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미래는 바다 경영에 있다”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04 10:17
  • 호수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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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해양강국’ 역설하는 김성훈 장보고글로벌재단 이사장 인터뷰

 

김대중 정부 시절 농림부 장관을 지낸 김성훈 장보고글로벌재단 이사장은 ‘해상왕’ 장보고 연구의 숨은 개척자다. 1968년 미국 하와이대 유학 시절, 과제물 작성차 살펴본 에드윈 라이샤워 하버드대 교수의 저서 《엔닌(圓仁)의 당나라 여행기(Ennin’s Travels in Tang China)》에서 김 이사장은 장보고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1984년 중앙대 교수직을 잠시 내려놓고,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서 유통 및 금융담당관으로 활동한 것은 장보고를 ‘역모를 꾀한 반역자’에서 ‘한·중·일 중개무역을 개척한 해상왕’으로 바꾼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 전까지 국내 장보고 연구는 삼국사기·삼국유사 등 문헌 연구를 통해서만 가능했다. 당시엔 수교 전이라 중국 현지 조사는 불가능했다. 이는 유엔 산하기구 소속인 김 이사장에게만 주어진 특권이었다. 김 이사장은 산둥(山東)성을 비롯해 허난(河南)·장쑤(江蘇)·절강(浙江)성 일대 신라방(新羅坊)·신라소(新羅所)라고 이름 붙여진 24곳을 돌며 장보고의 흔적을 찾아 나섰다. 이 일은 훗날 장보고해양경영사연구회 설립과 《장보고해양경영사》(공저) 출간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1993년 3월 정부가 ‘이달의 문화인물’로 지정함으로써 장보고는 사후 1150년 만에 공식 복권(復權)됐다. 현재 김 이사장이 심혈을 기울이는 것은 장보고 정신을 계승·발전시키는 일이다. 시사저널은 지난 3월부터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 선정에 한창인 김 이사장을 6월28일 만나 장보고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훈 장보고글로벌재단 이사장 © 시사저널 박정훈

 

어떤 면에서 장보고가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보는가.

 

첫째, 정경(政經) 분리의 경영관이다. 말년을 빼고 장보고는 절대 정치 문제에 개입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둘째로 중국 내 24개소에 달하는 신라촌에 고구려·백제 유민들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통합의 리더십을 배워야 한다. 장보고는 주민들에게 ‘정치에서 잃은 것을 경제에서 찾자’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 면에서 장보고는 통합의 달인이다. 셋째로 장보고는 얼마나 중국 정부와 협상을 잘했는지, 자치권을 위임받았다. 그런 면에서 외교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시 서남해안 일대에 출몰한 왜구 등 해적을 소탕한 우리나라 해군의 사실상 원조다.

 

 

최근 장보고 리더십을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남해안 일대의 해류와 해풍을 꿰뚫어보고 새로운 해상항로를 적극 개척한 점은 인정받아 마땅하다. 그 당시 장보고가 개척한 해상항로가 3개 있다. 전남 완도 청해진에서 목포 유달산 앞바다를 거쳐 고군산도·변산반도·옹진반도 장산곶을 지나면 중국 다롄(大連)반도가 나온다. 거기서 기수를 돌리면 산둥성 웨이하이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항로는 육지를 따라가기 때문에 항로 자체는 안전하지만, 너무 돌아간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래서 장보고는 옹진반도에서 바로 웨이하이로 가는 황해(서해) 횡단항로를 개발했다. 그렇게 가니 보름이 단축됐다.

 

 

우리네 현실 정치가 장보고로부터 배울 점은 무엇일까.

 

정치인들은 통합의 리더십을 장보고에게서 배워야 한다. 정치에서 잃은 것을 경제에서 찾자는 생각도 우리 사회에 퍼져나가야 한다. 또, ‘우리의 미래는 바다 경영에 있다’는 생각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바다에 보물이 있다’ ‘바다에 살길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장보고야말로 우리의 표상(表象)이다. 당시만 해도 페르시아 등 중동과 태국, 필리핀 민다나오 등지가 우리의 일터였다. 이것이 바로 바다 경영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의 살길은 바로 바다에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네 환경은 그렇지 못하다. 공무원 시험에 수많은 젊은이들이 몰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게 다 바다에 일자리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가 망한 것은 바다 진출을 금기시해서였다. 당시 조정에서는 바다를 왜구나 외적이 쳐들어오는 곳으로만 여겼다. 경영할 생각조차 못한 것이다. 훌륭한 리더라면 바다 경영에 젊은이들이 뛰어들도록 독려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올 초 한진해운이 부도 처리되면서 해운강국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다.

 

아마도 이 일은 훗날 이명박근혜(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정부의 큰 실수로 기록될 것이다. 한진해운 부도 처리는 ‘한진’이라는 기업 하나를 없앤 게 아니라 바다를 놓친 거다. 그러면서 바다 경영이 망쳐졌다. 차라리 국가가 인수해 경영했더라면 나았을 것이다. 조선조 때로 되돌아간 사실상 ‘경제적 쇄국정책’이나 다름없다. 

 

 

바다 경영 측면에서 이명박 정부의 잘못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4대 강 사업에 엄청난 돈을 퍼부은 게 잘못됐다. 결과적으로 22조원으로 건설토목업자들만 배부르게 된 것 아닌가. 그 돈을 바다 경영에 퍼부었다면 지금 얼마나 달라졌겠는가.

 

 

김 이사장께선 어떤 이유로 장보고글로벌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하게 됐나.

 

그동안 ‘장보고기념사업회’ 이사장을 해 왔다. 그러던 중 ‘장보고CEO포럼’ 관계자를 만났고, 지난해 5월 두 기관을 합쳤다. 장보고기념사업회는 주로 학자, 장보고CEO포럼은 기업 관계자들이 주축이 돼 활동해 왔다. 현재 국회에는 장보고포럼이 있는데, 그중 한 명이 이번에 농림부 장관에 지명된 김영록 전 의원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해수부 장관을 지낸 오거돈 전 한국해양대 총장도 우리 재단의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장보고한상 명예의 전당 어워드’ 헌정자를 공모 중이다. 어떤 기준으로 선발하는가.

 

지난해에는 공모기간이 너무 짧아서 대상 수상자가 없었다. 그래서 올해는 3월부터 오는 7월31일까지 접수를 받는다. 대상 기준은 장보고를 닮은 21세기형 기업인이다. 창조적·통합적이어야 하고, 사람을 키울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자기가 속해 있는 사회를 밝게 만들어야 한다.

 

 

이 상을 만든 취지는 무엇인가.

 

해외 개척을 실천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한상(韓商) 아닌가. 전 세계에 퍼져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상들의 활약상을 명예의 전당에 담아 영원히 기리자는 게 이 상의 기본 취지다.

 

 

지난해 수상자 중 기억에 남는 이가 있다면 누구인가.

 

이연수 뉴질랜드 뮤지바이오 사장이 기억에 남는다. 녹용을 현대식 약재로 만들어 성공한 기업인이다. 이분이 대단한 것은 주변에 아프다는 사람이 있으면 돈을 받지 않고 그냥 무료로 약을 줬다는 점이다. 멀리 있는 사람에게는 우편으로 보내줬다. 이 밖에도 좋은 일을 많이 했다. 자기와 자기 식구들만 잘 먹고 잘살면 그 인생에 무슨 재미가 있겠는가. 다 같이 잘살아야 한다. 그게 장보고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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