 1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게 이 세계에서는 흔한 일이다. 게다가 실리콘밸리의 직원 중에는 타지에서 온 싱글 남성이 대다수다. 매춘이 활개 칠 수 있는 좋은 조건이다. 여기에 더해 온라인 세계의 첨단 메카인 실리콘밸리의 결과물들은 매춘 산업의 번성을 이끌었다.

주말이면 술집을 찾고 하룻밤 상대를 물색하는 것도 이제는 구식이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 첨단 인터넷 기술은 성매매를 집 안의 컴퓨터와 스마트폰으로 끌어들였다. 만남을 주선하는 사이트는 여전히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런 대행 서비스가 싫은 여성은 트위터·페이스북·텀블러 등 소셜 미디어를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성매매의 대가를 ‘스퀘어(Squre)’를 사용해 신용카드로 하는 경우도 있다. 스퀘어는 스마트폰으로 신용카드 결제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다. 그런데 실리콘밸리다운 방법으로 활활 타오르던 이곳의 매춘 산업이 몇 가지 사건으로 인해 최근 된서리를 맞고 있다.

7월16일 구글의 고위 임원 포레스트 하이에스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실리콘밸리의 매춘부 알릭스 티첼먼이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거 대디’ 보살핌 받는 매춘녀 ‘슈거 베이비’

첫 번째 사건은 지난해 11월 일어났다. 캘리포니아 산타크루즈 해안가의 호화 요트 안에서 구글의 부사장급 임원 포레스트 하이에서(51)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객실 안에 설치된 감시카메라에 저장 장치가 없어 자칫 이 사건은 미궁으로 빠질 뻔했다. 하지만 구글의 임원답게 하이에스는 무선 랜을 이용해 클라우드 서버에 영상을 저장하고 있었다. 해당 서버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알릭스 티첼먼(26)이라는 미모의 매춘 여성이 하이에스에게 헤로인을 주사해 숨지게 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주거가 분명하지 않은 티첼먼을 검거하는 일은 어려웠다. 가짜 모델 에이전시회사를 만들어 티첼먼을 유인하는 노력 끝에 7개월 만인 7월4일 그녀는 검거됐다.

티첼먼의 검거와 함께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성매매 알선 사이트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했고, 이후 사이트 운영자들이 하나 둘 체포되고 있다. 6월 말에는 매춘 관련 여성들이 사진을 올려 성매매가 이뤄지는 ‘마이레드북(MyRedbook)’이 폐쇄됐다. 55억원의 부당 이익을 챙긴 운영자는 체포됐다. 마이레드북은 에스코트 서비스와 스트립 클럽의 리뷰, 성매매 여성들의 사진 등을 올려 VIP 회원들을 모집했다. 이런 음성적인 사이트는 가입비가 수백만 원이 넘지만 성매매를 원하는 남성들이 줄을 잇고 있다. 사망한 하이에스와 티첼먼도 한 사이트를 통해 만났다. 이곳은 회원 수가 300만명이 넘는데 매춘 알선과는 관련 없는 연애 사이트로 알려져 있지만, 버젓이 ‘슈거 대디(Sugar Daddy)’를 위한 전용 사이트라고 홍보 중이었다. ‘슈거 대디’란 젊은 여성을 찾는 돈 많은 중·장년 남성을 뜻한다.

슈거 대디는 젊은 여성에게 재정적인 도움을 줘가며 관계를 유지한다. 실리콘밸리의 슈거 대디는 다른 지역보다 젊다. IT산업 지역의 특성 때문에 젊은 남성이 주축을 이룬다. 예전에는 나이는 있지만 사회적으로 미숙한 졸부 출신의 남성이 슈거 대디 노릇을 했다면, 최근에는 사회적 경험이 부족하고 비사교적이면서도 좋은 학벌을 가진 젊은 남성이 추가되고 있다.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이트들.
“매춘은 경제 활동, 매도돼서는 안 돼”

이들이 보살피는 여성을 ‘슈거 베이비(Sugar Baby)’라고 부른다. ‘슈거 베이비’라고 해서 모두가 매춘 종사 여성은 아니다. 젊은 여대생, 혹은 회사원도 있다. 잘나가는 슈거 베이비는 “연 수입이 10억원을 넘는다”고 자랑하는 글을 해당 사이트에 올리며 이런 열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하이에스와 티첼먼도 비슷한 관계였다. 한 번 만날 때 100만원가량을 받기로 계약하고 관계를 유지해왔다. 티첼먼이 갖고 있던 고객 명단에는 200여 명의 슈거 대디가 기록돼 있었다.

하이에스의 경우처럼 성매매는 관계 당국의 법망을 피해 갈수록 음지로 숨고 지능화되고 있다. “하이에스가 약물 과다로 사망하지 않았다면 누가 이들의 성매매 사실을 알 수 있었겠는가”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음지에서 횡행하다 보니 성매매를 하려는 남성은 물론 여기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안전 문제까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안전을 넘어 생계에 위협을 느낀 여성 종사자들은 극도로 예민해진 모습이다. 이들은 FBI의 함정 단속이 시작되면서 고객들이 성매매를 꺼리게 되고 자신들이 고객들의 신원을 일일이 체크해야 하는 등 고객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하나의 돌발적인 사건 때문에 엄연한 경제 활동 중 하나인 매춘 산업이 매도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실리콘밸리 매춘 여성들의 주장이다.

7월16일 하이에스 관련 재판에서 티첼먼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15억원에 달하는 보석금을 감액하고 구속을 중지해달라는 티첼먼 측 변호사의 요구를 거부했다. 구치소 철창으로 다시 향하는 티첼먼에게 중형 선고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9월 그녀와 동거했던 또 다른 남성이 비슷하게 약물 과다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조사에 들어가는 등 사건이 확대되고 있다. 첨단 기술 산업이라는 양지 뒤에서 수십 년간 함께해왔던 성매매 산업이라는 음지는 병든 실리콘밸리의 현재를 여실히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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