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군기’ 잡는 기획사정설 무성
  • 조해수 기자 (chs900@sisapress.com)
  • 승인 2015.07.07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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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우병우 라인 주목…검찰 주변에선 회의적 시각도

“배신의 정치를 선거에서 심판해달라.”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권의 ‘친박’과 ‘비박’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월25일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집권 여당의 유승민 원내대표를 ‘배신자’로 몰아붙였다.

내년 4월 총선을 10여 개월 앞둔 시점에 나온 박 대통령의 발언이 단지 유 원내대표만을 겨냥한 것은 아니라는 게 정치권의 해석이다. 비박의 좌장 격인 김무성 당 대표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싱크탱크인 민주정책연구원은 7월1일 보고서를 통해 이번 새누리당의 내홍 사태를 ‘그들만의 공천권 전쟁’으로 규정하고 ‘박 대통령의 최종 목표는 유승민이 아닌 김무성 교체이며, (새누리당을) 완전한 ‘박근혜 정당’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상황은 박 대통령에게 결코 녹록하지 않다. 여론도 썩 좋지 않고, 유 원내대표를 강제로 물러나게 할 수단도 그리 많지 않다. 이 때문에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이어지는 박근혜 정부의 사정 라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청와대의 눈 밖에 나면서 퇴출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례가 오버랩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6월18일 청와대에서 황교안 신임 국무총리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성완종 리스트’ 부실 수사로 역풍 가능성 

청와대가 유승민 원내대표를 비롯해 김무성 대표에 대해 느끼고 있는 불신은 상당하다. 올 1월 터진 이른바 ‘김무성 수첩 파동’이 이를 잘 보여준다. 청와대가 박근혜 정부의 비선 권력을 들춰낸 ‘정윤회 문건’ 배후로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지목한 것이다. 당시 유 의원은 원내대표도 아닌 상태였다.

지난 2월 청와대가 지지한 이주영 의원을 큰 차이로 누르고 원내대표에 당선된 유 원내대표는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를 펼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원내교섭단체 연설에서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며 박근혜 정부에 직격탄을 날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박근혜 정부로서는 유 원내대표를 ‘입안의 가시’로 여길 수밖에 없었고, 결국 국회법 개정안을 계기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이를 통해 확인된 것은 친박이 ‘소수파’로 전락했다는 점과 청와대의 말발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이다. 의원총회를 열어 유 원내대표의 불신임안을 통과시키는 것도 가능성이 낮고, 새 판을 짜기 위해 지도부 총사퇴를 통한 전당대회를 조기에 개최한다 하더라도 친박이 당권을 잡는다는 보장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때문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 바로 현 정부의 사정 라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정 정국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움직여야 하는데, 부실한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섣불리 움직였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검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정치권 수사를 재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면 된다.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특검 얘기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는 마당에 다른 정치권 수사에 나선다면 어느 누가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겠는가”라면서 “총선이 다가오는 시점에, 더구나 여당 수뇌부를 대상으로 한 수사는 있을 수 없다. 그보다는 지금 (특수부에서) MB(이명박) 정부에 대한 (사건 관련) 사정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정 라인이 검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 적용 여부를 놓고 2013년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웠던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경우를 보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 당시 채 전 총장의 혼외자 논란의 배후에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돼 있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민정수석실을 중심으로 청와대가 움직일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 중심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3월 우 수석에 대해 “김진태 검찰총장은 허수아비 꼴”이라며 “박근혜 정권 말기에 우병우 민정수석이 검찰총장을 할지도 모르겠다”고 비꼬기도 했다. 그만큼 우 수석의 힘이 막강하다는 것이다.

우병우 수석은 이완구 전 총리가 천명했던 ‘부패와의 전쟁’ 실제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MB 자원외교와 포스코 수사 등도 우 수석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실제 중수부를 대신하는 서울지검 특수부 핵심 라인인 최윤수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 전현준 1차장검사, 임관혁 특수1부장, 조상준 특수2부장 등은 우 수석의 인맥으로 알려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 책임자로 문무일 팀장(대전지검장)이 낙점된 것도 황교안 당시 법무부장관과 우 수석의 합의 결과라는 것이다.

안종범 경제수석과 우병우 민정수석(가운데) 등 수석비서관들이 6월2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앞서 티타임을 갖고 있다. ⓒ 연합포토

김진태 검찰총장 조기 사퇴설 또 불거져

한 가지 문제는 검찰총장이다. 김진태 현 총장의 임기는 5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사실상 마무리 수순에 왔다고 봐야 한다. 더구나 신임 법무부장관에 김 총장보다 연수원 기수로 2년이나 후배인 김현웅 서울고검장이 내정되면서, 김 총장의 조기 자진사퇴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김현웅 장관 내정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끝난 후인 오는 7월 말쯤 김 총장이 용퇴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20대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와 더불어 사정기관의 또 다른 축인 경찰청장의 조기 교체설도 나오고 있다.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김수남 대검 차장이 거론되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김 차장은 강신명 현 경찰청장과 대구 청구고 동문이다. 양대 사정기관의 수장을 대구의 같은 학교 출신으로 앉힐 수 없다는 논리인데, 이 때문에 강 청장이 고향인 경남 합천에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거론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의 한 야당 의원은 “법무부장관 출신인 황교안 총리도 있고, 총리 산하에 부정부패척결단이 있지만, 총리 신분으로 이런 일을 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보다는 우 수석이 적임자이지 않겠는가”라면서 “새로운 검찰총장이 부임한 후 ‘정치권 사정’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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