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제강 베트남 공장 공사비 논란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5.03.1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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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전면 나선 장세욱 부회장 ‘첩첩산중’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매년 7월7일 오전 7시7분이 되면 전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낸다. 7월7일이 동국제강 창립 기념일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국제강은 창립 60주년을 맞았다. 장 회장은 직원들에게 보내던 문자메시지 이벤트를 생략했다. 임직원 500여 명과 함께 강원도 평창에 위치한 계방산을 등반하며 조용히 보냈다.

축포를 터뜨릴 만큼 그룹 상황이 녹록하지 않아서다. 동국제강그룹의 매출은 2011년 8조8419억원에서 지난해 6조2624억원(추정)으로 3년 만에 29.17%나 줄어들었다. 영업이익 또한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주회사인 동국제강은 창립 60주년을 한 달 앞두고 산업은행과 재무구조 개선 약정까지 체결했다.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주요 신평사는 2014년 11월 동국제강의 회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일제히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2013년 5월 A+에서 A로 강등시킨 지 1년 5개월 만이다.

올해 1월 동국제강 CEO에 취임한 장세욱 부회장

동국제강 실적 갈수록 악화

동국제강은 올해 1월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을 단행했다.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한 자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철강 종가’의 부활을 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장세주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유니온스틸 사장이 동국제강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향후 장 부회장이 동국제강의 실질적 경영을 맡을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장 부회장은 부친에게서 가업을 물려받은 정통 경영인이 아니다. 장남인 장세주 회장은 1978년 25세에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며 후계자 수업을 받았다. 장 회장은 현재 동국제강의 지분 15.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차남인 장세욱 부회장은 1996년 육군 소령으로 예편한 후 34세에 동국제강에 입사했다. 이후 행보는 탄탄대로였다. 4년 만에 과장에서 이사로 승진했고, 2010년에는 동국제강 전략경영실장과 유니온스틸 사장 자리에 올랐다. 현재 동국제강의 지분 10.21%를 보유하고 있다.

장 부회장은 동국제강 CEO(최고경영자)에 취임하자마자 소통 경영에 나섰다. 평소 만나기 힘든 사원이나 대리급 직원들과 같이 출근하며 애로점을 들었다. 언론 노출도 부쩍 잦아졌다. 임직원들과 어울리는 모습이나 외부 행사에 참여하는 장면이 언론에 자주 보도됐다. 위기에 빠진 동국제강을 구해낼 적임자로 향후 장 부회장의 역할론이 그룹 안팎에서 거론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장 부회장도 현재 재무구조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올해 영업이익을 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유니온스틸과의 합병으로 단순 합산 이상의 실적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계 일각에서는 장 부회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동국제강에 흡수 합병된 유니온스틸은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탄탄하다. 매년 2조원대의 매출과 4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 유니온스틸을 흡수 합병한 동국제강의 실적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2011년 4만원에 이르던 주가는 3월13일 현재 6280원으로 6분의 1 토막이 났다. 합병 효과가 어디까지 계속될지 의문이 일고 있다.

최근에는 협력업체에 대한 공사비 논란까지 불거졌다. 동국제강 계열사인 DK유아이엘(유아이엘)이 진원지다. 이 회사는 현재 삼성전자에 휴대전화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김상주 사장이 서류상 대표지만, 장세욱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경영 전반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이엘은 2013년 150억원을 들여 삼성전자의 베트남 박닌성 공장 인근에 부품 공장과 직원용 기숙사를 지었다. 갑질 논란은 공장 기숙사와 공조용 지하 물탱크 설치 공사를 진행하면서 불거졌다. 총 공사비용은 83만6000달러(한화 9억2000만원)로 H건설업체가 시공을 맡았다.

공사는 순조롭지 않았다. 지하 8m 깊이의 물탱크 공사를 하면서 인근 공장의 흙이 밀려와 현장이 붕괴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하노이에 폭우가 내리면서 여러 차례 공사 현장이 내려앉았다. H사 측은 유아이엘의 설계 부실을 원인으로 꼽는다. 기초 공사를 이미 마친 공장에서 불과 3.5m 옆에 8m 깊이의 물탱크를 설치한다는 설계는 상식 이하라는 것이다. 심지어 땅을 팔 때 지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경북 포항시 남구에 위치한 동국제강 포항제강소. ⓒ 뉴스뱅크 이미지
동국제강 측 “우리가 오히려 역차별”

당시 H사는 72만1000달러의 공사비를 추가로 지출했다. 하지만 유아이엘과는 추가 공사비의 절반만 지급받는 조건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추가 공사에 대한 합의를 모두 마쳐야 나머지 미지급된 공사비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기 때문이라고 H사 측은 주장했다. 비용 지급이 늦어지자 H사의 협력업체 직원들이 유아이엘 공장에 몰려가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H사 관계자는 “유아이엘이 이런저런 이유로 공사비 지급을 미뤘기 때문에 사채를 써서 하도급 비용을 지급해야 했다”며 “사채 이자와 합의 과정에서 들어간 제반 비용까지 합하면 실제 입은 손실은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결국 H사는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도산했다.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문을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유아이엘은 조사 대상이 되지만, H사는 베트남 법인이기 때문에 신고 자격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H사 측은 장세욱 부회장과 심지어 장세주 회장에게도 내용증명 등을 보내 문제제기를 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받지 못했다.

유아이엘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감리보고서 등을 검토한 결과 H사도 부실 설계나 시공에 일부 책임이 있었기 때문에 추가 공사비를 조정한 것이다. 양사가 합의서도 썼다”며 “유아이엘이 갑이라는 이유로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H사에 지급하지 않은 비용은 하자 보수비용과 자재대금 일부”라며 “계약서에 관련 조항이 있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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