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객 김광석 20주기 추모전…300여점 유품 전시
  • 고재석 기자 (jayko@sisapress.com)
  • 승인 2016.04.27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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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문화가 있는 날’ 맞아 평소 2배 이상 관람객 몰려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 캠퍼스 내 아트센터에서 ‘김광석을 보다 展; 만나다·듣다·그리다’가 열렸다. / 사진=고재석 기자

올해는 가객 김광석이 서른 셋 짧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지 20년 째 되는 해다. 20주기를 기념해 그가 생전에 활동하던 대학로에서 김광석 추모전이 열렸다. 그가 사용했던 자필 악보와 통기타, LP앨범, 공연포스터, 친필메모 등 300여점의 유품이 전시됐다.

전시회에는 ‘4월 문화가 있는 날’을 맞아 20대 대학생부터 50대 중년부부까지 평소보다 2배 넘는 관람객이 몰렸다. 최근에는 한정판 앨범과 기타제작 등 김광석 20주기를 추모하는 다양한 기획도 잇따르고 있다.

◇ 생전 1000회 이상 대학로에서 추모전

대학로에서 열리는 ‘김광석을 보다 展; 만나다·듣다·그리다’는 전시회를 표방하는 김광석 20주기 추모전이다. 홍익대 대학로 캠퍼스 내에 위치한 아트센터 지하 1층 갤러리에서 6월 26일까지 개최된다. 대학로는 생전에 김광석이 1000회 이상 라이브 공연을 했던 상징적인 장소다. 이미 고인이 된 대중음악 가수가 전시회로 다뤄지기는 국내에서 처음이다. 

특히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50% 할인 가격에 입장할 수 있다. 문화가 있는 날은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영화관, 공연장, 미술관 등 주요 문화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부 캠페인이다.

기자도 4월 문화가 있는 날(27일)을 맞아 직접 전시회를 찾았다. 평일 이른 오후였지만 매표소 주변에는 이미 여러 관객들이 티켓 구매를 위해 줄을 서있었다.

전시회 주관사인 씨씨오씨(CCOC)의 성기주 매니저는 “평일 약 300~400명, 주말 약 1200~1300명 정도 관람객이 온다”며 “오늘은 문화가 있는 날이라서 오전부터 평소보다 2배 정도 더 관람객이 오셨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문화가 있는 날’ 최종 관람객 수를 1000명으로 예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는 총 8개 섹션으로 구성됐다. 김광석의 절친한 친구인 이택희 예술감독이 기획했다. 특히 잘 알려진 히트곡의 뒷이야기가 상세하게 설명돼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섹션에서는 ‘나의 노래’ ‘그날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의 자필악보가 전시됐다. 또 LP앨범과 사진도 눈에 띄었다. 그가 활동하던 그룹 ‘동물원’과 ‘노래를 찾는 사람들’이 발표한 음반과 공연포스터도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박학기, 안치환 등 친분 있는 가수들과의 뒷이야기도 호기심을 자아냈다.

전시회에는 김광석을 추억하는 40~50대 중년층이 많았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한 중년 부부는 이종구 화백이 김광석의 얼굴을 형상화한 작품 ‘가객’ 앞에 한참을 서있었다. 그들이 보던 팻말에는 “인생의 깊은 성찰과 회한이 없이는 부를 수 없는 노래이자 시”라는 이종구 화백의 글이 담겨 있었다.

김광석 사후에 태어난 20대 청년층도 여럿 눈에 띄었다. 전시회를 찾은 대학생 최송하 씨(21세‧여)는 “평소 직접 피아노를 치며 김광석 노래를 부를 정도로 팬”이라며 “미루고 미루다가 찾아왔다”고 말했다. 특히 “50% 할인을 받아서 더 좋다”고 덧붙였다. 

전시회에서는 김광석이 생전에 사용했던 자필 악보와 통기타, LP앨범, 공연포스터, 친필메모 등 300여점의 유품이 전시됐다. / 사진=고재석 기자

‘나른한 오후’라 이름 붙은 세 번째 섹션에서는 유독 관람객이 많았다. 그가 생전에 쓰던 카메라와 메모장, 심이 굵은 로트링펜, 몽블랑펜 등 여러 유품이 전시됐기 때문이다. 김광석이 어린 딸을 품에 안고 앉곤 했던 낡은 소파도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서른즈음에’에 관한 이야기가 담긴 네 번째 섹션에서는 김광석이 영상에 담겨 관람객들에게 말을 건다. 영상 속에서 김광석은 20대를 두고 “실패를 겪고도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나이”라고 정의했다.

김광석을 형상화 한 마네킹도 관람객 시선을 끌었다. 특히 앞에 놓인 꽃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전시회장에서 만난 한 스태프는 “어떤 관객분이 두고 가신 꽃”이라고 전했다.

◇ 산업계의 ‘김광석 부르기’

김광석 20주기를 맞아 다양한 산업계에서 ‘김광석 부르기’도 가시화되는 모양새다. 정보기술업체 카카오는 지난 12일 모바일 주문생산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를 통해 김광석 추모 20주기 헌정판 LP를 판매한다고 밝혔다. LP는 김광석 다시부르기 1, 2의 노래 21곡이 담긴 2장의 레코드로 구성됐다.

세계적인 통기타 회사 마틴은 김광석 헌정 기타를 제작한다. 한국 뮤지션 중 최초다. 올해가 그의 생후 52주년임을 기념해 52대만 한정 제작한다. 이를 공식발표하기 위해 지난 22일 재클린 레너 마틴기타 사장이 직접 방한하기도 했다.

다만 이 기타는 김광석 전시회가 열리는 대학로 아트센터 갤러리 내 아트샵에서만 예약할 수 있다. 

성기주 매니저는 “어제(26일)부터 예약을 받았는데 문의전화가 많이 왔다”며 “방문예약만 가능하기 때문에 지방분들이 많이 불편해하신다”고 전했다. 성 매니저는 “마틴 본사 방침이라 어쩔 수 없다”면서도 “다만 대리인이 오시는 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음달 7일에는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2016 김광석 다시부르기’ 공연이 대규모로 열린다. 박학기, 동물원, 자전거탄풍경, 장필순, 이적, 김조한, 윤도현, 정동하, 알리, 스윗소로우, 손승연, 박시환 등 국내 대중음악계를 대표하는 뮤지션이 대거 참여한다. 5월 7일 오후 3시와 7시 30분, 총 2회에 걸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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