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8월1일’은 비트코인의 역사에 어떤 날로 기록될까
  • 김회권 기자 (khg@sisajournal.com)
  • 승인 2017.07.3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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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포크냐 하드포크냐...갈림길에 놓인 비트코인

 

‘비트코인(Bitcoin)이 8월1일, 분열할 지도 모른다’ 

 

비트코인이 분열한다는 소문이 거세게 돌았지만 이내 가라앉는 것 같다. 물론 불확실한 부분은 아직 남아 있다. 실제로 일본 가상화폐사업자협회 산하의 거래소 13개사는 분열이 가져 올 불확실성을 이유로 들어 8월1일부터 약 일주일 간 업무 정지를 예고했다. 4월 이후 300만원 대를 웃돌던 1비트코인의 가격은 분열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6~7월 사이 200만원대로 급락했다. 다행히 ‘분열은 피할 것 같다’는 소식이 7월23일 전해졌다. 불안감이 일부 소멸되자 비트코인은 다시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며 300만원 대를 회복한 상태다. 

 

8월 1일은 비트코인에 큰 변화가 일어나는 중요한 날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일부 비트코인의 분열이 일어날 수도 있다.

 

△ 비트 코인 분열?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비트코인은 암호화 기술을 이용한 가상 통화다. 관리 주체가 없으며 단지 ‘A에서 B로 비트코인을 송금했다’는 거래 기록만을 분산 관리한다. 이 기록은 10분마다 업데이트 되는 ‘블록’이라는 단위로 관리되고 새로 생성된 블록의 거래 기록을 포함하며 연쇄적으로 쌓인다. 이런 구조를 ‘블록체인(Blockchain)’이라고 하는데 거래 기록을 확인하려면 엄청난 계산 능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기록의 위조가 매우 어렵다는 특징을 갖는다. 

 

이번 분열 소동은 비트코인 채굴업자와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이의 이견이 비트코인 거래자와 관련 사업자들 모두를 끌어들여 일으켰다. 비트코인은 최근 거래량이 급증하면서 처리 능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원래 10분 이내에 완료했던 비트코인 송금이 좀처럼 되지 않는 일까지 벌어졌다. 모든 관계자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길 원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신중론을 펼치는 개발자 커뮤니티와 연산 능력을 방패로 삼는 대형 채굴업자의 대립 구도가 형성됐다. 

 

이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영리 비트코인재단은 2016년 ‘세그윗(BIP141)’ 업그레이드를 제안하고 소프트웨어를 배포했다. 하지만 2017년에도 이 세그윗은 활성화되지 못했다. 활성화를 하려면 주요 채굴업계의 합의가 필요한데, 전체 채굴의 80%를 차지하는 중국 대형 채굴업체가 소프트웨어를 도입하지 않았다. 세그윗(BIP141)은 중국 업체들이 주로 쓰는 장비의 성능 향상을 지원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업그레이드 방식을 놓고 갈등이 커지자 결국 ‘뉴욕합의(NYA)’가 이뤄졌다. 디지털큐렌시그룹은 기존 채굴 장비를 그대로 활용할 수 있으면서도 초당 거래 트래픽이 2메가바이트에서 최대 8메가바이트까지 높아지는 세그윗2x(BIP91)를 제안했다. 하지만 메인 채굴업자와 마이너 채굴업자들이 수수료 문제로 대립했고 중국과 중국 이외의 사업자들의 이해관계도 달라 타협을 이루지 못했다. 갈등이 심해지고 비트코인 가격마저 폭락하자 6월 뉴욕에서 열린 블록체인 콘퍼런스에 참가한 우지한 비트메인 대표는 세그윗2x 지지를 선언했다. 우지한 대표는 앤트풀(AntPool)을 운영하는 채굴업자다. ‘채굴왕’으로 불릴 정도로 그의 영향력을 막대하다. 그의 지지가 있자 중국의 채굴업계의 의견은 세그윗2x 도입 쪽으로 빠르게 모였다. 그렇게 만들어진 게 ‘뉴욕합의’다. 

