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에 검찰 출신 ‘그분’이 오시려나
  • 엄민우 기자 (mw@sisapress.com)
  • 승인 2015.07.15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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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후임 사무총장 하마평…사정 정국 밑그림 관련된 듯

대한민국 5대 사정기관장(감사원장·검찰총장·경찰청장·국세청장·공정거래위원장) 중 국가 의전서열 10위 안에 드는 인물은 감사원장뿐이다. 공직 기강을 다잡는 감사원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공직자들은 그 어떤 사정기관보다 감사원의 동향을 예의주시한다. 이들에게 감사원은 ‘갑 중의 갑’으로 통한다. 그런데 이 감사원의 살림을 도맡아 하고 감사 업무를 일선에서 지휘·감독하는 실세는 사무총장이다. 이 때문에 차관급인 감사원 사무총장 자리에 누가 오르느냐는 언제나 감사원뿐 아니라 공직사회 전체의 중대 관심사다.

최근 감사원 후임 사무총장 자리를 놓고 여러 하마평이 나오면서 정치권과 관계(官界)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16년 만에 외부 인사 영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중에서도 TK(대구경북)·검찰 출신이 유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 내부뿐 아니라 다른 사정기관들도 술렁이고 있다. 검찰 출신 외부 인사를 거론하는 ‘의도’가 심상찮다는 것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 정부의 실세와 가깝고 검찰 출신인 인사가 1순위로 거론되는 게 무엇 때문이겠는가. 결국 사정 정국인데, 앞으로 분위기가 상당히 빡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원 후임 사무총장 인선이 사실상 사정 정국의 밑그림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3일 김영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해외자원개발 감사와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의 후임 자리를 놓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 연합뉴스

최경환과 대구고 동기 이완수 급부상

애당초 감사원 내부에서는 정길영 제1사무차장을 차기 총장 후보로 올렸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그가 후임 사무총장으로 가는 것이 감사원 내부 ‘순리’에 맞다. 조직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하는 사무총장은 외부에서 임명하는 원장과 달리 대체로 내부에서 올라가는데, 이에 따르면 직급상 제1사무차장이 차기 총장으로 추대되는 게 자연스럽다. 직급을 떠나서도 정 차장에 대한 내부의 평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덕장’ 스타일이면서 능력도 인정받아 후배들에겐 ‘차기 사무총장 1순위’로 거론돼왔다. 큰 결격 사유도 없어 별문제 없이 승진할 것이란 얘기가 많았다. 그런데 청와대에서 차기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발탁하려는 분위기가 감지되면서 감사원 내부에는 반발 기류가 상당하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감사원은 ‘자존심이 강한 조직’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청와대가 내부에 인물이 있는데도 외부 인사를 사무총장 자리에 앉히려고 하는 것에 대한 반감이다. 그렇게 되면 감사원장과 사무총장 모두가 감사원 출신이 아닌 인물로 채워지게 된다. 감사원 직원들로서는 자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하나는 업무적인 부분이다. 사무총장이 원내 사정에 밝은 인물이 아니면 조직 전체가 힘들어진다는 우려다. 예를 들어 국회 국정감사 등이 있을 때마다 과거의 감사원 행적들이 많이 지적되는데, 그럴 때 원내 각 부서에서 경험하고 조직을 이해하고 있는 사무총장의 역할이 중요했다고 한다. 지난 국정감사 때도 판사 출신 황찬현 감사원장보다 내부 출신 김영호 사무총장이 주로 나서 방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자원외교 국정조사 특위 때 감사원 측의 증인으로 나선 이도 황 원장이 아닌 김 사무총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미 지난해 겨울부터 외부 인사를 사무총장에 앉힐 계획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정 차장이 내부 승진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외부 인사로 거론되는 인물로는 우선 TK 출신인 이욱 전 감사원 공직감찰본부장이 있다. 한때 감사원 내에서 김영호 사무총장의 경쟁자로 알려진 그는 지금 한 대기업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감사원을 떠나 있으면서도 틈만 나면 복귀 가능성이 제기되곤 했다. 다음은 감사원 내부 사정에 밝은 한 정치권 인사의 말이다. “지난해 4월 홍정기 감사위원이 자살했을 때 감사원 내부에선 김 총장이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그때 일명 ‘이욱 라인’으로 불리는 인사들이 이 전 본부장의 복귀를 점치고 찾아가 인사를 했는데, 그 이후 이 전 본부장과 가깝다고 알려진 이들이 내부 인사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 둘 사이의 이런 관계 탓에 이 전 본부장이 복귀할 경우 김 총장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김 사무총장은 김병철 현 감사위원 후임으로 발탁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 전 본부장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교체설이 나왔던 김 총장이 지금까지 유임됐다는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현재 감사원 안팎에서 가장 가능성이 큰 인물로 점쳐지는 이는 이완수 변호사다. 경북 영덕 출신인 그는 대검 감찰1과장 및 창원·대전지검 차장을 지냈다. 청와대가 우선순위로 두고 있다는 TK·검찰 출신이라는 조건을 모두 충족한다. 앞서 언급한 사정기관 한 관계자의 ‘현 정부의 실세와 가깝고 검찰 출신인 인사’는 바로 이 변호사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가 특히 차기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이유는 바로 정권 최고 실세라고 불리는 이들과의 밀접한 관계 때문이다. 우선 황교안 국무총리와 사법연수원 동기(13기)다. 또 최경환 부총리와도 대구고 15회 동기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그는 최경환 부총리와 ‘아너스 클럽’이라는 대구고 동문조직의 원년 멤버로 확인됐다. 18대 대선 한 달 전인 2012년 11월5일 대구고 출신 주요 인사들은 서울 강남의 한 일식집에 모여 ‘아너스 클럽’을 결성했다. 기금 마련 등 모교 지원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취지였는데, 회장은 최경환 부총리였다. 당시 참석자는 모두 12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완수 변호사 역시 최 부총리와 함께 발기인으로 참석했다. 이때 참석한 주요 인사로는 소진세 롯데그룹 사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등이 있다.

