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상만 1년 치르는 태국의 국왕 장례식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5.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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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메이커 와찌랄롱꼰 행보 따라 태국 왕실 신뢰 판가름

 

시사저널 사이트를 검색해보니 ​ ‘ASSA 아세안’ 연재를 마지막으로 쓴지가 작년 10월18일이군요. 오랜만에 독자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그간 최순실게이트 정국으로 나라 안팎이 뒤숭숭하다보니, 도저히 짬을 낼 수가 없었습니다. 널리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동안의 연재를 검색해 보니, 작년 10월13일 푸미폰 아둔야뎃(Bhumibol Adulyadej) 태국 국왕의 서거 소식이 마지막이었더군요. 세계 최장수 재위(70년) 기록을 갖고 있던 고(故) 푸미폰 국왕의 서거 소식은 태국인들에게는 크나큰 슬픔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태국 정부가 푸미폰 국왕(라마 9세)의 장례일정을 발표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오는 10월26일부터 5일간 수도 방콕에 있는 왕궁 근처 사남 루엉 광장에서 치러진다는 군요. 엄밀히 말하면, 지금까지 태국은 국상(國喪) 중이었던 겁니다. 

 

1년간 국왕의 죽음을 애도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존경했던 국왕을 잃은 태국 국민들의 상처가 얼마나 큰지를 생각하면 십분 이해도 됩니다. 현지 언론은 정부 보도를 인용해,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이 5일에 걸쳐 진행된다고 보도했습니다. 태국 정부가 국왕 장례식을 1년가량 준비한 것은 단순한 예우를 넘어서는 일입니다. 현재 태국 정부는 푸미폰 국왕을 화장(火葬) 처리할 계획입니다. 전형적인 불교식으로 말이죠. 불교국가인 태국에서 화장은 보편화돼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서거한 푸미폰 아둔야뎃 태국 국왕의 장례식에 사용될 왕실 상여를 제작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신화 속 극락 ‘수미산’ 본떠 거대 조형물 건립 중

 

라마(Rama) 1세 시절부터 왕실관련 공식 행사장으로 쓰인 사남 루엉 광장에는 지금 장례식 준비가 한창입니다. 불교와 힌두교에서 우주의 중심에 있다고 믿는 수미산(須彌山)을 형상화한 조형물도 건립 중입니다. 높이 50.49m의 목조 조형물인 수미산 주변에는 나무로 만든 8개의 큰 산이 에워싼다고 합니다. 다 만들어지면 볼 만할 것 같습니다.

 

태국 불교에서는 왕족이 죽고 나면 수미산으로 간다고 합니다. 수미산은 영어로 수메르(Sumeru)로 불리는데요. 고대 전승을 근거로 보면, 수미산의 높이는 9만6000~12만m로 추정됩니다.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에베레스트가 해발 8848m이니, 에베레스트 산 10~13개 정도를 쌓은 높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태국정부는 5일간 진행되는 기간 동안 전 세계에서 7000여명의 참배객이 장례식에 참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수많은 인파가 몰리다보니, 이를 수용할 만한 편의시설도 마련해야겠죠? 단적으로 현지 언론은 장례식장 인근에 높이 50m 규모의 전용화장실을 마련한다고 합니다. 태국 국민으로서는 슬픈 일이겠지만, 저 같은 외국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엄청난 국가적 이벤트가 될 것만은 확실해 보입니다.

 

태국 방콕 왕궁 인근 사남 루엉 광장에서 작업자들이 푸미폰 국왕 장례식장 건축을 위한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EPA연합

그리고 푸미폰 국왕 장례식이 치러지면 얼마 안가서 차기 국왕의 대관식이 열릴 겁니다. 푸미폰 국왕 서거 이후 외아들인 마하 와찌랄롱꼰 왕세자는 국왕 자리를 물려받았습니다. 국왕 서거 50일 만에 말입니다. 1972년 후계자로 지명된 와찌랄롱꼰 국왕은 왕세자가 된지 44년 만에 왕좌에 올랐습니다. 형식적인 것이지만 정부나 의회 비준도 끝마쳤죠. 즉위는 했지만, 공식 행사인 대관식만 열지 않았을 뿐입니다. 바로 국상중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와찌랄롱꼰 국왕(라마10세)에 대해서는 불안한 시선이 많습니다. 현재로선 부친과 같은 국민적 존경을 받기 어려울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입니다. 얼마 전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을 발표하면서 와찌랄롱꼰 국왕을 ‘태국의 와일드카드 통치자’라고 분석했습니다. 말대로 정말 예측불가능한 성격의 소유자일까요?

 

태국 새국왕 와찌랄롱꼰 즉위식 ⓒ 사진=EPA연합

 

 

새 국왕, 이혼만 세 번 한 왕실의 ‘트러블메이커’

 

와찌랄롱꼰 국왕과 관련해서는 일화가 참 많습니다. 애견가인 그는 자신의 애견 ‘푸들’을 너무 사랑한 나머지 이름도 ‘공군대장 푸푸’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공군대장 푸푸’가 죽자 불교식으로 나흘 간 장례를 치른 뒤 화장 처리한 것도 유명한 일이죠. 사람도 받기 힘든 호사를 누렸다는 점에서 당시 태국 사회에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세 번의 이혼도 꼬리표처럼 붙어 있습니다. 그만큼 여성편력이 심하다는 뜻입니다. 태국에서 왕실을 욕한다는 건은 엄청난 불경죄입니다만, 푸미폰 국왕이 국민들의 존경을 받은 것은 법 때문이 아닙니다. 늘 가난한 백성을 돌보며, 검소하고 도덕적으로 살아온 것, 그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군부 쿠데타나 시민 혁명도 모두 국왕의 재가(裁可)를 ‘과업의 마침표’로 여겼던 것입니다. 왕세자 시절 보인 기행이 국왕 즉위 이후에도 계속된다면 태국은 다른 입헌군주제 국가들처럼 ‘국왕제가 과연 필요한 건가’가 논란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건 아마도 와찌랄롱꼰 국왕이 가장 잘 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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