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12조원 프로젝트, 국제 망신으로 전락
  • 김병윤 기자·송준영 기자 ()
  • 승인 2015.07.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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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제철소 건립 계획, 인권·환경 문제 야기...실태 꼬집는 세계 각국 보고서 줄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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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인도 프로젝트가 허망한 결론을 맞이할 듯하다. 인권침해, 환경오염 등 갖가지 논란만 일으키고 좌초될 처지에 몰렸다.

 

포스코는 당초 인도 오리사(Orissa) 주에 일관 제철소를 건립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최대 규모 해외 제철소 건설 프로젝트로 이목을 끌었지만 이젠 망신거리로 전세계 주목을 받는 꼴이 됐다.

 

 

포스코 지속가능성 보고서(2005)

◇ 시작은 거창했으나 성과는 전무...최우선 정리대상

 

포스코는 2005년 인도 동북부 오리사주 파라팁항 인근에 총 투자비 120억달러를 투자해 슬래브(slab)와 열연코일을 생산하는 일관 제철소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포스코는 당시 제철소 건설과 함께 철광석 채굴권까지 확보하는 투자 기회라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세계 철강업계도 포스코 제철소 건설 계획에 주목했다. 포스코는 2010년 1단계 공사를 마무리해 연간 400만톤 규모 슬래브와 열연코일을 생산하는 설비를 갖추고자 했다. 마지막 공사까지 끝나면 생산 능력은 1200만톤까지 늘어난다.  

 

10년 뒤 오리사 프로젝트는 중단하거나 철수할 위기에 처했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15일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제철소 같은 상공정보다 가공센터 등 하공정에 집중할 뜻을 비췄다.

 

상공정은 쉿물을 만드는 과정이다. 하공정은 빌렛, 슬래브, 열연강판 등 상공정 생산물을 압연해 철강 제품을 만드는 단계다. 포스코는 지난 1월 인도 서부에 위치한 마하라슈트라주 빌레바가드 산업단지에 냉연공장을 준공했다. 내년에는 인도 구자라트주에 포스코-IAPC 가공법인을 준공한다.

 

권 회장은 지난 5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만나 서부 사업에 집중할 뜻을 비췄다. 이제 오리사 프로젝트는 이제 ‘물건너갔다’는 해석마저 나오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서부 사업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오리사 프로젝트에 대해선 정해진 바 없다”고 말했다..

 

 

◇ 강제퇴거와 부실보상 탓에 인권침해로 ‘국제적 망신살’

 

갖가지 문제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포스코는 대책을 마련하려 했다. 포스코는 사업 계획서 ‘포스코 인디아’에서 ‘제철소 건설 초기에 주민 이주, 토지 보상 등 환경과 사회 이슈가 본격 제기될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 경제 조사를 실시하고 우수 사례를 연구해 가장 합리적인 재정착 프로그램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 예상은 맞았다. 오리사 프로젝트는 토지보상, 강제퇴거, 임시수용소 열악 등 사사건건 문제를 일으켰다. 하지만 사태는 포스코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까지 악화됐다.

 

급기야 현지 주민과 갈등이 빚어져 유혈 사태까지 발생했다. 전 세계 인권 단체들이 인권침해 실상을 보고하기 시작했다.   

 

경제·사회·문화적 권리를 위한 국제네트워크(ESCR)와 뉴욕대 국제인권클리닉(IHRC, The International Human Rights Clinic)은 2013년 보고서 ‘철강사업의 대가, 포스코 인디아 프로젝트에서 인권침해와 강제퇴거’ 에서 현지 주민과 인터뷰해 처지를 전했다.

 

오리사주 주민은 인권탄압 실태를 생생하게 묘사했다.  

 

“토지 소유권은 없지만 우리 땅이다. 땅을 뺏기면 우리는 죽는다. 땅을 뺏지 말라고 오리사주 정부에게 말해달라. 총으로 우리를 겁주고 있다. 우리는 이미 바리투타 다리에서 총알 세례를 받았다. 우리는 벌써 많이 다쳤다. 나도 총에 맞았다. 다른 사람이 나를 수습해 데려 와야 했다. 경찰이 발포했을 때 우리는 도망칠 수도 없었다. 우리는 물에 뛰어들어야 했다. 그럼에도 경찰은 계속 총을 쏘았다”

 

포스코 지속가능성 보고서(2005)

우리는 정부에게 포스코를 원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말했다. 정부는 프로젝트를 여기서 진행할 뜻을 분명히 했다. 정부에 불만이 많다. 식량, 농작물과 함께 아이들의 미래까지 빼앗아 가려 한다.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없다.”

 

포스코는 금전 보상하고 임시 거주지를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인권 단체는 보고서에서 ‘보상 수준이 형편없었다’고 밝혔다.

 

오리사주 주민은 “구장나무 잎을 길러 월 2만 루피(한화 35만원)를 벌었다. 이젠 포스코로부터 하루 20루피(350원)를 받을 뿐이다. 생필품 구하기도 턱없이 부족하다. 마을에 살 때 필요한 것이 모두 있었다. 캐슈넛, 구장나무 잎, 쌀, 과일, 생선 등이 풍부했다. 우리가 재배하던 구장나무 잎은 최고 품질이었다. 지금은 밖에서 더 비싸게 구장나무 잎을 사다 쓴다. ”

 

 

 

 

 

 

◇ 환경 오염 탓에 주민 생계수단까지 위협

 

 

오리사 프로젝트는 환경 오염 논란도 야기했다. 사만다 발라톤 챠임스(Samantha Balaton­‐Chrimes) 호주 디킨대학(Deakin University) 교수는 지난달 보고서 ‘포스코 오디사 프로젝트’에서 프로젝트가 주변 물에 미칠 영향 등 지역 환경 파괴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해당 프로젝트는) 마하나디 강을 식수로 쓰는 쿠타크, 부바네쉬와르 등 인근 도시에 영향을 미칠 듯하다. 또 수질 오염으로 물고기와 새우 양식에도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양어가 생계수단인 마을사람들에게 수질 오염은 쉽게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제철소 건설 위해 벌채하는 것은 지역 주민들 삶에 영향을 준다. 또 공장 부지를 다지며 모래언덕을 파괴하는 것도 문제다. 모래언덕이 사라지면 사이클론(cyclone) 피해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일관 제철소 건설 후 환경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산업 폐기물이 지역 생태계를 파괴할 위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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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진출 꿈꾸는 국내 기업, 타산지석 삼아야

 

인권과 평화를 위한 국제민주연대(이하 국제민주연대)는 포스코를 인권침해 사범으로 고발한다. 오리사주 프로젝트 외에도 포스코의 인권침해 사례는 더 있다.

 

자회사 대우인터내셔널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강제 노동으로 생산된 목화를 구매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다국적 기업에게 ‘인권 침해를 야기하거 이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 활동을 피하고 인권 침해가 발생한 경우 이를 해결한다’고 권고한다.  인권단체들은 대우인터내셔널에게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을 지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위기관리 컨설팅업체 GEC RISK 안드레아 보님-블랑 대표는 지난 5월 한국에서 열린 굿컴퍼니(Good Company) 컨퍼런스에 참석해 “정보화 사회에서는 평판 문제로 기업이 망할 수도 있다”며 “기업 윤리 준수가 평판 리스크를 줄이는 비결”이라 말했다.

 

나현필 국제민주연대 국장은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현지 정부만 상대하지 말고 지역 사회와 충분히 대화해야 한다 있다”고 말했다. 나 국장은 또 “사회적 책임을 담당하는 CRS(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부서를 강화해야 오리사 프로젝트 등에서 불거진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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