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스타 X파일] #9. 김우중 회장 통해 호텔 싸게 빌려
  • 이기진│PD ()
  • 승인 2015.01.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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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에서 영어로 진행하는 쇼 프로 MC 맡아 개인 인맥 적극 활용

“올해(2014년) 가장 기억에 남는 스타가 누구일까요?” 며칠 전 MBN 프로그램 <아궁이> 녹화장. MC 주영훈이 패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패널들에게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서세원-서정희 부부, 세월호 사건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전양자, 친부 논란 일으킨 차승원, <명량>의 최민식과 <변호인>의 송강호, 최근 세상을 떠난 김자옥과 신해철….” 하지만 패널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지목한 스타가 한 사람 있었다. 다름 아닌 영화배우 이병헌이다.

올해 이병헌은 여러 의미 있는 성과를 올렸다. 그중 압권은 할리우드 대작 영화인 <터미네이터 5>의 주역을 맡아 월드스타로서 위상을 세운 점이다. 한류 붐이 시작된 이후 15년 만에 음악 분야의 싸이와 더불어 배우가 주류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한복판에 한류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하지만 정작 올해 그가 ‘화제의 인물’ 1위에 오른 건 딴 이유 때문이다. 지금도 재판이 진행 중인, 신인 여성 연예인들이 연루된 협박 사건으로 그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2013년 많은 사람의 축복과 부러움 속에 배우 이민정을 아내로 맞이한 그가 다른 어린 여성들과 술자리를 갖고 이들에게 음담패설을 건넸다는 사실은 그의 이미지에 치명타를 가했다.

2014년 11월24일 ‘협박 사건’ 2차 공판의 증인으로 출석한 배우 이병헌이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서울중앙지방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이병헌 스캔들로 개봉 영화들 라인업 엉켜

그 때문에 일부 매체는 이병헌 부부의 불화설을 크게 보도했다. 사건 후 프랑스를 다녀온 이민정이 신혼집으로 가지 않고 친정에 장기간 머무르면서 의혹은 더욱 커졌다. 최근 이 의혹은 이민정과 이병헌이 나란히 미국 여행을 가는 다정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잦아들었다. 이병헌 스스로도 미국 일정 중 귀국해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해 적극 대응하면서 의혹 확산을 막았다. 하지만 사건의 후폭풍은 여러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장 그가 2014년 촬영한 영화의 개봉이 무기한 연기됐다. 그는 2014년 미국을 오가며 무려 3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중 12월 개봉 예정이던 <협녀-칼의 기억>(이하 <협녀>)은 흥행의 핵심 시기인 12월을 놓치고 연기됐다. 조승우·백윤식 등과 촬영 중인 <내부자들>도 타격을 입었다.

재미난 것은 이병헌 때문에 연말 영화판 전체가 뒤엉킨 점이다. 이는 그가 현재 영화계에서 얼마나 파괴력을 갖고 있는 스타권력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협녀> 개봉이 미루어지면서 연말 극장가에는 대타 영화들이 개봉돼 선전하고 있다. 더욱이 <협녀>의 개봉 시기가 오는 2월로 가닥이 잡히면서, 그때의 대결을 피하고자 최근 여러 영화들의 개봉 라인업이 바뀌고 있다. 이어서 촬영 중인 <내부자들>과 이미 미국에서 촬영이 마무리된 <터미네이터 5>의 개봉 일자를 두고 배급사 간에 치열한 눈치작전도 펼쳐지고 있다.

배용준·이병헌·장동건·송승헌·권상우·류시원·최지우·이영애 등등. 1990년대 말부터 불기 시작한 한류 열풍을 이야기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1세대 연기 스타들이다. 그중에서도 우리가 이병헌을 주목하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대다수 1세대 한류 스타들이 지금 해외에서 인기와 명성이 퇴색한 데 반해, 그는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더 나아가 한류의 진원지인 일본을 넘어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본류인 미국에 진입했다는 사실이다. 그는 이미 아시안 마켓을 뛰어넘은 지 오래다. 1999년 할리우드 영화 <지아이조-전쟁의 서막>에 출연했고, <지아이조 2>에서도 주연을 맡았다. 그 영화에 함께 출연한 브루스 윌리스와의 인연이 계기가 돼 2013년 <레드 더 레전드>에도 출연하며 ‘월드스타 뵨사마’라는 별칭을 얻었다.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터미네이터> 시리즈에도 출연했다.

“형, 나 그동안 영어 공부 꽤 했어, 믿어봐”

“형, 카메라를 오른쪽에서만 찍어줘.” 과거 그는 촬영 때마다 한쪽 얼굴이 화면에 멋지게 안 나온다면서 직접 카메라 위치와 앵글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뿐인가? 그는 녹화 때마다 갖가지 주문을 하는 까다로운 연기자다. 1990년대 중반, 필자는 그와 아프리카 이집트를 다녀온 적이 있다. 당시 비동맹 외교를 강화하던 우리 정부가 이집트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과의 유대 강화를 위해 피라미드 스핑크스 앞에서 특별한 프로그램을 준비했는데 그 연출을 필자가 맡았다. 앙드레 김과 톱모델, 그리고 톱가수들과 함께 도착한 이집트 사막. 당시 이병헌은 MC였다. 그런데 막상 리허설 중에 문제가 발생했다.

이병헌이 중동을 중심으로 많은 나라에 중계되는 쇼인 만큼 영어로 사회를 보겠다며 우기고 나선 것이다. 사실 그때만 해도 이병헌의 영어 실력을 직접 확인한 적이 없던 필자로서는 난감한 상황이었다. 동료 MC인 이소라도 난감해하긴 마찬가지. 그런데 이병헌이 은밀하게 필자에게 말을 건네왔다.

“형, 나 그동안 영어 공부 꽤 했어. 언젠가 우리도 해외 나가서 활동하고 할리우드에도 도전해야 해서 틈틈이 영어회화 준비했다니까. 믿어봐.” 물론 필자는 현지에서 그를 테스트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신선한 충격 때문이었다. 그가 1996년, 한류라는 단어조차 없던 시절에 이미 해외 진출과 미국 엔터테인먼트 시장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매우 능숙하게 진행을 했고 이 방송은 화제 속에 전파를 탔다. 사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앞에서 쇼를 한다는 사실을 듣고 먼저 MC를 하겠다고 자청한 것도 그였다. 더욱이 그는 정책적으로 아나운서를 MC로 쓰고 싶어 했던 방송사의 입장 때문에 결정이 늦어지자, 친가족처럼 지내던 H호텔 ‘회장님’을 통해 체인 호텔인 이집트 나일 강변의 H호텔을 파격적인 조건으로 할인받는 혜택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와 H호텔 회장의 관계는 당시 대외적으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우중-정희자 부부가 그를 좋아해 양자처럼 지낸 사실은 유명하다. 사실 그는 대기업 오너들이 광고모델로 가장 선호하는 스타다. 그것은 평소 그의 인맥관리에 기인한다. 톱스타임에도 그는 특유의 코믹한 표정과 유머러스한 말투로 좌중을 웃기고 분위기를 이끌 줄 안다. 이 점은 여성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과거 그가 송혜교를 비롯해 여러 스타들과 연인 관계로 지냈고, 또 수많은 여성이 그를 좋아해서 따라다닌 것이 이를 증명한다. 그 때문에 그는 여러 차례 스캔들의 주인공이 되어 세간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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