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는 어렵지만 ‘나눔 경영’은 멈추지 않는다
  • 감명국 기자 (kham@sisapress.com)
  • 승인 2015.12.31 18:15
  • 호수 1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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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 소외된 이웃 돌보기 행사 “기업 이미지 높여 경영에 도움” 정서 정착

한국경제연구원(KERI)은 2015년 12월22일 ‘KERI 경제 전망과 정책 과제: 2015년 4/4분기’ 보고서에서 “올해(2015년) 2.5%에 이어 내년에도 2.6%의 저성장에 그치면서 L자형 경기 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5년을 결산하고, 새해 경기 전망에 따른 사업계획 수립에 들어간 각 기업들의 표정도 썩 밝지 않다. “지난 한 해도 어려웠지만, 새해는 더 어려울 것”이란 게 공통된 견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기업들의 나눔 활동은 멈추지 않았다. 힘든 때일수록 어려운 이웃을 더 돌봐야 하고, 궁극적으로 그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활동이 기업 이미지를 높여 경영에도 도움이 된다는 정서가 이제 정착돼가는 모습이다.

 

● 삼성

전국 6400여 개 쪽방촌에 생필품 전달

2015년 12월9일, 서울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푸른 유니폼을 입은 직장인들이 하나둘 대형 트럭에서 내렸다. 삼성 임직원들이었다. 이들은 쌀, 라면, 김 등이 담긴 생필품 상자를 쪽방촌에 홀로 거주하는 노인들에게 전달했다. 이날, 돈의동뿐만 아니라 전국의 6400여 개 쪽방촌을 삼성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이 방문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날 쪽방촌에 전달된 생필품은 총 3억원어치 상당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호텔신라 인천공항면세점 임직원들은 인천에 위치한 아동양육시설인 디차힐 아동센터를 방문했다. 이곳 어린이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장식하고 12월에 생일을 맞은 어린이들에게는 생일파티도 열어줬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임직원 2000여 명은 12월14일부터 2주 동안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한 목도리·내의 등 방한용품과 식재료 등을 전통시장에서 구매해 70여 개 지역의 복지시설에 직접 전달하는 ‘희망 택배’ 봉사활동을 벌였다.

사실 지금 삼성그룹의 내부 분위기는 그리 밝지 못하다. 2016년 경기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 속에 사업 재편과 비용 절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2015년 12월10일 이수빈 삼성생명 사장과 윤주화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은 ‘2015년 연말 이웃사랑 성금’으로 500억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했다. 2014년과 같은 금액이다.

● LG

‘LG 의인상’ 신설, 세 차례 걸쳐 수여

LG복지재단은 2015년 9월10일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義人)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뜻에 따라 ‘LG 의인상’을 신설한다”고 밝히고, 그 첫 번째 수상자로 교통사고를 당한 여성을 구하려다 신호 위반 차량에 치여 숨진 고(故) 정연승 특전사 상사(35)를 선정했다. 10월25일에는 장애 청소년을 구하려다 열차에 치여 순직한 고 이기태 경감에게 두 번째 상을 수여했고, 12월3일 서해대교 화재 현장에서 순직한 고 이병곤 소방관에게 세 번째 상을 수여했다. 수상자들의 유가족에게는 각각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했다.

LG는 저소득 가정 및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을 지원하는 30여 개의 사회공헌 활동도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 역시 LG복지재단에서 실행하고 있는데, 우선 20년째 저소득 가정의 저신장 어린이들이 키와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의료 지원을 해오고 있다. ‘저신장아동 성장호르몬 지원’ 사업이 그것이다. 1995년 20명의 어린이들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지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2012년부터는 100여 명을 지원하고 있다.

● 현대모비스

‘4대 Move’ 운동 통해 나눔과 희망 실천

현대자동차그룹은 2009년 나눔 경영 실천을 위해 ‘사회책임위원회’를 설립하고 ‘사회책임헌장’을 제정했다. 중점 사업으로 △Easy Move(이지 무브) △Safe(세이프) Move △Happy(해피) Move △Green(그린) Move 등 4대 사업을 네 바퀴로 삼아 나눔과 희망을 실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으로서 현대차그룹의 ‘4대 Move’를 앞장서서 실천하고 있다. 2015년에도 이지 무브로 ‘장애아동 이동 편의 지원’을, 세이프 무브로 어린이 교통안전을 위한 ‘투명우산 나눔’을, 해피 무브로 과학 영재 육성을 위한 ‘주니어 공학교실’을, 그린 무브로 지역사회 환경 개선 프로젝트인 ‘현대모비스 숲’ 조성 사업을 진행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다.

‘장애아동 이동 편의 지원’ 사업으로 장애아동들의 신체 조건에 맞게 개별 제작한 카시트형 자세 유지 의자, 모듈형 자세 유지 의자, 기립형 휠체어 등 보조 기구와 재활 치료비를 장애아동 가족에게 전달하고 있다. ‘투명우산 나눔’은 2010년부터 시작해 매년 투명우산 10만여 개를 제작, 전국 150여 개의 초등학교에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사업이다. 2015년 현재 배포한 투명우산의 누적 개수가 60만여 개를 돌파했으며, 대상 초등학교도 전국 900여 개 학교에 이른다. ‘주니어 공학교실’은 2005년 경기도 용인시 기술연구소 인근에 위치한 교동초등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실시하면서 첫발을 내디뎌 현재는 현대모비스 사업장이 위치한 지역 인근의 초등학교들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꿈키움 재능기부 봉사단’ 발족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건설사인 현대건설도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현대건설은 2013년 12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1년간 임직원 2496명과 계열사 임직원 707명 등 총 3203명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모아 3억4700만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했다. 이 성금은 ‘중증장애아동 수술비 및 재활 치료비 지원’ ‘종로구 소외 계층 집수리 사업 및 난방유 지원’ ‘재난구호 구호세트 및 임시보호소 지원’ 등 국내뿐만 아니라, ‘콜롬비아 빈민촌 자녀를 위한 해피홈스쿨 개소’ ‘우즈베키스탄 저소득층 지원 및 거주환경 개선’ ‘우간다 난민 태양광 랜턴 지원’ ‘인도네시아 빈민 식수 개발 지원’ 등 해외 사회공헌 활동 사업에도 사용된다.

