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해외상륙작전]④거대한 콘텐츠 용광로, 중국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4.1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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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시장 규모 상상 초월…규제·저작권 침해 등 과제도 산적
중국 콘텐츠업계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르티비(Letv) / 사진=르티비 홈페이지

중국이 거대한 콘텐츠 용광로가 되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가 큰 덕분에 콘텐츠 기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국내 업계도 다양한 한중합작 모델을 통해 중국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다만 정부규제와 저작권 침해 등 오래 묵은 과제가 여전히 변수다.

드라마 동영상 클릭 수는 중국 내 콘텐츠 소비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몇 년 전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었다. 당시 누적 클릭 수가 32억 뷰였다. 이에 대해 중국에서 활동하는 한 에이전트는 “중국에서 클릭 수 10억 뷰가 넘는 드라마가 200편이 넘는다”며 “지난해 나온 드라마 ‘미월전’은 클릭 수가 208억 뷰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규모 자체가 다른 셈이다.

심지어 OTT 업체 르티비(Letv)에서 만든 웹 드라마도 3개월 만에 32억 뷰를 넘었다. 이 드라마는 르티비에서만 스트리밍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젊은 층 반응이 폭발적이었다. 르티비의 주된 시청 층은 14~29세다.

이러다보니 국내 업계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현상도 나타났다. SBS가 포맷을 수출한 ‘런닝맨’이 중국 절강위성TV에서 폭발적 인기를 끌자 방송사에서 런닝맨 영화 버전을 만들어 개봉했다. 그런데 이 작품이 900억원 넘는 매출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게임부터 만화, 책까지 다양한 상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중국의 할리우드화도 빼놓을 수 없는 화두다. 중국의 유명 배우들은 이미 소속사를 나와 1인 기획사를 차렸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방식이다. 제작사 중심의 콘텐츠 생산 구조도 할리우드와 비슷하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 드라마는 사전제작 중심”이라며 “영향력 있는 제작사는 방송사의 특정 시간대를 아예 사버린다”고 전했다.

광고 시장 규모도 커졌다. 중국에서는 매년 초 방송사별로 광고 시간을 판매하는 입찰회를 개최한다. 유력 방송사 후난위성TV가 올해 기록한 광고매출액이 1조3300억원 수준이다. 국내 방송 3사의 광고매출을 모두 합친 것과 맞먹는다.

중국의 떠오르는 기업들도 엔터업계에 뛰어들었다. 알리바바 픽쳐스, 텐센트 픽쳐스, 아이치이 픽쳐스가 연이어 세워졌다. 이 업체들은 이미 중국 웹소설 등 주요 IP(지적재산권)를 싹쓸이하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한 상당수 영상 콘텐츠는 웹 소설에 뿌리를 둔다. ‘착요기’가 대표적이다. 때문에 중국 내에서는 웹 소설과 웹툰 원작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최근에 이 업체들은 한국 IP까지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현지에서 활동하는 에이전트는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아예 한국에 상주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장이 커지면서 국내 업계의 한중합작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CJ E&M은 아예 기획부터 협업한다. 신은호 CJ E&M 중국법인 대표는 지난달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로컬 콘텐츠의 기획개발부터 참여해서 공동으로 IP를 소유할 수 있는 구조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새로운 형태의 한중합작모델도 시장에 나온다. 아이유와 이준기가 캐스팅 돼 촬영 중인 ‘보보경심:려’가 특히 눈에 띈다. 중국에서 이미 인기를 끈 작품을 국내에서 리메이크해 다시 중국으로 역수출하는 사례다. 국내에서는 SBS 측이 방영 여부를 검토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시청자들이 우리나라 콘텐츠 마켓을 보는 시각은 마치 우리가 미국 넷플릭스나 HBO를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며 “보보경심이 대박 아니라 중박만 쳐도 중국의 IP가 한국에서 리메이크돼 역수출 되는 하나의 모델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콘텐츠산업 성장세는 가파르지만 변수는 많다. 정부규제 가능성이 여전히 똬리를 틀고 있다. 최근 중국 광전총국 회의에서 웹 드라마 심의기준을 기존 드라마와 같은 수준으로 도입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다만 중국 현지에서는 웹드라마에 대해서는 관용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등급제 도입 여부도 변수다. 중국 드라마는 모두 연소자 관람가로 제작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소재 폭이 제한적이다. 현재 중국 영화계에서는 등급제 도입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표절은 오래된 과제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중국은 포맷을 수입하는 큰 방송사도 표절을 한다”며 “동방위성에서 나온 ‘극한도전’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도 오래 곪은 문제다. 중국에서는 극장에서 캠코더를 활용해 촬영하는 관객이 많다. 이에 대해 중국 현지 에이전트는 “최근 중국 업계에서 3D 영화를 많이 개봉하는 이유 중 하나가 복제를 막기 위해서”라며 “3D는 우수한 캠버전 화질을 가져가도 찍을 수 없기 때문”이라는 말을 전했다.

왜곡된 시장 환경도 극복해야 할 변수다. 1억명의 관객을 동원한 주성치 감독의 영화 ‘미인어’도 사재기 논란에 휩싸였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영화 티켓을 온라인에서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현장에서 사면 바보라는 말을 듣는다”며 “광전총국이 이걸 언제 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과정에서 되레 온라인 티켓 사이트가 이익을 얻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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