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가 공개한 ‘화성 이주 프로젝트’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6.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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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에 실린 머스크의 논문, “지속가능한 문명 위해 100만명 이주시킨다”

 

“기어이 우리 대에 화성에 가고야 만다.”

 

2016년 9월 멕시코의 과달라하라. 혁신의 아이콘으로 평가받으며 전기자동차를 이끌고 있는 테슬라의 CEO이자 스페이스X를 설립해 우주 사업에 뛰어든 일론 머스크가 등장했다. 그가 멕시코에서 내놓은 메시지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였다. 그의 계획은 흥미로웠고 동시에 의문스러웠다. 화성을 지구의 ‘백업’으로 사용한다는 것, 그리고 화성까지 가는 비용을 1인당 10~20만 달러로 설정한 것, 그리고 화성까지 보낼 지구인의 수를 최종적으로 100만명까지 잡은 것 등을 실제로 듣는다면 당연한 반응이었을 터다. 

 

그렇게 2016년이 지나고 2017년이 됐다. 그리고 미 과학 잡지인 ‘스페이스(Space)’ 6월호에는 머스크의 논문이 실렸다. 논문에서 그는 다시 한 번 화성 이주민 도시 구상이 이번 세대에서 가능하다며 믿어달라고 역설했다. 

 

ⓒ 사진=AP연합·Pixabay

 

머스크의 논문 속 화성 이주 시기는 2024년

 

일단 2002년 그가 만든 민간 우주 기업인 스페이스X는 화성 도시 건설을 위한 디딤돌이다.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우주=나사’였던 등식은 ‘우주=스페이스X’로 바뀔 지도 모른다. 나사가 2030년 화성에 유인 비행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스페이스X는 2024년 화성에 도시 건설을 위해 사람을 보낼 계획을 갖고 있다. 

 

나사보다 6년이나 빠른 화성 도착과 도시 건설은 실현 가능한 얘기일까. 머스크는 논문에서 “멀지 않았다고 생각했으면 좋겠다. 내가 살아있을 때 실현 가능하다고 생각해 달라”고 강조했다. 화성에 가고 싶다면 갈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얘기다. 

 

머스크는 화성에 가야할 이유를 인류의 멸종에서 찾았다. 인류는 지금 두 가지 선택지를 가졌다. 하나는 영원히 지구에 머물러 그대로 멸종하는 것, 다른 하나는 우주 여러 행성에서 번성하며 다행성종이 되는 것이다. 이 중 머스크가 생각하는 옳은 방법은 후자다. 그리고 태양계 행성 중 인류가 거주할 수 있는 첫 후보를 화성이라고 본다. “아마 달로 이주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런 시도를 반대하지 않는다. 단지 달은 행성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인류가 번영하기 힘들다. 달에는 대기가 없고 화성처럼 자원이 풍부하지도 않다. 게다가 화성의 하루는 24.5시간이다. 인류가 자립해 지속가능한 문명을 만들어 가는데 훨씬 유리한 조건이 갖춰져 있다.”

 

화성의 생존 환경도 다른 어떤 곳보다 낫다고 본다. “화성에서 태양까지의 거리는 지구와 태양 사이의 두 배 정도다. 기온은 좀 낮지만 태양 에너지가 나름 닿는 곳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산화탄소를 중심으로 질소나 아르곤 등 여러 미량 원소가 포함된 대기가 화성에 존재한다. 대기를 압축하는 것만으로 식물을 키울 수 있다.”

 

머스크의 낙관론을 믿더라도 화성까지 가기 위한 장애물은 수없이 많다. 그 역시 알고 있다. 일단 비용이 문제다. 개척자들이 목숨을 걸고 지원하더라도 화성으로 가는 1인당 비용이 희망자 모두가 지불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낮아져야 한다. 머스크는 “화성으로 가는 비용이 1인당 100억 달러라고 한다면 자립으로 지속가능한 문명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그런 점에서 스페이스X가 시도하고 있는 저비용 우주여행과 관련한 시도들의 최종 목표가 화성행과 맞닿아 있는 건 분명하다.

 

게다가 화성에 도착한 우주선 등은 모두 재사용해야 한다. 다시 지구로 보내 또 다른 개척자들을 태워 와야 일단 비용이 절감된다. 그러기 위해선 화성 궤도에 연료 보급소가 필요하다. 화성에 온 우주선이 지구에 돌아갈 수 있도록 화성에서 연료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만약 화성에 온 우주선이 지구로 돌아가지 못한다면 화성 도시를 건설할 때까지는 우주선이 아무리 많더라도 부족하다. 게다가 가장 큰 문제는 돌아가지 못한 우주선의 처리다. 만약 우주선을 재활용 하지 못한다면? “화성은 우주선의 거대한 무덤이 돼버린다”는 게 머스크의 얘기다.

 

지난 2014년 9월23일 SpaceX가 발사한 화물 우주선 '드래곤'의 화물 캡슐이 국제우주정거장(ISS)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이 캡슐은 이후 다른 보급 우주선에서 재사용됐다. ⓒ 사진=연합뉴스

 

“화성 기지를 바탕으로 태양계 전체 왕래 가능할 것이다”

 

그는 논문에서 묘사한 화성으로의 첫 이주는 어떤 모습일까. 처음에는 필요한 화물과 1기 이주자들을 함께 수송한다. 우주선의 여압 섹션에 약 100명의 승객을 태우고 화물 수송을 동시에 수행한다. 우주선에는 거대한 연료 탱크도 탑재된다. 탄소 섬유로 만들어진 이 연료 탱크는 2016년 11월에 열린 고압테스트를 이미 통과했다.

 

머스크가 생각하는 화성 도시의 실현에 필요한 인원은 100만명이다. 이 100만명이 지속가능한 문명을 구축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0~100년이다. 그리고 “화성 도시가 완성되면 인류가 태양계 대부분의 행성에 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왜냐면 도시 건설이 진행되면 화성 도시를 발판으로 우주를 더 깊이 탐구하는 기회가 생길 것이라고 굳게 믿기 때문이다. “엔젤라두스(토성의 위성)와 유로파(목성의 위성) 등에 연료 보급처를 건설하고 토성 최대의 위성인 타이탄과 명왕성에 각각 이주도시를 만들면 태양계의 넓은 범위를 자유롭게 갈 수 있게 된다.”

 

그의 공상은 공상만으로 그칠까. 그는 공상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괴짜로 유명하다. 그리고 현실로 만들어내는 추진력은 엄청나다. 현재 스페이스X의 구인 현황을 보면 500개에 살짝 못 미치는 포지션에서 인재를 구하고 있다. 그리고 그 구인의 대부분이 화성 탐사 프로젝트와 관련된 직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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