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부터 조커까지, 모든 카드를 쥔 신태용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7.08.22 10:28
  • 호수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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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 체제로 운명의 2연전 준비한다

 

4년에 한 번 치르는 월드컵 특수는 재정적·구조적으로 튼튼하지 못한 한국 축구 시스템 안에서 많은 것을 안겨준다. 축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 환기, 중계권과 대한축구협회의 스폰서십 계약 등이다. 이 선물의 원천은 월드컵 본선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다.

 

1986년 멕시코월드컵 이후 8회 연속 본선에 진출했던 한국은 현재 위기에 빠져 있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자칫 TV 중계로만 지켜보는 입장이 될 수 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2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한국은 4승 1무 3패, 승점 13점으로 A조 2위다. 2개 조로 나뉘어 진행되는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각 조 2위까지는 본선에 직행한다. 3위를 기록하면 아시아 지역 플레이오프 후 북중미 예선 4위와 홈앤드어웨이 방식의 대륙 간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한다. 2위는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이 사수해야 할 마지노선이다. 3위인 우즈베키스탄과의 승점 차는 불과 1점. 남은 2경기 상대는 이란(홈), 우즈베키스탄(원정)이다. 승점 4점 이상을 획득하면 자력으로 2위를 확정하지만, 그러지 못하면 3위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이 지경까지 이르자 대한축구협회도 지난 6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했다. 그리고 올림픽 대표팀과 U-20 대표팀을 안정적으로 이끈 신태용 감독에게 새로 지휘봉을 맡겼다.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8월14일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대표팀 26명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3년 만에 선발된 이동국, 슈퍼맨이 돌아왔다

 

8월14일 신태용 감독은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스스로가 “한국 축구는 물론 내 운명까지 건 승부”라고 말할 만큼 이번 2연전은 차기 월드컵까지 향후 5년간의 흐름을 결정한다.

 

그 운명의 승부를 앞두고 신태용 감독이 발표한 대표팀 명단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가장 눈에 띈 이름은 이동국(전북 현대)이었다. 2014년 10월 이후 약 3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1979년생인 이동국은 한국 나이로 39살이다. 이동국이 이란전에 출전할 경우 A매치 역대 최고령 출전 2위 기록을 세운다. 최고령 기록은 1950년 4월 홍콩전 고(故) 김용식 선생의 39세 274일이다.

 

신태용 감독의 의지는 확고했다. 대표팀 명단 발표를 앞두고 K리그 선두 전북의 경기를 가장 많이 체크했던 그의 앞에서 이동국은 늘 일정 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증명했다. 발탁을 앞두고 신태용 감독은 이례적으로 직접 전화를 걸어 선수의 의사를 확인했다. 이동국은 “정신적 리더 역할만을 위해선 가고 싶지 않다. 1명의 선수로서 경쟁하며 대표팀 전력에 힘이 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 역시 이동국이 선배로서의 권위보다는 대표팀 일원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력을 발휘해 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신태용 감독은 이동국 외에도 83년생 염기훈(수원 삼성)도 불렀다. 85년생 이근호(강원FC)까지 3명의 베테랑이 똑같은 경쟁을 하며 후배들에게 자극을 주길 원했다. “이동국을 비롯한 세 선수는 배고픔을 안다. 대표팀에 대한 갈망도 크다. 마흔을 앞둔 이동국이 열심히 뛰는데 후배들이 최선을 다하지 않을 수 있겠나”라며 베테랑들이 팀에 가져다줄 효과를 예고했다.

 

신태용 감독은 에이스 카드도 거머쥐었다. 현재 대표팀의 두 기둥인 손흥민(토트넘)과 기성용(스완지시티)을 모두 명단에 포함시켰다. 당초 두 선수는 이번 2연전에 빠질 것으로 예상됐다. 손흥민은 지난 6월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 중 착지 과정에서 오른팔이 부러져 수술대에 올랐다. 기성용도 카타르전이 끝나고 귀국해 긴 시간 자신을 괴롭힌 무릎 염증 제거 수술을 받았다.

 

손흥민은 회복이 빨랐다. 최악의 경우 9월에나 회복할 거란 의학 소견도 있었지만 8월초 소속팀 훈련에 복귀했다. 지난 8월13일에는 프리미어리그 개막전에 교체 출전하며 우려를 말끔히 씻었다. 신태용 감독은 “손흥민은 대표팀 합류 즈음에 경기 감각도 완전히 올라올 것으로 보인다”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26인 스쿼드, 조기 소집, 국내 평가전…총력 승부 예고

 

문제는 기성용이다. 그는 아직 팀 훈련을 정상적으로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스완지시티는 9월 중순경에 복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란전은 8월31일, 우즈베키스탄전은 9월5일 열린다. 스완지시티의 계획대로라면 기성용의 출전은 어렵다. 그럼에도 신태용 감독은 선발을 강행했다. 신태용 감독이 기성용을 부른 것은 그가 지난 3년간 팀의 리더 역할을 해 왔기 때문이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처음 주장을 맡은 뒤로 기성용은 줄곧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가장 중요한 마지막 2경기에 나서지 못해도 그의 헌신이 팀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입증하려는 게 신태용 감독의 계획이다. 또 기성용 역시 회복 속도가 빨라 우즈베키스탄전 기용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이번 2연전에 한국 축구와 신태용 감독은 모든 것을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와 신태용 감독의 요청을 받아들여 일정을 일주일 먼저 멈춰 조기 소집을 도왔다. 이번 최종예선 내내 한국은 2~3일 훈련 후 경기에 나섰다가 2주 이상 미리 준비한 팀들의 조직력에 밀렸다. 갑작스러운 조기 소집은 경기 일정 연기 등 많은 피해를 줄 수 있지만, K리그와 프로축구연맹은 현재는 월드컵이 우선이라는 판단에 감수하기로 했다.

 

스쿼드도 26명으로 늘려서 뽑았다. 보통 대표팀은 23명의 스쿼드를 채운다. 신태용 감독은 최대한 많은 선수를 불러 다양한 전술과 방법을 구사하고 싶다는 뜻을 표명했다. 대한축구협회도 이를 받아들여 26명의 선수가 모두 우즈베키스탄 원정까지 함께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다.

 

열흘간의 소집 기간 동안 2경기를 치르기 때문에 평가전 일정을 잡을 수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했다. K리그 팀과의 국내 평가전이다. 현재 리그 3위인 수원 삼성과 8월26일 평가전을 치러 조기 소집으로 끌어올린 조직력에 대한 점검에 들어간다. 이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관리공단은 긴 시간 지적받아온 그라운드 상태를 개선하기 위해 잔디 전면 보수에 돌입한다. 모두가 월드컵 본선행을 위해 한마음이 됐다. 만반의 준비를 한 신태용호는 총력 체제로 이란, 우즈베키스탄과의 승부를 준비 중이다. 

 

© 시사저널 미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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