현대건설은 2014년 국내 건설업계에선 최초로 ‘힐스테이트 꿈키움 재능기부 봉사단’을 발족했다.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학업 진행과 진로 탐색을 병행하는 교육장학 재능기부 멘토링 활동이다. 현대건설 임직원 및 건설업 진출을 희망하는 대학생들이 멘토로 나서서 청소년들에게 재능을 기부하는 것이다.

● SPC

농가와의 상생 통한 공유 가치 창출

‘삼립호빵’ ‘파리바게뜨’ 등으로 친숙한 SPC그룹은 올해 70주년을 맞는데, 창립 초기부터 나눔의 정신을 바탕으로 ‘사회적 책임(CSR)’과 ‘공유 가치 창출(CSV)’을 실천해오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이러한 CSV정신을 더욱 체계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SPC행복한재단’과 ‘SPC해피봉사단’을 발족시켰다.

특히 ‘농가와의 상생을 통한 공유 가치 창출’ 일환으로 SPC그룹은 2008년 우리밀 전문 가공업체 ‘밀다원’을 인수하며 우리밀 사업을 시작했다. 군산·김제·해남·강진·부안·하동 지역 등 주요 밀 생산지 지자체와 협약을 맺고 꾸준히 우리밀을 수매해왔으며,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던킨도너츠·삼립식품 등을 통해 우리밀 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5년 4월에는 제빵 특화 우리밀 재배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의령군, 의령군우리밀생산자위원회와 함께 ‘조경밀 특화 재배단지 구축을 위한 행복한 동반성장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 밖에도 SPC그룹은 영천 사과, 산청 딸기, 의성 마늘, 해남 고구마, 고흥 찹쌀, 익산 쌀 등 지역별 특화 농산물을 활용한 제품 200여 종을 개발해 전국 3000여 개 파리바게뜨 등의 브랜드 매장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SPC그룹의 농가 직거래 확대는 기업과 농가가 함께 동반성장할 수 있는 상생협력 모델이다.

CJ그룹 전 임직원이 참여한 ‘찾아가는 김장 나눔 행사’영천 특산품 ‘미니사과’를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습1만1111포기의 김장을 담그는 ‘사랑의 김장담그기’

● CJ

각 계열사별로 다양한 공헌 활동 펼쳐

CJ그룹은 각 계열사별로 올 한 해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왔다. 우선 그룹 전체 행사로는 지난 2007년부터 매년 임직원과 일반인이 함께 참여하는 ‘찾아가는 김장 나눔 행사’가 꾸준히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 밖에도 그룹의 온라인 기부 프로그램인 CJ도너스캠프가 후원하는 전국 2000여 개의 공부방을 직접 찾아가 함께 시간을 보내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진로 체험 및 인성 교육 프로그램인 ‘꿈키움 M주니어’도 2015년에 시작했다.

CJ제일제당은 12월21~22일 이틀간 소외 계층 가정을 방문해 자사 제품들로 구성된 선물을 전달하는 ‘산타 출정식’ 행사를 가졌다. CJ대한통운은 12월17일 아름다운가게와 함께 ‘CJ대한통운과 함께하는 아름다운 하루’ 행사를 통해 임직원들이 기증한 의류·도서·전자제품 등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독거노인과 조손 가정 등 소외 계층에게 쌀과 생필품 등을 지원하는 아름다운가게의 ‘나눔보따리’ 사업에 기부했다. CJ오쇼핑은 사옥이 위치한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지난 2009년 방배노인종합복지관을 건립해 서초구에 기증했으며, 복지관과 연계해 ‘저소득 어르신 생활기금 마련 바자회 봉사활동’ ‘떡국 나눔 봉사’ ‘추석맞이 송편 나눔’ ‘연탄 배달’ 등 지역 내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나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 하나금융그룹

‘2015 모두하나데이 캠페인’ 시작해

하나금융그룹은 2015년 11월11일 ‘2015 모두하나데이 캠페인’을 시작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KEB하나은행 명동본점 앞마당에서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을 비롯한 각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및 그룹 임직원, 가족사랑봉사단원, 다문화 가정 및 SNS 이벤트를 통해 초청된 고객 등 4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5 모두하나데이 캠페인’을 시작하는 기념행사를 가졌다.

‘하나 더 나눔으로 행복한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소외 계층에 전달할 김장 담그기 행사를 비롯해 학용품을 담은 ‘글로벌 행복상자’를 인도네시아·캄보디아·필리핀·베트남·미얀마 등 5개국 아동들에게 전달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나눔 및 봉사활동을 2016년 1월11일까지 진행한다. 이 캠페인은 매년 ‘1(하나)’이 겹쳐지는 11월11일부터 시작해 두 달 동안 2만5000여 그룹 전 임직원들이 참여해 국내외 어려운 이웃을 위한 행복한 나눔을 집중적으로 실천하는 것으로, 2011년부터 5년째 이어져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장 또한 1만1111포기를 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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