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태극기집회’ 탄기국 이어 새한국도 기부금 불법 유용 의혹
  • 조해수 기자 (chs900@sisajournal.com)
  • 승인 2017.06.19 17:13
  • 호수 144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경석 목사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6억원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고발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이끌었던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새한국)이 6억원대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새한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 속에서 ‘위헌탄핵 규탄 태극기집회’를 주도했다. 이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현 대통령 탄핵무효 국민저항 총궐기 운동본부) 역시 40억원대 기부금품법 위반 및 사기·배임 혐의로 고발됐다(4월18일자 “[단독]‘태극기집회 40억원대 기부금 불법 유용…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도 사용” 기사 참조).

 

2월11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대회에서 태극기 사이로 청와대가 보이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새한국, 수입·지출 내역 불명확”

 

기부금은 기부의 ‘자발성’과 지출의 ‘투명성’이 담보돼야 한다. 그러나 탄핵 반대 집회의 기부금은 출처나 사용처 모든 면에서 여러 가지 의혹을 남기고 있다. 수십억원에 이르는 돈이 기부의 목적과 달리 정치적 또는 개인적으로 유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고발에 따라 수사 당국의 본격적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탄기국의 불법 자금 모금과 공금 횡령 등에 대한 고발인 조사를 마치고 회계 처리 내역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영모 ‘정의로운 시민행동’ 대표는 6월5일 기부금품법 위반 혐의로 새한국과 새한국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기부금품법에 따르면, 1000만원 이상의 기부금을 모집하려면 기부금품법 모집 및 사용계획서를 작성해 광역지방자치단체(1000만~10억원)나 행정자치부(10억원 초과)에 사전 등록해야 한다.

 

정 대표는 고발장에서 “새한국은 (탄핵 정국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6일부터 올해 4월30일까지 매주 토요일 탄핵무효 집회를 열면서 모금함과 후원계좌를 통해 6억1842만3519원의 후원금을 모집했다”면서 “(그러나) 새한국의 모금에 관해 서울시와 행정차지부에 확인한 바에 의하면 기부금품 모집 등록을 한 사실이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이 단독 입수한 새한국의 수입·지출 내역에 따르면, 새한국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금함과 후원계좌를 통해 6억1800여만원의 기부금을 모집해 6억1000여만원을 사용했다. 신문 광고비로 1억8000여만원, 행사차량·사무실 임차료로 1억5000여만원 등을 지불했다.

 

정 대표는 “새한국 재정자료는 2017년 4월24일에 한꺼번에 몰아서 등재한 5개월분(2016년 11월~2017년 4월) 수입·지출 내역이 유일하며, 그 이전과 이후에는 공시된 내역이 없어 운영자금의 출처나 수입·지출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다”면서 “새한국 모금계좌로 사용하고 있는 은행 통장 및 새한국 회계장부를 압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부금 모집을 법률상 제한하는 이유는 모금 행위 자체가 영리 목적으로 이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투명성의 원칙에 따라 사익 추구를 막고 원래의 목적에 따라 기부금이 사용되도록 하기 위한 감시 차원이다. 기부금품법 역시 ‘모집된 기부금품이 적정하게 사용될 수 있게 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탄기국이나 새한국 모두 기부금품법에 따라 등록하거나 신고한 적이 없기 때문에 현행법상 위반은 맞다. 그러나 집회 장소나 후원계좌를 통해 탄핵 무효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했고 자발적으로 기부를 했으며, 그것이 목적에 따라 사용됐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지출 내역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거나 투명하게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횡령과 배임 등으로 일반 형법에 저촉될 가능성이 있다. 특정 정치인을 후원하는 것도 원래 목적과 다르게 사용한 것으로 정치자금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서경석 목사는 “수입·지출 내역의 모든 증빙자료를 가지고 있다. 수사기관에서 요청한다면 모든 자료를 제출하겠다”면서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했던 한 축인 탄기국의 자금원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에, 불필요한 오해를 막기 위해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했다. 단 1원도 사익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수백만원 상당의 돈을 기부금으로 납부했다”고 주장했다.

