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 해도 변호사 되는 법조인들 ‘꽃길’ 막힐까
  • 조유빈 기자 (you@sisapress.com)
  • 승인 2016.08.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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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부장판사 성매매로 입건돼…법조계 타락 어디까지

잇따른 비리로 법조계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친 가운데, 현직 부장판사가 오피스텔 성매매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성 추문을 일으켰던 법조인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8월2일 강남구 역삼동 한 오피스텔에서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법원행정처 소속 부장판사 심 아무개(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휴가 중이던 심 부장판사는 술을 마신 상태에서 전단지를 보고 성매매 오피스텔을 스스로 찾았다가 오피스텔 성매매 합동 단속을 진행 중이었던 경찰에 적발됐다.

 

법조계 직업군에서 판사는 죄를 지은 사람을 판결하는 사람이다. 투명성을 누구보다 높게 요구받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현직 부장 판사가 위법 행위, 그것도 성매매를 한 이번 사건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더군다나 법원행정처는 법원에 관한 인사나 예산 등의 사무를 관장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곳이다. 심 부장판사는 의정부지법에서 법원행정처로 파견돼 사법지원총괄심의관까지 겸임하고 있었고, 검찰과 법원에서 접대를 받지 않는 인간적이고 청렴한 엘리트로 알려져 있어서 더 큰 충격을 줬다. 

 

성매매알선 등 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성 매수자의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심 부장판사는 8월3일 대법원에 사의를 밝혔지만 법원행정처는 사직처리를 보류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했다. 

 


지금까지 법조계는 성추문에 연루된 법조인들이 다시 일을 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줬다. 문제가 일어나자마자 제출한 사표를 받아들여 준 것이다. 면직은 본인이 원했기 때문에 사표를 수리하는 것으로, 향후 변호사 등록에 지장이 없다. 여론이 잠잠해지면 물의를 일으킨 법조인들이 하나 둘 변호사로 복귀하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이 때문에 심 부장판사의 사표가 이번에 수리되지 않은 것은 최근 위기를 겪고 있는 법조계에 대한 비난 여론을 의식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계, 여론 의식한 것이라는 시각도

 

실제로 성추문에 연루된 법조인들은 입건이 되면 동시에 사표를 제출한 경우가 많았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 황 아무개 판사가 지하철 안에서 20대 여성을 성추행한 사건이 있었다. 입건 사실이 알려지면서 황 판사는 사표를 제출했고, 대법원 측은 직무 관련 위법행위가 아닌 개인 비리로 판단해 사표 수리가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 결국 황 판사는 이후 피해 여성과 합의해 처벌을 받지 않게 됐다. 2012년 여기자 성추행으로 직위해제된 최 아무개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는 정직 3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두 법조인은 모두 사표가 수리된 이후 변호사로 개업했다.

 

2014년 8월에는 김수창 전 제주지방검찰청장이 길거리에서 자신의 성기를 노출하는 음란행위를 하다 공연음란 혐의로 경찰에 체포되는 사상 초유의 사건이 일어났다. 법무부는 김 전 지검장이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제출한 사표를 바로 수리했고, 김 전 지검장은 면직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1년 뒤인 2014년 9월 서울지방변호사회가 김 전 검사장의 변호사 등록신청을 받아들였고, 김 전 검사장은 현재 개인 변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9월에는 대구지방법원 소속 유 아무개 판사가 2013년 9월과 2014년 7월 대학 후배 20대 여성 두 명을 성추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지만 대구지법의 징계가 있기 전에 사표가 수리됐다. 지난 해 4월에는 서울남부지방법원 소속 부장검사가 동료 여검사를 음식에 빗대 성희롱한 사건으로 감찰을 받게 되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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