 

실제 관련 업계에 따르면 7월21일 채굴업계 측의 합의가 확인됐고, 7월23일 세그윗2x가 활성화됐다. 이에 따라 7월24일 이후에는 비트코인의 분열을 피했다는 전망이 나왔고 1비트코인의 거래 가격 역시 급등하며 회복세에 접어들었다. 

 

대형 채굴업자들의 상당수는 저렴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는 중국에 사업장이 있다. 비트코인에서 중국 채굴업계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 만에 하나 분열한다면 내 비트코인은 어떻게 될까

 

뉴욕합의가 있었지만, 그래도 분열의 가능성은 남아있다. 만약 중앙 관리자가 있다면 중앙 서버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변경할 수 있지만, 비트코인은 그런 방식이 아니다. ‘업그레이드를 하자’는 건 따라야 할 명령이 아닌 단지 ‘제안’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에 관여하고 있는 모두가 “OK”를 외치면 비트코인 시스템 전체가 업그레이드되겠지만, 반대하는 쪽이 있다면 업그레이드 전과 후의 2가지 버전이 존재하게 된다. 

 

만약 업그레이드 전과 후가 서로 연동되지 않을 경우 시스템은 둘러 나눠지고 이게 ‘분열’이다. 비트코인이 서로 다른 시스템으로 나눠지는 위험은 지금도 존재하는데 이런 분열을 ‘포킹(forking)’이라고 부른다. 

 

블록체인이 분열해도 과거 거래 기록은 인계되기 때문에, 갖고 있는 비트 코인의 가치가 기본적으로 사라지진 않는다. 물론 블록체인 전반에 혼란이 올 수는 있다. 시스템 검증 완료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송금이 되지 않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다. 거래소들이 일시적으로 거래를 정지하려는 이유는 이런 혼란 때문이다. 안정성을 확보할 때까지 잠깐 멈추겠다는 얘기다. 여기에 더해 거래가 재개된다고 해도 비트코인의 가치가 이전과 같을 지는 장담할 수 없다. 리스크는 자기 책임의 영역이다.

 

소프트포크냐 하드포크냐에 따라 다르다. 소프트포크는 이전 버전과 이후 버전을 동시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업그레이드를 말한다. 일시적으로 체인의 분열은 있어도 동시에 사용해도 문제가 없으니 안정화가 될 때까지만 거래를 피하면 비트코인의 가치가 손실되지 않고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번 뉴욕합의로 이루어진 업그레이드는 소포트포크다. 

 

 

△ 중국의 힘만 증명한 업그레이드 논쟁 

 

8월1일에 혹시나 모를 하드포크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외하면 큰 혼란은 없을 것 같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래도 비트코인은 이번 소동을 통해 과제를 마주하게 됐다. 특히 채굴업의 중국 집중은 주목받았다. 

 

비트코인 채굴을 위해 이뤄지는 전 세계 연산 활동의 60% 이상은 중국땅에서 일어난다. 중국에 채굴업이 집중된 이유 중 하나는 저렴한 전력 가격이다. 그리고 이 중국 업계의 의견에 따라 비트코인 전체 시스템이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게 이번에 증명됐다. 이번 업그레이드 결정에도 중국 Ant Pool의 의견이 힘을 발휘한 게 단적인 예다.

 

비트코인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은 특정 집단이 힘을 가지는 사태를 피하고 싶어 한다. IT 전문매체 ‘엔가젯’은 “주요 채굴 업계는 자본의 이해관계와 얽혀 있기에 자신들의 영향력을 서슴지 않고 행사한다”고 전했다. 영향력이 있는 특정 집단이 악의를 발휘하게 될 경우 생기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일까. 비트코인과 블록체인의 신뢰성 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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