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CJ만 웃었다
  • 이석 기자 (ls@sisapress.com)
  • 승인 2016.08.1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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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회장 사면으로 오너 리스크 해결…한화 계열 금융사 어려움 가중 전망

박근혜 대통령은 8월12일 오전 10시 반,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광복 71주년 특별사면 대상자를 확정했다. 광복절 특사 대상은 총 4876명이며, 행정제재 감면 대상자는 142만명에 달한다. 서민과 중소 상공업인 등 생계형 사범을 대상으로 사면으로 이뤄졌던 그 동안의 기조를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덕분에 경제인들은 이번에도 사면 대상에서 대거 제외됐다. 유력 경제인 중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유일하게 사면 대상에 포함됐을 정도다. 이 회장은 2013년 7월 수천억원대 조세포탈 및 횡령 혐의로 검찰에 구속 기소됐다. 이 회장은 2013년 8월 부인 김희재씨로부터 신장 이식 수술을 받은 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렸다. 한때 70~80kg을 오르내리던 몸무게는 40kg대까지 빠졌다. 형집행정지 상태에서 면역 억제 치료를 받았지만 병세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2014년 4월에는 구속집행정지 신청이 거절되면서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두 차례나 응급 상황이 발생해 병원에 후송되기도 했다. 병원과 구치소를 오가면서 이 회장의 병세는 더욱 심각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유전병인 ‘샤르코 마리 투스’(CMT)마저 악화됐다. 현재 이 회장은 걷기나 쓰기 등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혼자서 식사도 하기 힘든 상태로 알려졌다. 이 회장이 이번 사면에 포함된 것도 이런 상황이 감안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현 회장도 사면 직후 “치료와 재기의 기회를 준 대통령님과 국민들께 감사 드린다”며 “빠른 시일 내 건강을 회복한 뒤, 사업에 전념해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광복절 특사 대상으로 거론된 경제인 가운데 이재현 CJ회장(왼쪽)은 사면됐지만 김승연 한화회장은 사면 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면 제외된 기업인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덕분에 CJ그룹은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CJ그룹은 그룹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돼 왔다. 하지만 위원회가 이 회장의 공백을 메우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룹을 이끄는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대규모 투자나 신규 시장 진출 논의가 대부분 중단됐다. 이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만큼 곧바로 경영에 복귀하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장 역시 당분간 치료에 전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CJ그룹은 오너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되면서 그 동안 미뤄왔던 현안에 대해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면․복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경우 수조원대 투자를 약속했다”며 “올해 재계 총수 중에서 유일하게 사면을 받은 CJ그룹 역시 거액의 투자와 청년고용 창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형평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광복절 특사에서 사면 대상에 이름을 올린 기업인은 이 회장 말고도 여럿 있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 담철곤 오리온 회장, 최재원 SK그룹 수석 부회장,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최원영 전 예음그룹 회장 등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법적 요건인 3분의 1의 형기를 채우기도 했다. 특히 최재원 부회장의 경우 오는 10월20일부로 형기가 만료된다. 그럼에도 이번 특사에서 제외됐다. 이번에 특사로 풀려나는 이 회장의 경우, 비록 건강이 좋지 않지만, 형기의 10% 안팎만 채웠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예상된다. 

 

총수나 오너 일가가 사면에서 제외된 그룹들의 어려움도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이 대표적이다. 김승연 회장은 2014년 초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났다. 하지만 아직 사면을 받지 못하면서 금융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금융기업은 새로 사업에 착수하거나 기업을 인수할 때 대주주 자격 심사를 받게 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사면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한화생명 등 주요 계열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처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도 2009년 이건희 회장이 사면될 때까지 금융 계열사들의 발이 묶여 있었다”며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 역시 김 회장이 사면될 때까지는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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