탄기국은 탄핵 반대 집회가 본격화한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40억3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모아서 37억8000여만원을 사용했다. 버스 임차료 11억여원, 신문 광고비 5억2000여만원, 문자 발송비 1억4000여만원 등을 지출했는데, 과다 상계를 통한 리베이트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새한국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경석 목사 ⓒ 사진=연합뉴스

 

탄기국, 3월 한 달에만 15억원 모금

 

특히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기부금 중 일부가 새누리당 창당 자금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정광택 탄기국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 등록하는 등 탄기국과 박사모가 중심이 돼 창당된 새누리당은 4월5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창당대회를 열었다. 이때 사용된 제반 비용이 기부금에서 충당된 것이다. 정치자금법 31조에 따라 누구든지 국내·외의 법인 또는 단체와 관련된 자금으로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다. 정치자금법을 어겼을 경우 기부받은 사람은 물론 기부한 사람 모두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정영모 대표는 “지난 2월 중순경 탄기국 사무총장 명의로 단체문자가 발송돼 애국보수 단체장과 관계자들이 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이날 모임에서 새누리당 창당 자금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면서 “탄기국 측이 ‘(새누리당) 발기인을 모집해야 한다’면서 그 조건으로 ‘1000만원을 일단 납부하고 월 10만원을 꾸준히 낼 수 있는 사람 1000명 정도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탄기국이 이미 이때부터 새누리당 창당 자금을 모금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탄기국 측은 “장충체육관 임차료, 청소비 등 몇 백만원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이 돈 역시 차용증을 쓰고 새누리당 쪽에 빌려준 것이다. (새누리당 측에서) 곧 갚는다고 알려왔다”면서 “새누리당이 창당한 후 재정 면에서 탄기국과 완전히 분리됐다”고 해명했다.

 

탄기국의 기부금이 새누리당 창당과 관련해 어느 정도 규모로 사용됐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탄기국이 새누리당을 창당했던 4월분 수입·지출 내역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사저널은 탄기국의 2016년 11월부터 2017년 2월까지의 수입·지출 내역을 단독보도한 데 이어, 올해 3월분 수입지출 내역 역시 입수했다. 탄기국은 탄핵 반대 집회가 절정을 이룬 올해 3월 한 달 동안에만 15억7000여만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이 중에서 버스 임차료, 신문 광고비 등으로 11억6000여만원을 사용했다. 3월까지 기부금 잔액은 6억5000여만원에 이른다. 정영모 대표는 “탄기국은 탄핵 결정이 나고 새누리당이 창당하면서 4월까지만 활발히 활동했다”면서 “3월까지 사용하지 못한 기부금만 6억원에 이른다. 여기에 4월 기부금 수입도 수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돈이 어디에 사용되고 얼마나 남았는지 탄기국은 하루빨리 공개해야 한다. 이 중에서 새누리당 창당 자금에 얼마만큼의 기부금이 사용됐는지가 가장 핵심적인 사항이다”라고 강조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정광용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회장이 4월1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10 집회 사망자들 조의금도 지급안 해”

 

또한 새누리당은 대선을 앞두고 특별당비를 모금했는데, 이와 관련해서도 “당헌에 명시된 당규 제정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당규로 특별당비를 납부 받고, 직책을 부여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부금에 대한 비판은 내부에서도 터져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창당 준비위원 및 평당원들은 5월7일 ‘태극기 애국국민에 대한 사과 성명서’를 배포하면서 조원진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선출 과정과 기부금의 사용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수개월간 집회현장과 후원계좌로 모금한 돈에 대한 회계내역도 알 수 없는 상태”라면서 “3·10 희생자들(박근혜 대통령 탄핵 결정 당일 시위 도중 숨진 4명의 참가자)에 대한 약속을 저버리고 모금한 조의금을 아직도 유가족에게 지급하지 아니했으며, 손석희(JTBC 보도담당 사장) 고소를 약속하고 돈을 모금했으나 아직도 이행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수개월간 천안함 분향소에서 모금한 돈의 행방도 알 수 없는 상태다. 그 외 수개월간 집회현장과 후원계좌로 모금한 돈에 대해 회계내역도 알 수 없는 상태다”라고 주장했다.

 

5월4일 3·10 집회 사망자 유족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유족들은 이 자리에서 “태극기 집회 주관자인 탄기국 정광용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 회장)는 3·10 집회 중 돌아가신 아버님들의 장례에 관련된 사항을 모두 탄기국에서 진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합동영결식, 장례식장에 정광용씨는 일절 문상조차 오지 않았으며 심지어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전화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탄기국의 정광용씨와 위원들은 우리 유가족들에게 약속한 사항에 대해 침묵과 회피, 표리부동한 행동, 책임감이 결여된 행적을 보여줬다. 시간이 흘러 유가족들이 서서히 망각하기를 바라는 행동에 분노를 느낀다”고 주장했다. 탄핵 정국 동안 감춰왔던 문제가 하나둘씩 불거지면서, 탄기국을 비롯한 탄핵 반대 집회 세력이 사면초가에 몰리는 모습이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