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실적 발표 시즌 시작, 내수업종 관심
  • 하장청 기자 (삼성전자∙현대차 등 대형주 이익전망치 낮아져)
  • 승인 2016.01.07 18:10
  • 호수 1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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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cha@sisapress.com
삼성전자 주가 / 사진=시사비즈

새해가 시작됐지만 주가는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중국 경기침체, 위안화 약세, 중동 정정 불안, 북핵 리스크(위험) 등 불확실성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다만 국내 주가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던 만큼 전문가들은 실적을 중심으로 종목별 테마별 차별화 가능성이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적으로 4분기 기업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않은 편이다. 이런 가운데 8일 삼성전자 잠정실적 발표를 신호탄으로 4분기 어닝시즌(실적발표 시기)이 시작된다. 불확실성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셈이다.

◇ 4분기 코스피200 영업이익, 28조4545억원 추정

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코스피200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는 28조454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27조2153억원보다 4.55% 높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분기에 비해 높게 형성돼 있는 영업이익 추정치를 달성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절적으로도 4분기 실적은 3분기에 비해 둔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연간 비용과 충당금 설정 등 회계처리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코스피200을 기준으로 4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3분기 대비 항상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4분기 코스피200 건설 섹터(업종)의 영업이익 컨센서스(예상치)는 전년동기 대비 193.9% 감소한 7380억원으로 가장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건설, 대우건설, 현대산업, 대림산업 등이 속해 있다.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삼성중공업, 현대엘리베이터 등으로 구성된 중공업 섹터는 4029억원으로 119.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한국전력, SK텔레콤, 한국가스공사, CJ 등이 포함된 생활소비재 섹터는 4조851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5.7% 감소할 전망이다.

금융 섹터도 28.1% 줄어든 1조9029억원의 영업이익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신한지주, KB금융, 우리은행, 하나금융지주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삼성전자, SK, LG, SK하이닉스 등이 속해 있는 정보기술(IT) 섹터도 10조2928억원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5.0% 감소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섹터도 있다.

경기소비재 섹터는 5조3045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0.1%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 롯데쇼핑 등이 속한다.

포스코, 현대제철, 고려아연, 세아베스틸 등이 포함된 철강소재 섹터는 1조3670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8.0% 증가할 것으로 보이며, LG화학, GS,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등이 속한 에너지화학 섹터는 2조3401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2.6% 늘어날 전망이다.

◇ 대기업 실적 전망 하향 조정…삼성전자∙현대차 등 이익추정치 낮춰

국내 증권사들은 대기업 실적 전망을 줄줄이 내려 잡으며 어닝쇼크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를 포함한 시가총액 상위 대기업의 실적도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7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2개 증권사가 추정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 평균은 6조6779억원으로 전분기 영업이익 7조3933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말 예상치인 6조9000억원에 비해서도 2% 가량 떨어졌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을 7조2000억원에서 6조55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고, KDB대우증권은 6조9000억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낮췄다. 한국투자증권은 6조8000억원에서 6조4000억원으로 내렸다.

이날 삼성전자는 1만2000원(1.02%) 하락한 116만3000원에 마감했다. 연초대비 7.87%의 주가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의 이익증가세는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부품 가격 하락, 수요 감소 등에 따른 부진한 실적 전망이 주가를 끌어내리고 있다.

박유악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보다 15% 감소한 6조3000억원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가전(CE)을 제외한 전 부문에서 실적 부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지난 6일 하이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며 목표주가를 16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격 안정정책과 시장 수요부진으로 D램(RAM), 낸드(NAND) 출하량 증가율이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대차의 지난해 4분기 실적 전망도 우울하다. 7분기 연속 감익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4분기 자동차 출하는 142만6000대로 전년동기대비 7% 증가했다. 판매대수는 129만5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 늘었다.

현대차 4분기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6% 증가한 25조원이 될 것으로 추정되며, 영업이익은 1조6800억원으로 11%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은 늘었지만 신흥국 수요 부진, 환율 약세, 출하∙판매 불일치에 따른 미실현 재고비용 증가, 금융부문 실적 저하, 광고∙리콜(회수) 비용 등이 수익성 하락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출하목표를 501만대로 세웠다. 지난해 보다 0.9% 증가한 수치지만 글로벌 수요 둔화를 감안해 보수적인 목표를 설정했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4분기 수익성은 신흥국 수요, 환율 부진, 미실현 재고 부담 등에 따라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올해 자동차 출하 전망도 낮게 잡아 단기 주가흐름은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 어닝시즌…증시 하락 압력 가중될 수도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본격적으로 발표됨에 따라 국내증시 하락 압력도 높아질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4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는 종목들이 늘어나는 부정적 연속성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며 “4분기 어닝시즌에 실적이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경우보다 하회하는 경우를 주목하고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어닝쇼크가 현실화되며 중국 증시 폭락, 중동 정세 악화, 북한 리스크 등과 맞물릴 경우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만연해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연초부터 투자심리가 불안에 떨고 있어 어닝시즌 동안 코스피는 조정국면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또 “중국발 충격 여파가 확대되면 코스피 1900선이 무너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을 지지하는 내부 동력이 부재한 상황으로 전개되는 가운데 대외 변수에 출렁이고 있다”며 “코스피 1900선 지지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닝쇼크가 어느 정도 예견됐던 만큼 증시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현재 국내증시는 중국, 미국 등 외부 변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있어 4분기 기업 실적 발표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 어닝시즌 앞둔 투자전략은?...중소형주 유리할 것

어닝시즌을 앞두고 실적 호전 기대주와 가치주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부진한 실적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대형주에 비해 실적 모멘텀(탄력)이 확보되고 있는 중소형주가 눈길을 끌고 있다. 중소형주는 계절적으로 1분기 긍정적인 성과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코스닥의 지난 3년간 1분기 수익률은 안정세를 나타냈다.

염동찬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부진한 4분기 실적 발표를 염두에 두고 대형주보다 중소형주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밝혔다. 염 연구원은 “중소형주가 정부 정책 모멘텀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연간 실적 성장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3분기 대비 4분기 매출액이 개선되는 종목을 선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시가총액 중형주와 소형주 가운데 벨류에이션(기업가치평가)이 낮은 종목들을 담아야 한다”고 추천했다.

그는 관심종목으로 코오롱인더, 에스엘, 웹젠, 한국토지신탁, 만도, 슈피겐코리아, 기가레인, 코라오홀딩스, 누리텔레콤, 네오위즈게임즈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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