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연·김춘진·오제세·이완영 ‘좋은 법’ 만들다
  • 이승욱 기자 (gun@sisapress.com)
  • 승인 2015.12.24 18:43
  • 호수 1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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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한국입법학회 주최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 12월16일 열려

31.8%. 2012년 6월 회기를 시작한 19대 국회의 입법 활동 성적표다. 19대 국회가 개원한 이후 현재(2015년 12월14일)까지 총 1만7329건의 법률안이 제출됐다. 이 가운데 94%에 달하는 1만6247건이 의원 입법으로 발의된 법률안이다. 이렇게 발의된 법률안 가운데 31.8%인 5169건만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빛을 보게 됐다. 하지만 19대 국회의 임기 만료를 5개월 앞둔 현재 총 1만1078건의 법률안은 자동 폐기될 위기에 처해 있다. 19대 국회의원이 제출한 법률안 10건 중 7건이 국회의원 임기 만료로 사장(死藏)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회는 입법부로서 권능을 가지고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의 삼권분립 체제하에서 국회는 법률의 제정과 개정을 위한 의정 활동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잡성과 다양성이 커지면서 국회도 다양한 법률안을 심사하고 입법화하는 일에 매진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국회가 법률안을 남발하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본지와 사단법인 한국입법학회가 지난 2013년부터 제정해 시상하고 있는 ‘대한민국 입법대상’은 입법의 남발과 부실 입법 증가 현상 속에서 국회가 제·개정하는 법률의 옥석을 가려보고자 하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국회의원의 법률안 발의 및 통과 건수를 기초로 하는 기존의 정량적 의정 평가 방식을 개선하고 입법 활동 평가의 대안을 마련하고자 실시되는 것이다.

12월1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15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왼쪽부터 홍완식 한국입법학회 회장,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명예회장, 정갑윤 국회부의장, 오제세, 김춘진, 이완영, 김명연 의원,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 ⓒ 시사저널 이종현

입법 우수 의원 5명과 10대 우수 입법 선정

국회 입법 활동의 정성적 평가 방식인 ‘대한민국 입법대상’(이하 입법대상)이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지난 12월1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9간담회의실에서 ‘2015년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갑윤 국회부의장과 권대우 시사저널 대표이사, 홍완식 한국입법학회 회장(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명예회장(서울대 법대 명예교수) 등이 내·외빈으로 참석했다. 올해 시상식에는 입법 과정에서 모범적인 활동을 한 김명연·이완영(이상 새누리당) 의원과 김춘진·오제세(이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롯해 김현숙 전 의원이 입법 활동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돼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김 전 의원의 경우, 지난 8월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비례대표 의원직을 내놓았지만 의원 시절의 입법 활동이 높은 평가를 받아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입법대상 시상식에서 참석자들은 입법대상의 취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정갑윤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국회의 역할과 기능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입법부로서의 역할이지만 국회가 현재 ‘입법 마비’라는 막막한 상황을 겪으면서 생산성과 효율성에서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 “국회가 남은 임기만이라도 민폐의 전당이 아닌 민의의 전당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 부의장은 또 “입법대상은 국회의 입법 기능을 향상시키는 촉매제”라면서 “입법대상을 통해 국회가 삶의 질을 높이는 입법부로서 신뢰와 사랑을 받도록 거듭 노력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지난 1회 입법대상 수상에 이어 두 번째 수상을 한 이완영 의원(새누리당, 경북 고령·성주·칠곡)은 “입법대상을 수상한 것보다도 법률안을 입법화하는 의도를 제대로 평가해준 것 자체가 감사하다”면서 “앞으로는 과다하게 남발하는 법률안을 줄이는 데 역할을 하는 의원에 대해서도 높은 평가를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춘진 의원(새정치민주연합, 전북 고창·부안)은 “입법대상 수상은 의원으로서 초심으로 돌아가 더 열심히 하라는 채찍질로 이해한다”면서 “의정 활동 중 입법 활동을 정성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소중한 일”이라고 말했다.

