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본인과 자식·형제 문제는 구분
  • 이상돈 | 중앙대 명예교수 (.)
  • 승인 2015.09.22 10:32
  • 호수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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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사위의 마약 복용 전과 문제로 곤경에 빠졌다. 김 대표는 “자식을 이기는 부모가 없다”고 했지만, 파문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정치인은 사생활이 없다고 하지만, 장성한 자식의 언동에 대해 정치인 부모가 얼마나 책임을 져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더구나 딸과 결혼하기 전에 사위가 한 행동이 이렇게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정상은 아닌 듯 보인다. 물론 김 대표가 사위가 될 사람에 대한 재판에 영향을 미쳤다면 그것은 김 대표 자신의 문제가 되고 만다.

유력한 정치인의 자식이나 형제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다. 멀리 갈 필요도 없이, 최근 황당한 언동으로 물의를 일으킨 박근혜 대통령의 친동생 근령씨가 그러하다. 근령씨의 친일 발언과 돌출적 행동은 사리에 심히 어긋나지만, 박 대통령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다. 그러나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인 현철씨처럼 국정에 개입했다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의원처럼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별개 문제다.

미국 대통령으론 지미 카터가 동생 문제로 골치를 썩였다. 카터가 대통령을 지낼 때 막내 동생 빌리는 작은 맥주회사를 홍보해 논란이 됐다. 마치 자신의 형인 카터 대통령이 그 맥주를 좋아하는 것처럼 홍보했는데, 다행히 그 회사가 장사가 잘 안돼서 문을 닫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자식들과 원만치 않은 관계를 가진 대통령으로는 로널드 레이건이 대표적이다. 레이건은 두 번째 부인 낸시 여사와의 사이에서 딸(패티)과 아들(론)을 두었다. 레이건 부부는 금실이 좋기로 유명했지만 그들이 낳은 자녀들과는 사이가 안 좋았다. 레이건의 전기 작가들은 레이건 부부가 자식들을 애정을 갖고 돌보지 않았으며, 빈한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스스로 성장한 레이건은 자식들도 스스로 알아서 성장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지적한다. 10대부터 마약을 즐겨 한 패티는 대학을 중퇴하고 모델과 단역 배우를 지냈는데, 부모를 비난한 책을 펴내서 물의를 일으켰다.

패티의 동생 론도 부모와 소원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예일 대학을 한 학기 다니고 중퇴한 론은 발레단에 들어가서 무용을 했지만, 레이건 부부는 발레 댄서가 된 아들에게 관심을 주지 않았다. 아버지가 퇴임한 후에 론은 방송인이 되어 시사 토크쇼를 진행했는데, 정치·사회적 이슈에 대해 매우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난했고 선거 때마다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미국 언론은 정치인 본인의 문제와 그의 자식·형제 문제를 구분해 다룬다. 본인이 책임질 일이 아니면 구태여 크게 보도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국인들은 레이건 대통령의 자식에 대해 눈살을 찌푸렸지만, 그렇다고 해서 레이건 부부를 비난하지는 않았다. 그런 점에서 김무성 대표의 사위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태도는 다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든다.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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