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 모르는 측근들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02.05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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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평가를 위해선 그 사람의 주변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대통령도 그 주변을 보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 대체적으로 봐서, 대통령 자신의 리더십이 확실하면 좋은 사람을 주위에 두게 된다. 대통령이 정치적이면 정치적 인물들이 정권에 많이 등용되고, 대통령이 지적이면 교수 등 지식인을 중용하는 경향이 있다.

그 자신 하버드 대학을 나온 젊고 지적인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30대에 하버드 대학원장이 된 맥조지 번디를 대통령 안보보좌관에 임명해 이목을 끌었다. 케네디가 암살된 후에 대통령이 된 린든 존슨은 번디가 사임하자 컬럼비아 대학 교수를 지낸 월트 로스토우를 안보보좌관으로 기용했다. 닉슨 대통령은 하버드 대학 교수이던 헨리 키신저를, 카터 대통령은 컬럼비아 대학 교수이던 즈비그뉴 브레진스키를 안보보좌관에 임명했다. 하지만 닉슨의 백악관에서는 밥 할데먼 비서실장 등 캘리포니아 출신들이 활개를 치더니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닉슨은 사임하고 이들은 감옥에 갔다. 카터의 백악관도 사정은 비슷했다. 해밀튼 조던 등 조지아 출신들이 백악관을 장악하더니 카터는 결국 연임에 실패하다.

자기보다 훌륭한 인물을 많이 기용한 미국 대통령으론 해리 트루먼이 뽑힌다. 대학을 졸업하지 못한 트루먼은 상원의원을 지내다가 중서부 지역 배려 차원에서 부통령이 됐는데, 부통령이 된 지 82일 만에 루스벨트가 사망하자 대통령이 됐다. 일본에 대한 원자폭탄 투하, 서유럽을 재건하기 위한 마셜 플랜 실시, 한국전쟁 참전 등 중요한 결정을 많이 내린 트루먼은 조지 마셜, 애버렐 해리먼, 딘 애치슨, 오마르 브래들리 등 거물들을 중용했고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미국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군 출신인 전두환·노태우 대통령은 자신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경제·외교 분야에는 최고의 엘리트를 기용했다.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은 자신과 정치 행로를 같이한 정치인들을 중용했지만 그 시절 청와대에도 개혁을 추진하던 학자 출신들이 포진하고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측근 그룹과는 각별했고 소통이 잘되었던 대통령이었지만 자신의 개성이 너무 강해 갈수록 독선으로 흐르더니 2007년 대선에서 여당은 참패하고 말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내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하다가 2011년에 한나라당이 몰락하는 사태를 겪었다.

‘국민만 보고 가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당선된 박근혜 대통령이 오늘날과 같은 ‘불통과 측근 정치의 화신(化身)’이 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 또한 박근혜정부의 내각과 청와대 참모가 이토록 존재감 없는 인물들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한 이도 없었다. 무엇보다 ‘정윤회 문건’ 파동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수첩 사건은 박근혜정부가 어떻게 굴러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문고리 3인방’과 ‘십상시’라고 불리는 측근 비서 그룹이 분수에 지나친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대통령 주변에 이런 수준의 사람들뿐이면 대통령의 수준도 비슷하게 되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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