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보험·대리운전 곧 사라진다
  • 김중태│IT문화원 원장 ()
  • 승인 2014.07.31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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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자율 주행 차량 등장으로 교통산업 획기적 변화 예고

2014년 6월11일. 수백 대의 택시가 서행하는 방법으로 시위를 벌이는 바람에 프랑스 파리에서 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가 꽉 막혔다. 같은 날 런던에서는 영국 택시 블랙캡이 궁에서 광장으로 가는 도로를 가로막았다. 이날 파리·런던·마드리드·밀라노 등 유럽 주요 도시에서 3만대 이상의 택시가 총파업에 참여해 도시 기능을 마비시켰다. 과거에는 택시기사가 파업한다면 정부 정책에 대한 반발이 주요한 이유였으나 이날의 시위는 정부에 대한 시위가 아니라 ‘우버(Uber)’에 대한 반발로 일어났다.

우버는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개인 승용차 소유자를 일반 시민과 연결시켜주는 자동차 공유 서비스의 하나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에 우버 앱만 깔면 개인 자가용을 택시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요금이 택시보다 싸기 때문에 시민들 호응이 상당하다. 택ㅁ시위를 한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우버 운전자가 1만명이나 되며 파리의 택시기사들은 우버 서비스가 시작된 후 수입이 40%나 줄어들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런던에서는 우버 차량이 3000여 대로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유럽의 ‘우버 사태’를 택시기사 수입 감소와 관련된 변화로만 생각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 우버 사태는 IT가 교통산업과 교통문화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거대한 변화의 한 징조에 불과하다.

올해 테슬라가 선보인 커넥티드카 ‘모델S’. ⓒ 테슬라 모터스 제공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

IT 기술은 교통산업·문화를 지속적으로 바꾸고 있다. 모바일 시대로 접어들면서 그 변화가 더욱 크고 급격하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는 새해를 맞아 습관적으로 ‘2004년 다이어리’와 ‘2004년 서울시 도로교통지도’ ‘2004년 전국 도로교통지도’를 사서 차에 비치했다. 그러나 내비게이션이 등장한 이후로는 도로교통지도를 차에 비치하는 사람이 없어졌고 도로교통지도 산업은 몰락했다.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받던 징수원을 대신해 하이패스 단말기와 현금·신용카드 자동정산기가 등장하고 있다. 건물에 들어갈 때는 자동으로 차량번호를 인식하고 나올 때는 교통카드로 주차요금을 결제하면서 주차요금 징수원도 사라지고 있다. 앞으로 주차요금 징수는 교통카드·하이패스·NFC(근접무선통신) 등 무선을 이용한 자동 정산으로 계속 바뀔 것이다.

1970년대부터 서울시 지하철에서 40년 동안 표를 팔던 역무원은 2009년 겨울부터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는 띠를 두르고 다니는 등 아예 업무가 바뀌었다. 매표 창구는 발권기라는 벤딩머신이 차지했다. 철도청의 자가 발권 비율도 70%에 가까울 정도로 높아졌는데 이는 스마트폰 보급 때문이다. 전국 역에 설치한 수많은 발권기가 한가하게 놀고 있다.

올해 초 열린 세계 최고의 가전 전시회인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14’에는 BMW·아우디·벤츠 등 세계적인 명차 브랜드가 대부분 참가했다. 그들이 자동차를 ‘가전’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제84회 ‘2014 제네바모터쇼’ 등에 등장하기 시작한 린스피드의 ‘X체인지(XchangE)’나 아카(AKKA)가 출시한 ‘링크&고(Link&Go) 2.0’ 등은 자율 주행 차량이다. 자율 주행 차량은 센서가 주변 상황을 판단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구글의 자율 주행 차량은 100만㎞를 무사고로 달린다. 그 결과 2012년 5월 미국 네바다 주에서는 자율 주행 차량(무인 자동차)에 대한 운전면허가 발급됐다. 자율 주행 차량이 보급되면 ‘교통사고 0’의 시대가 열리게 되므로, 한국에서 1년에 100만건 발생하는 자동차 사고가 안 생기고, 응급실 환자가 안 생기고, 장애인이 안 생긴다. 장애인 수가 줄어들고 자동차보험이 필요 없어지니 자동차보험회사들이 어려워질 것이다. 물론 운전학원을 비롯해 운전면허시험이나 음주운전 단속이 필요 없어지고, 택시기사나 대리운전기사라는 직업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자율 주행 차량은 기존 자동차와 다른 기술이라서 기존 산업의 몰락을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 차가 사고를 안 일으키기 때문에 차 사고에 대비해 튼튼하고 무거운 쇠로 차를 만들 필요가 없다. 가벼운 강화섬유나 플라스틱으로 차를 만들어도 되기 때문에 철판 공급업체가 망하고 기존 자동차업체들이 망하게 된다. 반면 신생 업체인 전기차나 자율 주행 차량 업체가 새로운 강자로 탄생할 것이다. 전기에너지를 쓰기 때문에 정유회사도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독일 오펠이 개발한 전기차는 1유로로 100㎞를 주행할 정도. 전기차의 경제성이 석유차를 앞지른 지 오래다.

구글, 운전대 없는 차 선보여

그런데도 한국의 자동차 관련 중소기업 경영자는 교통산업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전기차 시대가 오더라도 엔진이나 조금 바뀔 뿐 에어컨·운전대·백미러 등 차량용 부품은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구글이 2014년 5월에 내놓은 2세대 자율 주행 차량은 운전대가 없다. 어차피 차가 알아서 운전할 것이라면 사람이 운전대를 잡거나 클러치·브레이크·액셀을 밟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차에는 달랑 의자만 놓여 있다.

주목해야 할 점은 테슬라모터스를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로 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테슬라모터스를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으로 분류하려고 한다. 실제로 테슬라모터스를 창립한 사람은 페이팔 창업자 중 한 명인 엘론 머스크다. 자동차업계 종사자가 아닌 IT업계 종사자다. 또한 구글의 자율 주행 차량이나 테슬라와 같은 전기차의 가장 큰 경쟁력은 엔진이나 보디가 아니라 주변 상황을 인식하고 파악하는 센싱과 인공지능이다. 소프트웨어가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다.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자동 항법 장치, 우버, 구글 2세대 자율 주행 차량, 테슬라와 같은 사례에서 우리는 교통산업과 문화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이 전기자동차나 자율 주행 차량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임을 지금이라도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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