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프 해체 소동’ 일본 열도 술렁술렁
  • 유재순│일본 제이피뉴스 대표 (.)
  • 승인 2016.01.28 19:24
  • 호수 1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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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장관과 총리까지 나서서 해체 반대 의사 밝혀

지난 1월18일 밤 10시15분쯤, 일본 후지 텔레비전의 <SMAP × SMAP> 프로그램에서 이례적인 생방송이 있었다. 최근 일주일 동안 일본 열도를 들썩이게 했던 다섯 남자들의 사과 방송이었다. 생방송의 주인공 남자 5명은 검은색 정장과 검은색 넥타이로, 그렇잖아도 긴장된 분위기를 더욱 굳게 만들었다.

이윽고 이들의 사과 방송이 시작됐다. 사과 내용의 요지는 “그동안 소동을 일으켜 죄송하고 앞으로 열심히 할 테니 계속 지켜봐주고 응원해달라”는 말이었다. 5명의 멤버가 돌아가면서 발언한 시간은 3분 정도. 그럼에도 이날 시청률은 무려 37.2%가 나왔다. 매년 12월31일에 방송되는 NHK의 국민 방송 <홍백가합전(紅白歌合戰)>에 버금가는 높은 시청률이었다.

데뷔 25년 차 일본의 최고 인기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의 위력은 대단했다. 한 스포츠신문의 폭로로 시작된 스마프 해체 소동은, 1월18일 생방송으로 사과 방송을 할 때까지 일본 열도 전체를 요동치게 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스마프의 해산을 반대했다.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지방창생(創生) 담당 현직 장관까지 나서서 스마프 해체를 반대하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이들이 해체를 하지 않는다고 발표하자 “정말 잘된 일”이라고 소감까지 전했다.

일본의 ‘국민 아이돌’로 인기를 누리는 SMAP의 2011년 중국 베이징 공연. ⓒ AP연합

일본 언론 또한 매일 스마프 이야기로 도배를 하다시피 하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진보 성향인 아사히신문은 일주일 사이 두 번이나 스마프의 해체설과 1월18일 사과 방송을 톱뉴스로 게재했다. 공영방송인 NHK 또한 해체설을 톱뉴스로 보도했고, 일본 뉴스 프로그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사히의 <보도 스테이션>에서도 사과 방송에 대해 앵커가 이례적으로 “해산하지 않게 돼서 정말 다행이다”며 길게 코멘트를 해 화제가 됐다.

이번 해산 소동의 흐름을 압축하면 스마프의 소속사인 쟈니즈와 매니저 대립, 4명의 독립 시도 실패, 기무라 다쿠야 잔류, 정·재계 반응, 사과 생방송, 파워하라(power harassment, 직장 상사가 부하 직원을 괴롭힌다는 뜻의 일본 신조어) 항의 소동이다. 이 중에서 현재까지 논란의 차원을 넘어 사회 문제로까지 비화하고 있는 것은 쟈니즈의 ‘파워하라’ 의혹이다. 특히 1월18일 사과 방송을 본 팬들이 ‘방송·프로그램 향상기구(BPO)’에 집단으로 항의를 하는 바람에 이 기관 홈페이지가 일시 폐쇄됐다.

많은 시청자가 1월18일 스마프의 사과 방송이 힘으로 약한 자를 누르는 ‘파워하라’ 방송이었다고 생각한 것이다. BPO는 공영방송인 NHK와 민간방송연합이 통합해 만든 준(準)공공기관. 하지만 이 기관은 “팬들의 항의는 이해하지만 쟈니즈에 대해 특별히 조사를 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새해 벽두부터 스마프의 해체 소동으로 일본 열도가 시끄러운 가운데, 정·재계가 발 벗고 나서 해체 반대를 밝힌 것은 정치적 효과와 경제적 손실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정계 쪽은 스마프가 오는 2020년 장애인올림픽의 홍보대사인데 이들이 해체될 경우 대체할 거물급 연예인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현직 장관들은 물론 총리까지 나서서 해체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는 것이다.

반면 경제계는 좀 더 현실적이다. 간사이(關西) 대학의 미야모토 가쓰히로(宮本勝浩) 명예교수(71)는 스마프가 해체될 경우 나타날 손실 금액을 산정해 발표함으로써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우선 스마프가 해체될 경우 연간 약 636억 엔(약 6400억원) 이상의 경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산출액은 스마프의 2014년도 CD·DVD, TV 출연, 팬클럽, 광고 촬영 등 연간 수입 250억 엔(주간신조 보도)을 근거로 산출해낸 것이다. 구체적인 산출 내용을 보면, 콘서트를 할 때 순수 공연 수입뿐만 아니라 팬들의 음식비와 교통비 등으로 약 30억 엔, CD 제작비용 등의 매출 증가액이 약 219억 엔, 이와 관련된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증가 소득액 등 소비되는 금액 약 137억 엔을 합쳐 총 636억 엔의 경제 손실을 가져오게 된다고 그는 분석했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나타난 이 같은 경제적 손실보다 더욱 일본인들을 절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늘 옆에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SMAP)가 갑자기 사라지는 상실감”이라고 한다. 이러한 정서적 상실감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가 불가능할 만큼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즉 640억 엔에 이르는 경제적 손실보다 스마프의 존재가 사라지는 상실감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런가 하면 마쓰타니 소이치로라는 사회 평론가는 일본에도 한국 방송법, 즉 ‘JYJ법’이라고 불리는 방송 관련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연예 시스템에 대해 상당히 연구를 한 듯 한국의 연예기획사 SM의 시스템과 동방신기의 태동, 그리고 5명의 멤버가 동방신기·JYJ 두 그룹으로 분열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어서 JYJ가 지난 5년 동안 전 소속사로부터 유·무형의 압력을 받아 한국 텔레비전 음악 프로그램에 일절 출연할 수 없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이는 스마프의 소속사 쟈니즈와 그 행태가 똑같다고 비판했다.

SMAP 해체 소식을 다룬 일본 매체 기사.

일본 내 ‘JYJ법’ 도입 주장 나와

그래서 일본 연예계에도 이를 위반하면 벌금을 부과하는 ‘JYJ’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그는 강력히 주장했다. 사과 방송에 분노한 팬들이 “공개 처형” “블랙기업(쟈니즈)” “파워하라”라고 BPO에 항의를 했다지만 그보다 더욱 시급한 것은 바로 ‘JYJ’법 같은 제도 도입이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그러면서 이번 스마프 소동을 두고 소속사인 쟈니즈의 독재적이고도 강압적인 가족 경영과 권위적인 쇼와(昭和) 시대(1926~1989년)의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행태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래서 더욱더 한국의 ‘JYJ’법이 일본에 도입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스마프의 해체 소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비록 사과 방송으로 해체설을 잠재웠다고 하지만 이는 계약 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까지의 ‘집행유예’에 불과하다고 꼬집는 언론도 있다. 스마프는 1년마다 계약 기간을 갱신해왔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번 해체 소동으로 확인한 것은 스마프의 엄청난 존재감이다. 그룹이 해체한다는 ‘설(說)’만으로 일본 열도 전체가 술렁였고, 현직 장관과 총리까지 나서서 반대 의사를 밝히는 등 일본 국민에게 스마프의 존재는 가히 절대적이었다. 한마디로 스마프의 존재감과 위상을 다시 한 번 확인해준 ‘뜨거운 소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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