‘2015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시상식에서 정갑윤 국회부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시사저널 이종현

“우리 사회 어두운 곳 비추는 입법이 우수 법률”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은 2014년 6월12일부터 2015년 6월11일까지 공포된 총 700건의 법률을 대상으로 한국입법학회 회원 15명이 의정평가위원으로 참여해 선정했다. 올해 입법대상에서는 5명의 입법 의원 선정 이외에도 10대 우수 법률을 선정해 발표했다. 우수 입법으로 선정된 법안 가운데 제정 법률은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 △환자안전법 △환경오염피해배상책임 및 구제에 관한 법률 △사회보장급여의 이용·제공 및 수급권자 발굴에 관한 법률 △지역농산물 이용 촉진 등 농산물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 등 5건이다. 이 밖에도 전부 개정 법률은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은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 △영유아보호법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 등이 우수 입법 사례로 선정됐다.<35쪽 표 참조>

올해 심사에서 호평을 받은 법률들은 국민들의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10대 우수 입법으로 선정된 수입식품안전관리특별법은 수입 식품의 품질과 안전성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이 높은 가운데도 수입 식품의 안전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규정이 미비하다는 데 착안해 만든 법률이다. 환자안전법은 환자 안전사고 예방 및 재발 방지를 위한 종합적인 관리가 부족한 실정에서 환자 안전사고 보고 시스템 구축 등 환자 안전을 위한 체계적이고 총괄적인 관리에 필요한 제도적 여건을 마련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또 일부 개정 법률로서 우수 법률로 선정된 영유아보육법은 어린이집의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한편, 아동학대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 영유아 보호자들의 불안을 줄이는 데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상가건물입대차보호법은 그동안 사회문제화된 상가건물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 등 사회적 필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수 입법 사례로 꼽혔다.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 의정평가위원장을 맡은 최대권 한국입법학회 명예회장은 “올해 우수 입법으로 선정된 법률은 괄목할 만한 경제 발전, 민주주의 향상 등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성장 과실이 골고루 미치지 못하는 어두운 곳과 소외된 곳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법률”이라면서 “10대 우수 입법은 국가적인 손길과 보살핌을 펼침으로써 우리나라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데 기여하려는 목적의 법률”이라고 평가했다.

 

 

 

“대통령의 예속 벗어나 행정부 투명성 높여야” 

제3회 대한민국 입법대상을 심사한 한국입법학회 의정평가위원회(위원장 최대권 서울대 법대 명예교수)는 법률안 제출과 심의 과정 등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대안을 ‘입법 발전을 위한 권고’ 형식으로 발표했다. 올해는 특히 국회 내 법률안 심의 과정에서 대립과 반목을 해소할 수 있도록 국회 내 소통을 강조하는 권고를 했다.

의정평가위원회는 현재 국회의 법안심사에서 이념적 내지 정치적인 대립 구도가 형성돼 법안에 대한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심의가 진행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입법 사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보면 여야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접점이 존재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주요 선진국에서의 정치 과정과 입법 과정은 이러한 접점을 찾는 협의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입법 과정의 요체(要諦)는 반목과 대립이 아닌 대화와 협의라는 점을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의정평가위원회는 ‘국회선진화법’(국회법 일부 개정법률)의 개선을 촉구했다. 제18대 국회 때 입법 과정에서의 몸싸움과 비정상적인 법안 처리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의장의 직권상정 제한과 무제한 토론 제도 등을 주요 골자로 만들어진 국회선진화법은 19대 국회부터 적용됐다. 의정평가위원회는 여야의 대립만이 존재하는 현재의 환경에서 이 법이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제약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했다.

또 권력 분립이 헌법의 기본 원리이며 현실적으로는 정치의 작동 원리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회가 입법 기능과 함께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기능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능은 충실하게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국회가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에게 실질적으로 예속돼 입법의 주도권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원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한 행정부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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