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편의점 '무차별 폭행' 피해자 “빨리 나아서 정신과 의사 될 것”
  • 인천 = 구자익 기자 (sisa311@sisajournal.com)
  • 승인 2018.01.31 0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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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 6범 40대 남성의 '묻지마 범행'에도 꺾이지 않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의 꿈

지난 1월14일 끔찍한 사고가 발생했다. 한 40대 남성이 이날 오후 8시께 인천 부평구 부평역 부근 한 건물 1층 여자화장실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A씨(20·여)의 머리 등을 망치로 수차례 폭행하고 흉기로 찌른 뒤 달아난 것이다. 이 범인은 사건 발생 5일 만인 19일 체포됐다. 범인은 "A씨가 자신을 비웃듯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해 큰 충격을 던졌다. 

뉴스가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었고, 늦은 밤 편의점 아르바이트생들의 안전 문제가 사회 문제로 크게 부각됐다. 아울러 이번 '묻지마 범행'의 피해자가 된 A씨의 상태가 큰 관심을 끌었다. 

인천의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둔기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A(46)씨가 2018년1월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경찰서에서 둔기 회수를 위해 경찰과 함께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인천의 한 건물 여자화장실에서 20대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둔기로 폭행한 혐의를 받는 A(46)씨가 2018년1월19일 인천시 부평구 부평경찰서에서 둔기 회수를 위해 경찰과 함께 청사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사고 직후 의식 잃지 않으려고 고통과 ‘사투’

A씨는 두개골이 골절되고 손가락뼈는 여러 조각으로 부서졌다. 목과 가슴도 흉기에 찔렸다. 시사저널은 지난 1월30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A씨를 만났다.

A씨는 머리와 오른손에 흰색 붕대를 감은 채 누워 있었다. A씨의 어머니(50)는 “너무 잔혹하게 다쳤다. 갸날픈 여학생인데…”라고 흐느껴 울면서 말문을 열었다.​​A씨는 당시 걸레를 빨기 위해 화장실에 갔다가 범인의 습격을 받았다. A씨는 둔기와 흉기로 무장한 범인이 시키는 대로 화장실 구석에 앉았다. 그리고 마구잡이로 휘두른 둔기와 흉기에 온 몸을 다쳐 정신을 잃었다. 정신이 들었을 때 범인은 없었다. 

하지만 곧 지옥 같은 고통이 밀려왔다. 사력을 다해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너무 많이 어지러웠다. 화장실 출입문 손잡이를 잡고 5~10분간 머물러 있었다. 의식을 잃지 않으려고 고통과 사투를 벌였다. 119에 신고를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다. 한 걸음씩 걷다가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기운이 없어서 한참동안 주저앉아 있기도 했다.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힘겹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 후 119에 전화를 걸었다. 반복적으로 편의점 주소만 불러댔다. 그러던 중 손님이 들어와 대신 통화해 줬다. 이어 A씨는 다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A씨는 의식을 잃은 상태에서 머리수술 등을 받았다. 수술 후 의식이 돌아온 A씨는 가족들에게 ‘의대에 가야 하는데 공부를 계속 할 수 있나요’라고 물었다. ​

 

“정신과 의사 돼서 지적장애 앓는 남동생 치료해 주고 싶어”​

A씨는 지난 2016년에 경기도의 한 대학에 진학했다.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장학금도 받았던 성실한 여대생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께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늘 마음이 무거웠다. 지적장애 2급인 남동생(15)에게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건설노동자로 근무하는 아버지(52)가 벌어들이는 수입과 요양보호사로 일하는 어머니(50)의 급여로 빠듯하게 생활했다.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는 언니(24)도 생활비를 보탰지만 ‘박봉’의 계약직이다. 

A씨는 2016년 9월께 대학교를 그만두고 의대 진학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평일에는 오전 6시부터 3시간 동안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주말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했다. 이렇게 번 돈으로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했다. 아픈 남동생을 생각하면 힘들지 않았다.

지난해 수능시험을 앞두고 교육대학에 진학할 정도의 성적이 나왔지만, 1년 더 공부하기로 했다. ‘반드시 남동생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정신과 의사가 되겠다’는 신념 때문이었다. A씨는 “나만 생각하면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어 남동생에게 너무 미안했다”며 눈물을 흘렸다.​

 

두 번째 뇌수술…참변 후유증 시달려

A씨는 아직 깊은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잠을 자다가 ‘제발 살려주세요’라며 울부짖다가 깨는 일이 잦다. 범인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A씨는 “죽어가는 느낌을 경험했다. 너무 무서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의 어머니는 “생활형편이 조금이나마 좋았으면 이런 변을 당하지 않았을 텐테…”라며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담담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루빨리 치료가 끝나길 기다리고 있다. 정신과 의사가 되기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1월31일 두 번째 머리수술을 받는다. 그는 “꼭 치료 잘 받고 빨리 나아서 남동생의 병을 고쳐줄 수 있는 정신과 의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인천 부평경찰서는 지난 1월25일 A씨에게 둔기와 흉기를 휘두른 혐의(살인미수)로 구속된 범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범인은 그동안 강도와 절도, 사기 등의 혐의로 무려 22년간 옥살이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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