최 부총리가 회장으로 있는 아너스 클럽 일원인 그가 차기 총장 자리에 오르게 될 가능성이 대두되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감사원의 독립성 훼손 가능성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감사원의 실권을 거머쥔 자리에 TK·검찰 출신에다 정권 실세와 가까운 그가 가게 될 경우 감사원이 정권의 입맛에 맞는 사정기관이 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다. 법사위 소속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경우에 따라선 청와대도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할 정도로 감사원은 독립성을 유지해야 하는 헌법 독립기관인데 정권 실세들과 가까운 검찰 출신 인사가 사무총장 자리에 가게 될 경우 독립성이 지켜질 수 있을지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완수 변호사 ⓒ 뉴시스, 정길영 감사원 제1사무차장 ⓒ 연합뉴스

“감사원이 정권 입맛 맞는 사정기관 될 수도”

그가 차기 사무총장이 될 경우 김영호 사무총장 역시 불편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감사원의 막내급 감사위원과 사무총장 간에는 긴밀히 협조해야 할 일이 많은데, 외부 인사에다 검찰 출신이고 정권 실세와 가까운 그가 김 총장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후임 총장이 누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인사란 게 뚜껑이 열려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로 봤을 때 전혀 새로운 인사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올여름이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비리는 누가 감사하지? 


“감사원이 스스로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감사원은 누가 감사할 거냐’는 이야기를 나오게 하지 않았나. 외부 인사가 들어가야 감사원을 개혁할 수 있다는 명분이 생기는 것이다.” 한 사정기관 관계자는 현재 감사원 후임 사무총장을 놓고 벌어지는 외부 인사 영입 논쟁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다. 그동안 여러 추문과 제 식구 감싸기 등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일들을 꼬집은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매매 사건’이다. 지난 3월 감사원 4·5급 직원 두 명은 서울 강남의 한 요정에서 한전 직원들과 술을 마신 후 요정 여종업원과 성매매를 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감사원은 징계 의결을 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여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여름엔 국장급 직원이 음주운전을 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런데 감사원은 이 직원을 오히려 선임 국장급으로 보냈다. 사실상 ‘영전’시킨 셈이다. 물론 술자리를 끝내고 운전대를 잡은 게 아니라 다음 날 아침 출근길에 음주 단속에 걸린 다소 ‘억울한’ 경우이긴 하다. 그러나 공직 인사의 음주운전은 감사원이 단골로 지적하는 사안 중 하나라는 점에서 좀 더 엄격한 잣대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올해 초 감사원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국세청 직원들이 공무원 신분을 속여 징계를 피했다고 지적했고, 지난 5월엔 서울시가 음주운전 적발 당시 신분을 숨긴 공무원들을 징계 없이 방치했다고 꼬집었다.

올 4월 감사원은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차단하기 위해 혁신위원회를 열어 “징계위원회 절반 이상을 민간 위원으로 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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